이튿날 아침, 새벽부터 시작된 비가 아침까지 내렸다.
아침식사를 하고 나니 비가 그쳤다.
여기는 강원도 홍천군 서면 개야리 반말부락,
공기... 참... 좋다.....
깊은 산속 캠핑장에서 자고 일어나면 산 속의 공기가 한겨울 두툼한 솜이불을 덮는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홍천강과 팔공산 사이에서 느끼는 이곳의 공기는 실크 패드를 휘감은 느낌이다.
은은하고 포근한 자연속의 치유력이 지치고 힘든 나에게 활력을 준다.
식사 후 산책을 나가면서 예원동원이에게 "산에서 올라가는 구름을 봐봐~ 산불이 난 것 같아~"라고 했더니, 머리에 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산에 뿔이 났어... 산뿔이다.. 산뿔..."이라고 응수한다. 언어유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많이 컸다.... ^^
우리 어머니가 다니던 초등학교를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5분 거리...
가는 길에 바람개비가 서 있어서 돌려본다. 동원이는 아직 잠에서 덜 깬 것 같다.
산이 깊고 홍천강이 가까워서 그런지 이 동네에 캠핑장이 하나 있고 펜션이 대여섯개 있다. 세월 참...
앞서가던 예원이도 불러서 같이 찰칵~
이런 자연스러운 사진이 참 좋다~
이 곳은 개야분교.... 지금은 여행 안내소? 그런 걸로 운영하고 있다.
언제인가 운동회가 열렸던 날.... 동네주민 대상으로 낚시대로 고무신이나 수세미 등을 낚는 종목이 있었던게 기억이 난다.
내가 운동회를 보았으니 나는 학교를 안다닐때 인가 보다.... 대충 35-6년 전인가 보다.
그 당시 시골 분교의 운동회는 동네 주민들의 잔치날이었을 것이다.
추억은.... 정말 소중하다..
어른이 된 후 모교를 찾으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 '그 땐 넓었는데... 참 좁구나....' 하는 생각.
동원이에게 "왜 얼굴을 이렇게 내밀었어?" 하고 물으니
"누나가 얼굴로 내 머리를 꽉 눌렀어..."라고 대답한다.
장난기가 점점 심해지는 예원이.... 동생이 귀엽고 만만하니 그렇겠지.
그래도 너무 심한 장난은 하지 않고 서로 사랑하며 자랐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니 우리 140이 비를 흠뻑 머금고 서 있다.
그대로 말리면 물자국이 남을 수 있으니 대충이라도 물기를 제거해주는 게 좋다.
동원이에게 "닦아 볼래" 했더니 흔쾌히 응한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동원이도 벤츠를 사랑한다.
꼼꼼히 잘 닦는다....
어제 모종을 옮겨 심을때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꼼꼼한 편이다.
내가 잘키웠나?
선천적인 기질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벤츠니까?
"브이"라고 외치면 자동으로 화답한다.
외삼촌의 수입원 중 하나인 단호박, 큰것은 천원, 작은 것은 오백원에 출하된단다.
아직도 장작에 미련이 남는다.
올 겨울에는 화목난로를 가지고 캠핑을 몇번 가야겠다.
그 뜨거운 열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갓 따낸 가지, 탐스럽기도 하다.
한 일주일 머무르면서 외삼촌의 일을 도우면서 모든 것을 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근데..... 애들은 누가 키우나....... 그냥 생각일 뿐이다.
죽으나 사나 애들이 나를 떠나기 전까지는 애들과 함께 해야 한다.... 그게 부모니까...
아버지는 평상 옆에 앉아 쉬시고
어머니는 부침개를 해서 아버지께 가져다 드린다.
동원이는 마당에서 물총놀이를 하다가 하나 얻어 먹고... 참.... 행복한 정경이다.
마당 한쪽에서 물총에 물을 장전하는 예원
할머니의 부름에 쪼르르 달려가서 한입 먹는다.
부침개를 씹으며 물총전투를 준비하는 여전사의 모습
대추나무 밑 평상에 부침개 접시를 두고 담소하시는 부모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시기를...
몇년에 한번씩 보는 이종사촌 동생인 가영이와 아영이가 집에 간단다.
집에 가려고 나서는 가영이와 아영이를 붙들어서 기념촬영~
가영이는 고등학생, 아영이는 중학생.... 세월 참 빠르다.
예원이와 동원이가 내 나이가 되서 이 사진을 보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그때 나는 살아있을까? 살아있겠지..... 70대 초반인데..
셋째날~
일손돕기 2탄 옥수수 껍질까기
옥수수를 한 솥 삶아서 가져가기로 했다.
집에 가서 삶으면 덥고.... 여러모로 번거로우니 아예 삶아서....
한 솥쪄서 봉지에 담아보니 모두 180개...
옥수수 껍질을 까고 수염을 뜯어내고.... 마지막 잎사귀 두 세잎은 남겨놓고 쪄야 옥수수가 단맛이 좋아진다.
스마트폰을 사줬다면 이 시간에 폰을 손에 쥐고 방에서 뒹굴거리고 있겠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마약이다.
미성년자 사용은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
부모님과 아이들은 일은 하고 나는 사진찍고....
역시 "V의 전성시대" 세월이 아쉬울 뿐이다.
외숙모가 와서 몇마디 하신다.
우리끼리 처가가 농사지으면 힘들다고... 농담삼아 푸념하는데,
농사짓는 곳에 시집온 외숙모는 얼마나 힘이 들까...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큰외삼촌은 원래 농사를 지으려 하지 않았는데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어쩔 수 없이 떠맡은 것이라 한다.
나중에 외삼촌과 술 한잔 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일을 듣고 싶다.
이십대의 젊은 나이에 도시로 나갔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도시 생활을 접고 농사를 시작해야 했던 심경...
매우 답답했을 것이다.
그 당시 외가 동네는 정말 첩첩산중이었고 지금처럼 땅값이 올라 남들이 부러워하지도 않고...
오로지 소처럼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던 시대....
아프신 어머니를 모시고 밑으로 어린 7명의 동생들이 있었고....
위로는 우리 어머니은 누나 한명....이 있었지만 하루종일 걸리는 천안으로 시집을 갔고...
그리고 그런 집으로 시집을 오게 된 외숙모...
외삼촌, 외숙모 고생했던 것 만큼 행복하게 사세요.... ^^
예원아, 동원아~~ 어떤 일을 하든 이렇게 재미나게 하거라~~~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 외숙모가 키우는(외삼촌은 싫어하심...) 두마리의 아기 고양이. 한마리는 대인기피증...
우리도 마당 있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고 싶지만....
앞으로 십여년을 더 살기위해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또 이사를 간다....?
그리고 이사를 가서 마당있는 집에서 산다고 해도
생명을 거둔다는 것이 얼마나 힘이드는 일인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섣불리 애완동물을 기르기는 힘이 들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되면 내 곁을 떠나겠지만
애완동물은 내가 먼저 죽기전에는 죽을때까지 거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옥수수, 가지, 감자, 오디, 다슬기 등을 벤츠 트렁크에 가득 싣고 집으로 향했다.
티맵의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 50분, 맘만 먹으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인데....
중간에 쉬고, 밥먹고 하면 반나절이 걸린다.
출발한지 두시간 거의 다 되어서 음성휴게소 도착, 점심 먹자~~~
부모님은 우거지국, 나는 산채비빔밥, 예원동원이는 돈까스
어린이 돈까스(4500원)를 시킨 예원이....
이젠 예원이에게는 어린이 메뉴는 양이 적다.
다음부터는 어른용 메뉴를 시켜야 겠다.
동원이에게는 딱 적당한 양의 어린이 돈까스~
휴게소 옆에 서원과 같은 커다란 건물이 있어서 식사를 하고 둘러보았다.
정체는.... 중부고속도로 유물전시관 이었다.
중부고속도로를 건설하면서 발견된 예전 유물들을 모아서 전시해 놓은 곳이다.
그런데 건물노후화로 입장금지.....
기념 촬영이나 하고 가자~~ 절대 일부러는 못오는 곳이니까..... ^^;;
중부고속도로가 내가 중학교 2학년때 개통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