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자 감사편지
안지선 데레사 (21구역 5반)
길었다면 긴 코로나 기간이 끝나고 다시 원상 복귀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와서 사무실 자리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눈에 띈 1층 조그마한 사무실. 보자마자 딱 내 거라 할 정로도 꽂혀서 부동산과 바로 계약을 진행하고 일사천리로 1주일 만에 세팅을 완료했다. 하필 눈이 제일 많이 올 때 사무실을 세팅한 거라서 너무 추워서 근 한 달은 사무실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 즈음 우연히 사무실 옆이 성당인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종교인도 아닌 주제에 크리스마스는 너무너무 좋아해서 일 년 중에 가장 좋아했던 혹은 좋아하는 달이 12월이었다. 11월 말부터 캐럴을 찾아 듣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그러던 중 작년에 엄마가 갑자기 떠나시는 바람에 황망하기도 하고 얼떨떨해서 내 감정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못하고 있을 때, 12월의 마지막 날 나는 나도 모르게 성당미사 시간에 맨 뒷자리에 앉아서 뭔지도 모를 상태에서 엄마의 평안을 기도했고 또 천천히 연신내로 걸어가 701번을 타고 진관사로 가서 부처님께도 절을 했더랬다. 엄마의 종교가 불교인가? 그건 아니고 그냥 옛날 사람으로서 절은 늘 근처에 있으니 1년에 한 번 석가탄신일에 등을 다는 정도였던 엄마를 따라서 어려서부터 석가탄신일에는 등 달고 찹쌀밥 먹고 했으니 나는 불교도인가? 라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주변의 돈독한 신앙인들을 보면 무교에 가까웠던 것 같다.
2024년 초부터 왜 성당이 궁금해졌는지 나는 모르겠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가끔 사무실에 들르시는 어르신분이 성당 다니시는 분이어서 그분께 여쭈어보았다. 교회처럼 성당도 그냥 미사에 참석하면 되는 거냐고 물었다. 그때 교리 수업이 있어서 그 수업을 6개월여 동안 들은 후에야 세례를 받고 정식 신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 성격대로라면 “절차가 복잡한 신앙, 에잇, 나는 거절이다” 이러면서 뒤돌아보지 않았을 텐데 이번엔 왜인지 6월까지 기다려 교리수업이라는 것을 듣게 되고야 말았다. 내가 이렇게 정성을 쏟아가며 무언가를 기다린 것도, 또한 실제 수업에 참석하게 되기까지 나를 지인들이라면 기암을 토할 일을 하는 나를 보며, 주변인들은 하느님이 부르신 게 맞는다면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했지만 6개월이 다 지나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왜 기도문은 도무지 외워지지 않고 기도는 어색하기만 한데 그런데도 발을 빼지 않고 있는 난 왜 그러냔 말이다.
그런데 다니면서 점점 명확해지는 한 가지가 있다. 비록 하느님이 무의식 중에 나를 이끌어 교리를 배우게 하시며 흔히들 말하는 하느님이 내 곁에 계신지, 어디에나 계신지 잘은 모르겠지만, 여태 껐은 신앙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나날들보다 늦게나마 신앙과 종교의 힘으로 온전히 나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마음이 싹 뜨고 있다. 6개월 여가 다 되어가는 지금 무의식 중에 “하느님”하며 기도하는 내가 되기까지 모든 것이 낯설지만,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라면 기꺼이 따라가야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