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모 사피엔스의 종말(3)
생명공학적
생명체
생명의 법칙을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기술이 있다. 사이보그 공학이다. 사이보그는 생물과 무생물을 부분적으로 합친 존재로, 생체공학적 의수를 지닌 인간이 그런 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거의 모두가 생체공학적 존재다. 타고난 감각과 기능을 안경, 심장박동기, 의료보장구 그리고 컴퓨터와 휴대전화(우리의 뇌가 지고 있는 자료 저장 및 처리의 부담 일부를 맡아준다)로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진정한 사이보그가 되려는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다. 이 선을 넘으면, 우리는 신체에서 떼어낼 수 없으며 우리의 능력, 욕구, 성격, 정체성이 달라지게 하는 무기물적 속성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의 군사 연구기관인 국방고등연구기관청DARPA은 곤충 사이보그를 개발 중이다. 파리나 바퀴벌레의 몸에 전자칩, 탐지기, 연산장치를 심는다는 아이디어다. 그러면 멀리 있는 인간이나 인공지능이 해당 곤충의 움직임을 조절해 정보를 수집, 전송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파리는 적 사령부 벽에 앉아서 가장 은밀한 대화를 도청할 것이고, 거미에게 잡히지만 않는다면 적의 계획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12
2006년 미 해군잠수전센터Naval Underea Center 는 사이보그 상어를 개발하겠다는 의도를 발표했다. "물고기의 신경에 장치를 삽입해 그 행동을 조절한다는 목표 아래 그 같은 장치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개발자들의 목표는 인간의 탐지기를 능가하는 상어의 자기장 탐지 능력을 활용해 물속의 잠수함이나 기뢰가 생성하는 자기장을 식별하는 것이다.13
사피엔스 역시 사이보그로 변하는 중이다. 최첨단 보청기는 '바이오닉 귀'라고도 불린다. 귀에 이식된 이 장치는 귀의 바같에 장치된 마이크로폰을 통해 소리를 흡수한다. 장치는 소리를 걸러서 인간의 목소리를 식별하고, 이를 전기신호로 번역한다. 신호는 중추 청각신경으로, 다시 뇌로 전달된다.14
미 정부가 후원하는독일 회사인 '망막 임플란트Retina Implant'는 시각장애인이 부분적으로라도 볼 수 있도록 망막에 삽입하는 장치를 개발중이다. 환자의 눈에 작은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게 핵심이다. 광세포는 눈에 비치는 빛을 흡수해 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고, 이것이 망막의 손상되지 않은 신경세포를 자극한다. 이 세포들이 내보낸 신경신호는 뇌를 자극하고, 뇌는 신호를 번역해 무엇이보이는지를 파악한다. 현재 이 기술은 환자들이 방향을 정하고 문자를 식별하며 심지어 얼굴을 인식하게 해줄 정도로 발전했다.15
미국의 전기기술자인 제시 설리반은 2001년 사고를 당해 두팔을 완전히 잃었다. 오늘날 그는 '시카고 재활연구소Rehabilitation Institute of Chicago'의 도움 덕분에 두 개의 생체공학 팔을 사용한다. 새 팔의 특징은 생각만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제시의 뇌에서 나온 신경신호는 초소형 컴퓨터에 의해 전기적 명령으로 해석되고, 이 명령이 팔을 움직인다. 제시는 오른팔을 움직이고 싶으면 보통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일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 이 팔이 수행할 수 있는 일은 생물적 팔에 비해 크게 제한적이지만, 그래도 단순한 일상적 기능은 가능하다. 이와 유사한 생체공학 팔이 오토바이 사고로 팔을 잃은 미국 군인인 클로디아 미첼에게 최근 적용되었다. 이렇게 팔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서서 거꾸로 신호를 뇌로 보내 촉감까지도 느낄 수 있는 날이 언젠가 올 것으로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16
현재로서 이런 생체공학 팔은 생물학적 원본에 못 미치지만,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예컨대 원본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지니도록 만들 수 있다. 그 앞에서는 권투 챔피언도 자신이 약하다고 느낄 것이다. 게다가 몇 년마다 교체할 수도 있으며 몸에서 분리해 원격 조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미국 노스케롤라이나 주 듀크 대학교의 과학자들은 최근 붉은털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어 이 가능성을 입증했다. 전극을 이용해 뇌의 신호를 수집한 뒤 외부장치에 전송한 것이다. 이 원숭이들은 분리되어 있는 생체 팔다리를 생각만으로 제어하는 훈련을 받았다. 오로라라는 원숭이는 진짜 팔 두 개를 움직이는 동시에 분리 상태의 생체공학 팔을 생각으로 움직이는 법을 학습했다. 오로라는 힌두교의 일부 여신처럼 세 팔을 가졌으며, 이 팔들은 서로 다른 방이나 심지어 다른 도시에 위치할 수도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실험실에 앉아서 한 팔로는 등을 다른 팔로는 머리를 긁으면선 뉴욕에서 세 번째로 팔로 바나나를 훔칠 수도 있는 것이다(먼 곳에서 훔친 바나나를 여기서 먹는다는 것은 아직 꿈으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또 다른 붉은 털 원숭이 아이도야는 2008년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의자에 앉아서 일본 교토에 있는 생체공학 다리 한 쌍을 생각 가장으로 제어했던 것이다. 두 다리은 아이도야보다 스무 배 무거웠다.17
감금증후군이란 병이 있다. 인지능력은 정상인데 신체를 거의 혹은 전혀 움직일 수 없는 희귀질환이다. 현재까지 환자가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방법은 눈을 조금 움직이는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 몇 환자는 자기 뇌에 전극을 심어 뇌의 정보를 수집하게 만들었다. 이 신호를 단순히 동작만이 아니라 단어로 해석하려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실험이 성공한다면, 마침내 환자는 외부세계에 직접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 우리는 이 기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다.18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 중에 가장 혁명적인 것은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법을 고안하려는 시도다. 컴퓨터가 인간 뇌의 전기 신호를 읽어내는 동시에 뇌가 읽을 수 있는 신호를 내보내는 것이 목표다. 이런 인터페이스가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한다면, 혹은 여러 개의 뇌를 직접 연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해서 일종의 뇌 인터넷을 만들어낸다면?
만일 뇌가 집단적인 기억은행에 직접 접속할 수 있게 된다면 인간의 기억, 의식, 정체성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상황이 되면 가령 한 사이보그가 다른 사이보그의 기억을 검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마치 자신의 것인 듯 기억하게 된다. 이것은 남의 기억을 듣거나 자서전을 통해 읽거나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마음이 집단을 연결되면 자아나 성정체성 같은 개념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스스롤르 알고 자신의 꿈을 좇을까? 그 꿈이 자신의 마음속이 아니라 모종의 집단 꿈저장소에 존재한다면 말이다.
첫댓글 사이보그로 변해가는 사피엔스... 나만의 아이덴티티가 없어지는 이런 세상이 언젠가 온다고 생각만해도 두려워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