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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장마가 끝나자마자 연일 전국적으로 폭염 경보다.
이런 폭우도 최초요, 폭염도 최초라고 뉴스에서 앞다투어
보도하는 지경이다.
그런 보도를 보고 있노라니
나가는 것조차 겁이 난다.
사람이 그립고, 콧바람도 쐬고 싶지만
밖으로 나가는 대신 집에서 시원한 홍차나 우려 마시며
마냥 하는 일 없이 저녁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저녁이 되기까지 기다리기에는
하루 해가 너무 길다.
결국 참지 못하고 뜨거운 햇살만 겨우 피할 시간이 되자마자
거리로 나섰다.
집밖을 나오니 의외로 거리가 선선하다.
버스를 타고 바다로 갈 생각이었으나
그냥 걸어서 가기로 했다.
집에서 송도해수욕장까지 걸어서 반 시간.
이 정도 온도와 햇살이라면 슬슬 바람 쐬며 걸을만 하다.
바다는 여름날씨 답게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 나와 있다.
저녁시간이라 아무래도 바닷가에 있는 사람들보다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런데 백사장의 온도가
집에서 바다로 걸어 오던 열기보다 더 뜨겁다.
덥기도 하고 배도 조금 출출하기도 하여
근처 메밀국수집으로 향했다.
판모밀 한 그릇을 천천히 먹고 나니
더위가 가시고 배도 든든해 졌다.
식사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 카페에도 잠시 들렀다.
오랫만에 찾아 온 카페.
주인이 아는 척을 해 준다.
카페를 나오니 다시 덥다.
역시 여름은 여름이다.
밤에도 이리 뜨거운 데 낮에는 얼마나 더웠을까.
그리고 한 낮에 이 땡볕아래서 일하던 사람들은
얼마나 하루해가 길고 힘들었을까.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24시 마트가 눈에 들어 온다.
아니 마트가 눈에 들어 온게 아니라
마트 앞에서 붕어싸만코와 비비빅이 간절히 생각났다.
그리고 긴 여름밤 동안 먹을 셈베 등 간식 몇 개.
그렇게 주저리주저리 이것 저것 몇 개 싸들고 집에 오니
며칠 전에 주문해 두었던 흑염소 진액이 도착해 있다.
여름이 되니 체력도 많이 소모되고 또 나이가 드니
기력도 빨리 쇠하여 지는 것 같아서
몸보신을 위해서 조금은 먹어 둬야 할 것 같아서 이다.
흑염소 진액을 보니
먹기도 전에 기운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지난 밤을 보내고 또 아침.
오늘은 또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내며
보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