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8-10
국 화(菊花)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이 차갑게 느껴지는 한로(寒露))를 지나서 이제는 단풍이 짙어져가고, 그 이슬방울이 추위에 얼어 서리로 바뀌어 내리는 상강(霜降)이 다가오는데도 한낮으로는 볕이 따갑다. 옛날 중국에서는 한로의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몰려들고, 중후에는 참새의 수가 적어지며, 말후에는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다. 올 해의 여름은 무더웠었다. 그러나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아침저녁으로 더위는 뒤로 물러가고 가을바람에 길 가장 자리의 이름 모를 꽃들이 한들거린다. 흰색에 옅은 보랏빛을 띤 들국화가 이따금씩 자욱하게 피어있다. 나는 전에도 말하였듯이 어느 봄날의 화창하게 핀 백목련이 좋고, 옅은 보라색의 진달래꽃이 좋고, 가을날의 냄새를 한껏 풍기는 노란 국화꽃이 좋다. 올해도 철따라 내내 이와 같은 꽃들을 보아왔으니 행복하다. 이제 가을이니 풍상(風霜)을 이겨가면서 피어가는 꽃을 보며 우리들도 실과(實果)를 만들어내기 위한 각고의 실과(實科)의 노력을 박찰 때이다. 가을의 우리들은 들바람을 쐬며 가을볕에 몸을 한껏 노출시키며 길을 걷다가 나는 하늘을 본다. 푸르고 넓은 하늘 가운데서 이따금씩 눈에 들어오는 뭉실뭉실한 하얀 뭉개 구름들이 손에 잡힐 듯하다. 가을을 말하자면 국오수벽(菊傲水碧)이다. 바로 가을은 국화가 뽐내고 물이 비취처럼 푸르다. 파란 가을하늘에 푸른 물결, 그것은 서로 비추어 바로 명경지수(明鏡止水)와도 같다. 목탁새라라는 분은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국화를 피우듯 내 사랑의 시련은 오만한 향기로 서릿발도 견디어 수평선 저 멀리 야윈 그리움 하나 벽해(碧海)를 건너는 기러기로 날으네” 국화야 너는 어이 삼월동풍(三月東風) 다보내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너 홀로 피었느냐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조선 영조 때의 이정보(李鼎輔)라는 분의 시조인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서릿발과 함께 나뭇잎들이 다 시들어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화꽃은 찬 서릿발과 더불어 유유히 피어서 고고함을 그저 화사하지 않고 수수하게 지녀갈 것이다. 그것은 바로 추영고한(秋影孤寒) 즉, 가을 그늘에 홀로 추위를 이겨낸 국화를 이름인데, 우리도 삶을 이겨내며 더욱 차디찬 겨울을 대비해 가야 할 것이다.
서정주 선생님은 국화 옆에서 에서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말하였다. 어느 날에 당도한 고도원 선생님의 아침편지를 열어보았다. 거기에는 최정재의 시집《당신, 사랑해도 되나요》에 실린 시 <왜 당신만 생각하면...> 중에서 - 실린 시인데 제목은 “당신을 위한 기도”이다. 오늘도 하나님께 기도했어. 당신 사랑하니까, 당신이 겪고 있는 그 모든 고통 다 내게 달라고... 내가 살면서 누려야할 모든 행복 다 가져다 당신 주고 대신 당신의 그 모든 불행 이제 다 내게 달라고... 고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 왜 이토록 간절한 기도가 나올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깊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자기보다 상대방을 더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불행조차 내가 지게 해달라는 뜨거운 눈물의 기도가 가능합니다. 진심으로 깊이 사랑하는 사람만이 그를 위해 진정한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시인 김현승은 가을의 기도에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기도는 홀로 피어 추위를 겪어나가야 하는 바람에 흔들리는 국화처럼 절대자 앞에서의 몸부림치는 독백(獨白)과도 같은 각고(刻苦)의 고투(苦鬪)이다.
공동체 이야기
불로소득이 필요한 사람들
수확의 계절이다. 지나간 달 공동체 이야기에서 어느 동료 목사님이 보내온 소식을 끝에 이야기했었다. 그 얘기를 다시 들춰보자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니 똥 팔뚝만하다 하며 살지요?
마당에 밤이 떨어지면 넘들이 낼롬 주서가요, 거참.
올해는 호두도 별로고 ...... 땅콩 심은 건 고란이가 묵어 버리고.....
그런데 성서에서는 너희 땅의 곡물을 벨 때에 너는 밭모퉁이까지 다 거두지 말고 너의 떨어진 이삭도 줍지 말며 너의 포도원의 열매를 다 따지 말며 너의 포도원에 떨어진 열매도 줍지 말고 가난한 사람과 타국인을 위하여 버려두라(레위기 19:9-10), 우리말 가운데 남 주기는 아깝고 자기가지기는 그저 그렇고....라는 말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그저 그런 것들이 아니고 없어서는 아니 될 필요불가결한 것들이고, 그렇지 않으면 겨울동안의 주전부리 거리가 된다. 어느 사람들이 집 마당에 차를 주차하겠다고 하면서 산으로 올라갔다. 예부터 우리들이 거하고 있는 이곳을 마을 분들은 밤나무골이라 불러왔다. 높은 산위로 많은 밤나무가 자라고 있다. 그래서 그분들도 산으로 밤을 주우러 가는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그 분들의 차가 돌아간 후에 아이 엄마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두 그루에 달려 있던 감을 모조리 따서 가지고 갔다고 푸념을 해댄다.
마을의 어느 집에서 여름 내내 넓은 논에 가지를 가득 심어서 수확을 하여 그것을 내다 판매하였다. 그런데 벼를 거두어 볕에 말리고 드리는 바쁜 시기를 맞닥트려 가지 수확하는 일에는 손갈 틈이 없단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지를 따서 가지고 가라고 말씀 하신다. 밭에 가보니 커다란 밭에 온통 가지 열매들로 가득 뒤덮여있다. 우리들은 많은 가지를 따다 겨울 먹을거리로 사용하기 위하여 작게 잘라서 볕에 말렸다. 사람들은 때로는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불로소득은 소외된 자들 곧 성서의 말대로 가난한 사람, 타국인, 고아, 과부 등이 더 얻게 하고, 보통 사람들은 데살로니가전서 4:11의 얘기처럼 “너희에게 명한 것같이 조용(從容)하여 자기 일을 하고 너희 손으로 일하기를 힘쓰라”. 힘써 일하여야겠다. 게으름피우지 말고.... 그러나 소외된 이들은 밑바탕이 빈약한 사람들이기에 누구를 의지해야 된다. 이 분 자체가 위를 보지 못하는 땅의 사람들이고, 바탕에 있는 사람들이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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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권희숙 채경일 주송례 진영택
김정화 박소웅 박정임 라홍채
최성재 최영애 정무래 박종만
박병민 진선미 박한솔 박진솔
* 여러 가지의 육신과 정신적 아픔 중에 있는 새터공동체 식구들의 건강한 몸이 되기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세요.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신평교회.충전교회.이원교회.최선희.정무래.최영애.라홍채.박종만.진영택.최성재.김정화.김기홍.채윤기(박현실).양오석.향림원푸드뱅크.수영교회.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3인).동춘교회6여전도회.진명구.대전성남교회중등부(김영균외34인).금성교회(임헌선)..어려운사람들을사랑하는청춘같은모임(노흥방.김인환.이영국외6인).대전충남지방통계청.추부제일교회.세광교회.대덕교회.대전노회사회선교위원회(김명기.황찬규.이권종).주식회사EG(이광형).살림교회(박상용외11인).대전성남교회.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2인).신건태.장진성.금산군보건교사회(3인).진주문교회여전도회(손영대외3인).금산군모란회(3인).대전노회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