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 여행기(1)
그동안 벼르던 여행길에 나섰다. 마음은 있어도 실행에 옮기기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실 미국인조차도 옐로스톤을 여행하기란 쉽지가 않고 외국인인 경우에는 더욱 기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비용과 시간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이 국립공원은 연중 6월에서 9월말 까지만 개장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폭설과 기온저하로 폐쇄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미 30여 년 전에 이 길을 부모님께서 다녀가신 기억이 새롭다. 당시 『샌디에이고』에 살던 막내 동생의 안내로 이곳을 비롯한 중서부 지역을 여행하셨다. 이 때 초등학교 6학년 이던 아들도 동행을 하였다.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옐로스톤 호숫가에서 텐트를 치고 2박 3일간을 지냈다고 한다. 20 여일 넘게 장시간을 동생과 매제가 교대로 운전하여 주로 야영을 하며 지내느라 고생했다고 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미국의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주에 걸쳐있다. 미국 최초, 최대의 국립공원이다. 황 성분으로 인해 돌이 노랗기 때문에 옐로스톤이란 이름이 붙었다. 산, 평원, 간헐온천 등이 즐비하고 온갖 야생동물의 천국이라 관광지로 인기 높으며 197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은 그 크기가 무려 8,983km²에 달하는 공원으로 경기도만한 크기다. 내부의 커다란 증기와 물을 뿜어내는 온천인 간헐천(Guyser)과 온천(Spring), 물웅덩이(Pool)는 이 공원을 상징하는 명물이다. 그 이외에도 아름다운 호수와 초원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곰과 들소와 사슴을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의 낙원이다.
그런데 이 곳 어디에도 화산같이 생긴 높은 산은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옐로스톤 구역 전체가 대규모 활화산이기 때문이다. 너무 커다란 칼데라(CALDERA: 강렬한 폭발에 의하여 화산의 분화구 주변이 붕괴, 함몰되면서 생긴, 대규모의 원형 또는 말발굽 모양의 우묵한 곳) 화산 지형 안에 있기 때문에 이곳이 화산인지조차 모르는 곳이 바로 옐로스톤 공원 지역이다. 한마디로 그 자체가 커다란 화산인 셈인데 약 63만 년 전에 화산의 폭발이 있었다. 공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냥 훑어보는 식으로 주요 볼거리만 본다고 해도 3일은 잡아야 제대로 구경할 수 있다.
먼저 『산타크루즈』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간 후 비행기를 타고 1 시간 30분가량을 비행하여 솔트레이크 시티에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렌터카를 빌러 3 시간 정도를 이동하여 숙소인 『Afton』시의 「Fairfield」호텔에 밤 9시가 넘어 도착하였다. 저녁 식사는 차 안에서 준비한 햄버거로 때웠다.
다음 날에 부근에 있는 「그랜드티턴 국립공원(GRAND TETON NATIONAL PARK)」을 찾았다. 와이오밍 주의 북서부에 있는데 옐로스톤의 남쪽 입구에 위치하고 있다. 저 멀리 보이는 눈에 쌓인 산들이 신비하게 보였다. 가장 높은 곳은 4,197미터에 달한다.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은 미국에서 가장 아찔한 산악 풍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티턴 산맥」은 지상에서 급작스럽게 하늘로 솟아오른 뾰족한 봉우리들이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 모습은 가히 천하의 절경다운 모습이다.
정통 서부영화 「셰인(와이오밍 주를 배경으로 서부 개척민을 괴롭히는 악덕 목축업자를 물리치고 유유히 떠나는 주인공 셰인의 이야기)」의 촬영지이기도 했던 곳으로 192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공원내부를 지나 옐로스톤 공원으로 들어간다. 이 공원은 옐로스톤에 비하면 7분의 1밖에 안되지만 높은 산과 맑은 호수, 그리고 넓은 목장이 만들어내는 경관이 스위스의 알프스산과 비교될 만큼 아름답고 화려해 매년 수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곳으로 몰려든다고 한다.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지역이 있어 다양한 동물의 천국이기도 한다. 아름다운 하이킹과 등산 코스가 발달되어 있어 이곳만을 찾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먼저 「Jenny Lake」에서 유람선을 타고 건너편으로 건너갔다. 맑은 호수는 물빛이 투명하고 깨끗한데 바람이 부니 풍랑이 일어 호수에 반사하는 산천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다. 더구나 오락가락 비가내리니 거동에도 지장을 주었다. 바위와 나무, 하천물이 어우러진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책길을 따라 「Hidden Falls」에 이르니 산 정상 빙하의 녹은 물이 엄청난 유량으로 쏟아지는 장관을 이루었다. 빗줄기가 오락가락하여 미끄러진 바위 길을 오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어린이는 무리라고 여겨 지척에 있는 「바위 전망대( Inspiration Point)」까지 올라 호수를 바라보는 일은 그만 두기로 하였다. 울창한 수목사이로 보이는 호수와 산정상의 빙하와 괴암괴석의 황홀한 자태는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였다.
늦은 점심은 「JACKSON LAKE」 주변의 「Jackson Lake Lodge」에서 간이 양식으로 하였다. 밖에 나오니 멀리 보이는 드넓은 호수와 구름에 가린 웅장한 산의 자태가 볼만하였다.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바람 속에 허리를 구름에 감은 채 언뜻 자태를 내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춘다. 저 높은 티턴산맥에 있는 JACKSON HOLE(큰 산골짜기)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없어 그냥 상상으로 만족하였다. 역시 명당자리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 겸 휴식과 숙소가 들어찬 리조트였다. 날씨가 쾌청하지 못해 너무 아쉬운 시간이었다. 더구나 상징성이 큰 ‘호수에 비치는 장대한 산’의 모습을 대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컸다.
이어서 호수와 연결된 「Snake River」를 따라 양쪽에 펼쳐진 대자연의 살아있는 숨결을 함께 호흡하며 달리니 남쪽 출입문 안내 간판에 이어 어느덧 옐로스톤의 「West Thumb」에 도착하였다. 다소 흥분된 마음으로 처음 대하는 대자연의 신비스런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이곳은 옐로스톤 호수의 호숫가에 위치한 곳으로 각양의 간헐천이 집중되어 있다. 평소 말로만 듣던 옐로스톤의 진짜 모습을 처음으로 대한 것인데 다양한 색상의 물과 지표면, 끓어오르는 수증기와 코를 찌르는 유황이 아직도 살아있는 화산지대임을 실감하게 하였다.
특히, BLACK POOL과 ABYSS POOL은 과거 대분화구의 일부분으로서 에메랄드빛의 맑고 아름다운 온천 풀로 제법 크기도 넓었다. 신기한 모습에 여기저기를 돌아보았는데 특히 가장자리 호수의 물속에서도 솟아오르는 간헐천은 신기하였다. 하지만 이건 맛보기 정도이고 연이어 이보다 더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더욱 궁금증이 들었다. 저 드넓은 호수도 결국에는 간헐천 위에 만들어진 대자연의 신비로운 연출인 것이다.
이곳에서는 숙소가 마땅치 않아 다시 서쪽 출입문이 있는 「West Yellowstone」까지 한 시간 가량을 이동하여 「Holiday Inn」에 여장을 풀었다. 이동하면서 좌우로 보이는 곳에는 솟아오르는 유황 연기 속에 간간히 간헐천이 보이고, 숲이 끝나는 광대한 초원에도 여기저기에서 하얀 수증기가 쉬지 않고 하늘로 향하는 장관을 보았다. 다만 여러 군데의 산불 흔적이 제법 규모가 큰 상처를 남기고 있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산불이 발생해도 인위적으로 진화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소화되도록 유도한다고 한다. 더구나 숲 사이로 유유하게 활보하는 이름 모를 동물 한 쌍을 목격하니 역시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2023.8.24.작성/2024.8.10.발표)
※ 옐로스톤 여행기를 3회에 나누어 올립니다. 가볍게 읽어보시고 언젠가 이곳을 방문 시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