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군사 혁명 정부를 지지하는 니제르인들이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 ECOWAS의 제재에 항의하고 외국의 개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군부혁명 지도자 압두라마네 치아니 장군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지호소에 따라 대규모 집회가 열렸습니다. 독립 63주년도 기념하면서 니제르, 러시아, 말리, 부르키나 파소 만세를 외쳤습니다. 그리고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 ECOWAS와 EU타도를 부르짖었습니다. 시민들은 ECOWAS가 니제르에 대해 비인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 그 소속국에 대한 모든 항의 시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대리인이나 다름없는 ECOWAS는 니제르 군부에 대해 원상회복을 요구하면서 국경봉쇄와 단전 같은 제재를 취했습니다. 미국, EU, 프랑스도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니제르를 압박했습니다. 경제, 금융제재로 니제르가 채무불이행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무디스는 그러면서 니제르의 국가신용등급을 B3에서 Caa2로 하향조정했습니다. 니제르 사태는 각국의 이해 관계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해관계에 따른 온도차도 상당합니다.
우선 러시아는 니제르 시위현장에서 러시아국기가 휘날리기는 하지만 대놓고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내심 흐뭇하기는 하지만 군부 쿠데타를 대놓고 지지하기에는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1:56따라서 러시아는 우회적 방법으로 니제르와 같은 편에 서겠다는 부르키나 파소의 젊은 지도차 트라오레편을 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바이든은 니제르의 독립을 축하한다면서도 민주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처했다면서 군부를 비판했습니다. 미국은 니제르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에 초조합니다. 하지만 니제르에 대한 미국의 수사는 그리 거칠지는 않습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밀려난 바줌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워싱턴이 군부에 권력반환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는 무엇보다도 바줌 대통령과 가족들의 신변 안전을 고려하고 있으며 니제르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군부의 압두라나메 치아니 장군은 그런 미국의 요구에 콧방귀를 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은 당장은 신중한 모드입니다.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니제르에서 철수하라고 했지만 군사적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극도로 조심스럽습니다.
물론 군사적으로 서아프리카 중심에 있는 니제르는 사하라 이남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합니다. 나이지리아 말리, 차드, 수단으로 바로 연결되는 전략적 위치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2015년 테러와의전쟁을 명분으로 군사교관을 니제르에 파견했고 2019년부터는 니제르에서 무인공격기 MQ-9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 수도 니아메의 공항은 미군이 환승허브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아니러니 하게도 니제르에 우라늄 광산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사활이 걸려 있지는 않습니다. 니제르의 우라늄이 러시아나 중국에 가는 것도 아니고 주로 프랑스와 EU로 간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니제르 사태로 인해 치명상을 입는 것은 프랑스입니다. 프랑스는 사활적 이익이 걸려 있습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포기해 탈산업화된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원자력이 있기 때문에 독일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여겨왔는데 니제르가 프랑스에서 벗어나면 파리는 거지가 됩니다. 프랑스는 필요하면 개입하겠다는 스탠스지만 말이 그렇지 군사개입은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이라도 프랑스에 동조하면 나름 힘을 얻겠지만 미국은 아직 발을 걸치려 하지 않습니다.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도 버거운 판에 아프리카에서 무력개입을 하기가 사실 겁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러시아의 미국전문가 드미트리 드롭니츠키는 지금까지 자기네들이 통제하는 세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면 미국은 개입해왔지만 이제 지정학은 그런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이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사고를 쳤기 때문에 니제르에 군대를 파병했다가 삐끗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그것으로 끝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이나 블링컨이나 프랑스의 요청 때문에 한마디 하기는 하지만 군사개입 옵션을 꺼려하는 이유입니다.
한편 니제르와 광산, 석유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중국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중국은 조용하게 있다가 서구기업들이 니제르에서 쫓겨나면 어부지리로 수익성이 좋은 계약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다시한번 요약을 해드리겠습니다. 니제르 사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프랑스입니다. 미국은 개입해볼까, 아니면 발을 적극적으로 걸치지 않고 중간이라고 갈까에서 지금은 후자입니다. 러시아는 니제르의 맹우 부르키나 파소를 지원하면서 루소아프리카의 영역확대를 즐겁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가만 있다가 혼돈이 가라앉으면 날로 먹겠다는 스탠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