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평등주간 여는 포럼 : 돌봄의 전환, 돌봄의 공동체>
일시 : 9월 1일 10:00 ~ 12:00
장소 : 망우마중마을활력소 3층 대회의실
작성 : 조혜진
2023년 성평등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성평등주간은 모든 사람이 성별로 인한 차별 없이 성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법으로 지정된 기간입니다.
1898년 우리나라 최초 여성인권선언문 ‘여권통문(女權通文)’이 발표된 9월 1일을 기념하여 9월 1일부터 7일까지 약 일주일간 성평등주간이 진행됩니다.
올해 중랑구 성평등주간의 주제는 돌봄!
<다시 돌봄, 새로 돌봄, 함께 돌봄>이라는 제목으로
중랑구성평등활동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그중 가장 첫 순서로 여는 포럼 <돌봄의 전환, 돌봄의 공동체>가 망우마중마을활력소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넓은 대회의실이 비좁게 느껴질 만큼 많은 분들이 포럼에 참여하셨습니다. 오늘 사회는 중랑구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장이정수 사)중랑마을넷 이사가 맡았습니다.
최현숙 작가의 돌봄에 대한 이야기로 포럼이 시작되었습니다. 최현숙 작가는 ⸢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등 다양한 삶을 기록해 온 구술생애사이기도 합니다. ⸢중화동에 살고 있습니다⸥를 통해 중랑구의 마을공동체와도 깊은 연을 맺었죠.
한국의 여성으로서 돌봄에 대한 언어적, 비언어적 압박을 받으며 가사노동을 했지만 ‘왜 나에게는 남성 형제와는 다른 역할이 주어졌는가?’하는 의문이 언제나 함께했다고 합니다. 남편과 이혼한 후 여성과 살게 되면서는 가사노동을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타인과 같은 공간에 살면서 생기는 갈등과 역할 분담에 대한 논쟁은 물론 있었지만 '왜 나만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어져 마음이 편했다고 합니다.
구술생애사로 활동하며 직접 목격한 다양한 돌봄 현장과 돌봄의 모습들도 전했습니다. IMF 이후 밀려난 남성들을 대신해 돌봄 현장으로 투입된 여성들, 노인 장기요양 현장, 요양보호사… “돌봄을 돈 주고 사고 파는 것이 슬프다”는 칼럼을 보며 돌봄 노동의 가치가 얼마나 낮게 평가되는지 분노한 최현숙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봄 노동은 좋은 노동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돌봄 노동자는 이렇듯 사회적으로 ‘걸레나 빠는 여자’라는 시선으로 얕잡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우리 모두가 된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켰죠. 돌봄 사회로의 전환은 가장 밑바닥부터 최대한 혁명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돌봄을 위해 시도된 다양한 방법들, 돌봄 사회를 위한 ‘난잡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최현숙 작가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 순서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녹색병원은 “건강한 몸, 건강한 노동, 건강한 사회” 실현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민간형 공익병원이죠. <신자유주의 노동과 돌봄>을 큰 틀로 먼저 핀란드의 사례를 꺼냈습니다. 핀란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의무이고 우리나라보다 무상급식을 훨씬 먼저 시작하는 등 여성이 노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사회적인 지원이 들어와 백업하는 것이죠. 핀란드의 어떤 교수가 진행하던 중증 장애인을 위한 마우스 패드 연구 사례에서 마우스 패드 같은 생활필수품이 아닌 물건도 필요한 이를 위해 꼼꼼히 고려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노동자들이 누락되지 않고 일하게 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진 임상혁 원장은 우리나라에 택배원, 배달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급여를 받지 않는 노동자’가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짚으며 이 사람들이 만약 아파서 현장을 떠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모두에게 물었습니다. 그리고 아픈 사실이지만 홈리스의 상당히 큰 부분을 이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산업재해를 입었음에도 산업재해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적용받는 노동자의 5배에서 10배이며, 또한 산업재해를 입은 후 노동 현장에 복귀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35%가량으로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소속의 노동자라고 합니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사람들, 지역에서 다양한 세대 계층에 대한 돌봄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로 임상혁 원장의 이야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구 단체인 가지가지연구소의 이희랑 소장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마을 활동이 만드는 사회적 변화에 포커싱을 맞추고 있는 이희랑 소장은 돌봄과 마을공동체, 그리고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가 서로 돌봄·상호 돌봄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지금 과도한 경쟁심으로 타인을 접해온 사람들이 ‘타인을 돌본다’는 새로운 감각을 어디서 접할 수 있을까요? 이희랑 소장은 그 답으로 마을공동체를 제시했습니다. 돌봄을 받기만 하는, 돌봄을 주기만 하는 것에 익숙한 분절된 사람들도 마을공동체에서 서로를 마주 보고 보듬고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 하면서 그러한 사례로 ⸢중화동에 살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 경험을 꼽았습니다. 중랑구 중화동에서 살고 있는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화자에게는 정서적 돌봄을, 청자에게는 공감·감동을 통한 성장이 있었다고 합니다. ‘돌봄의 감각’을 마을공동체에서 예상치 못하게 접하게 된 것이죠. 이러한 상호 돌봄의 장면들을 우리가 키워나가야 한다고 짚으며 이야기는 다음 주제로 넘어갔습니다.
다음으로는 활동가들의 노동과 이 노동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공공 공간, 공공 돌봄 등 다양한 공적 영역의 사업과 지원이 있지만 그곳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지원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활동에 미흡한 점이 발견되면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높지만 활동을 뒷받침할 지원은 논의되지 않는 모순을 꼬집었습니다. 활동가가 돌봄의 가치를 가지고 있어도 희생의 아이콘이 아니라며, 지속 가능한 노동이 지역사회에 만들어지는 것이 돌봄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이희랑 소장의 이야기가 정리되었습니다.
이로써 성평등 주간 여는 포럼 <돌봄의 전환, 돌봄의 공동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성평등 주간은 9월 7일까지 중랑구 곳곳에서 다양한 단체들과 함께 돌봄을 주제로 달려 나갈 예정입니다. 중랑구에 있는 모든 분들의 활발한 참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