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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섰다.
어제 쯤 가 보려고 했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아무래도 사람이 많을 것 같아
일주일 중에서도 가장 한산한 월요일을 택해
태종대로 찾아 갔다.
영도 태종대는 언제 찾아 가도 좋지만
일년 중 이 맘 때가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태종대 태종사의 수국밭이 활짝 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엔 태종대를 일주 하는 깡통 열차도 운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고 한가하게 큰 도로를 따라
태종사로 갈 수도 있지만
황칠나무 숲길을 따라 걸으면 더욱 시원하고
운치 있게 걸을 수가 있다.
더구나 오늘은 흐리고 가끔 안개 비가
얼굴을 살짝 쓰담 쓰담 하면서 지나 가 주니
더욱 산책길이 정겹다.
몇 발자국 앞에서 부터 펼쳐 지는 자욱한 안개는
더욱 몽환적이기도 하다.
작년 이 맘 때에 찾아 왔을 때도 오늘처럼 안개가 자욱 했었는 데
아무래도 안개와 내가 인연인 모양이다.
입구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황칠나무 숲길이 끝나고
그 숲 길이 끝나자마자
태종사 수국 밭이 눈 앞에 펼쳐 진다.
적당한 때 적당한 시간에 잘 도착 한 것 같다..
역시 평일이라 사람도 그다지 없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찾아 왔는 지
여기 저기 외국인들도 많다.
물론 외지에서 온 사람들도 많다.
나 보다도 다들 더 열심히 추억 사진을 카메라에 담는다.
가끔 전문 사진사도 보인다.
안개 속이라 아무래도 더 운치 있게 잘 나오겠지.^^
끼리 끼리 이웃과 혹은 동창들이나 친구들과 찾아 온 여인들은
기념 사진을 예쁘게 담아 달라고 부탁을 해 오기도 한다.
물론 기꺼이.
여기 저기 눈에 들어 오는 예쁜 곳들을 찾아 다니며
열심히 꽃 사진을 담은 후에
다시 한 번 천천히 꽃밭을 둘러 본다.
이 번에는 아예 손에서 폰을 놓아 버린 채
순수 꽃 구경에 나섰다.
정신없이 카메라에 담느라고 미처 못 본 풍경들이
그제서야 다시 눈에 들어 오고 마음에 담긴다.
아름답고 고혹적인 안개 속 여기 저기
살며시 숨기도 하고
살짝 분홍빛 얼굴로 고개를 내밀기도 하는 수국꽃들.
얼른 달려 가 그 여인인 듯 품에 안고 싶다.
이 길
이 꽃 밭
당신과 함께였다면 더욱 즐겁고 행복이 가득 했을 텐데.
당신을 찾아 내어
함께 공주 유구 수국밭이라도 찾아 가 볼까나.
거기도 지금 수국꽃이 한창이겠지.
태종사를 나와 다시 태종대 순환길을 걷다 만난
자살 바위.
안개 속 자살 바위가 더욱 아찔 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어찌도 이리 평화로운 지.
태종대를 나와 잠시 찾아 가 본 분홍 집.
풍경이 작년만 못하다.
주인이 가꾸지 않은 듯.
어쩜 낯선 관광객들의 방문이 싫었는 지도 모르겠다.
내 부탁으로 AI가 그려 준 수국꽃 밭 풍경.
그녀의 솜씨도 대단하고 섬세 하다.
참 아름답고 예쁘다.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찾아 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