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7월 29일
文정부 ‘非전통 성장론’ 고집에 경제悲劇…생산성 제고 없인 성장 없다
노동소득분배율 줄었다는 건 통계적 착각, 최근 20년간 큰 변화없어… 소득주도성장 실패는 예견된 참사
상생·공정거래 확립만으론 고용 집중된 소기업 영세성 극복 못해… 혁신성장은 뼈깎는 구조개혁·갈등조정 감당해야 가능
27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 2분기 한국경제는 0.7% 성장했지만,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생산성 증가율 둔화세는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문 정부 경제 정책의 비극은 ‘혁신’이 아닌 ‘비전통적’ 방법으로 성장 문제를 풀고자 한 데 있다.
◇ 현 경제 상황 진단
최근 경제성장률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고 생산성 증가율 둔화세는 더욱 심각하다. 국민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00~2010년 연평균 4.1%에서 2010~2019년에는 2.5%로 하락했다. 생산성을 나타내는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은 더 낮을 뿐 아니라 같은 기간 3.4%에서 1.6%로 더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구 1인당 GDP 증가율과 생산성 증가율이 차이 나는 이유는 전체 인구 중에서 일하는 사람 비중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여성고용률과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여성고용률이 이미 높은 수준에 이르렀고 향후 고령화의 진행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향후 1인당 GDP 증가율은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에 근접할 것이므로 더 급격하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다. 우리나라 취업자 1인당 GDP는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에서 24위인 반면 근로 시간당 GDP는 32위다. 취업자 1인당 생산성 순위가 시간당 생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평균근로시간이 긴 데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근로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까지 법정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이들의 시간당 생산성이 인위적 근로시간 단축을 상쇄할 만큼 높아지지 않는다면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생산성 문제는 우리 경제성장 둔화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고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의 재점화는 기대할 수 없다.
◇ 文 정부의 실책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성장 둔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근본적인 문제인 생산성에 초점을 두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비전통적 방법으로 성장 문제를 풀고자 했다. 저성장의 원인이 GDP 중 노동으로 배분되는 몫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데 있다는 진단하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분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으로 가는 소득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끌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의 몫이 작아졌다는 진단은 통계적 착각과 계산 착오에 기인한 것이다. 최근 20년간 우리 경제의 노동소득분배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은 필자가 지난 2년간 줄곧 밝혀온 바 있다. 더 나아가 현 정부가 주장한 소비 진작, 투자 활성화, 성장 효과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인건비 상승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심각한 피해를 봤으며, 소비는 둔화했고,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등 대부분의 학자가 우려했던 바가 그대로 현실화됐다. 이런 결과들은 가계와 기업들에 관한 세부적인 통계자료들을 면밀하게 살펴봤다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점들이었다.
성장의 길은 경쟁력 즉, 생산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과거 ‘추격경제’ 때와는 달리 새로운 생산방식을 개발해 도입하거나 질적으로 우월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창출해야 한다. 이는 기업과 정부에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요구한다. 정부가 과거와 같은 산업정책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과 투자가 활성화하는 기업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주체 간 갈등을 조정해 나아가며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내실 있는 기여가 필요하다.
◇ 성장을 위한 조건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구조적 문제점 중 하나는 기업 규모의 영세성에 있다. 우리 경제에서 대부분의 고용은 규모가 작은 기업들에 집중돼 있다. 2015년 OECD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기업의 고용비중은 15%인 반면 경제 전체에서 10인 미만 기업의 고용비중은 44%, 50인 미만은 67%에 달한다. 자료가 존재하는 32개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규모별 기업분포가 가장 영세하다.
대부분의 영세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 측면의 이점을 누릴 수 없기 때문에 생산성 수준이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 증가율도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 20년간 저생산성 소규모 기업의 비중은 점차 확대돼 왔으며 현재 우리 경제의 성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의 심화로 국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연결고리가 약화해 성과의 상관관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생산성 및 임금 격차의 확대로 이어지고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업 규모의 영세성 해소를 위해서는 중소기업 보호 지원 정책이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을 양산하고 보호하면서 기업생태계를 왜곡해 건실한 중소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이 아닌지 철저하게 평가하고 경쟁력 제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시장 경직성, 규모에 비례한 불이익과 규제, 정책의 불확실성 등도 기업 규모화에 중요한 장애들로 판단된다.
또한 대·중·소기업 상생과 공정거래 확립만으로 전반적인 기업규모의 영세성이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대기업과 직거래하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생각보다 낮기 때문이다. 한국기업데이터(KED) 기업자료에 의하면 2018년 외부회계감사 대상 기업 중에서 대기업과 직접 거래한 중소기업은 26%이고 이들의 매출액 중 대기업거래비중은 평균 8%에 불과하다.
◇ 관건은 혁신 창출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핵심 조건은 혁신이 창출되는 자유로운 기업환경 조성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 개혁이 필수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우리나라 정부규제환경지수는 138개국 중 105위, 프레이저연구소의 규제환경지수로는 32개 비교국가 중 28위다. 정부는 이해당사자와 잠재적 혁신기업 간의 갈등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하며 혁신기술 출현에 필요한 규제개혁을 통해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는 사회는 성장을 멈춘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생태계의 변혁을 이끌어갈 혁신성장의 길을 열어주질 못했다. 혁신성장은 뼈를 깎는 구조개혁과 이해 당사자 간의 갈등 조정을 감당해야 하는 어렵고 인기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혁신성장이 현실이 되는 다음 정부를 기다린다.
박정수 /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문화일보
■ 세줄 요약
현 경제 상황 진단 : 올해 2분기 경제가 0.7% 성장했지만, 생산성 증가율 둔화세는 계속되는 형국임. 생산성 문제는 우리 경제성장 둔화의 본질적인 부분이어서 이를 해결하지 않는 한 경제성장의 재점화는 기대할 수 없음.
文 정부의 실책 : 한국 경제의 비극은 文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같은 ‘비전통적’ 방법으로 성장 문제를 풀려고 하면서 발생한 것.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하며, 이는 기업과 정부가 일하는 방식의 대전환을 요구.
관건은 ‘혁신’의 창출 : 기업 규모의 영세성도 한국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저해하는 요인임. 文 정부는 기업생태계의 변혁을 이끌어낼 혁신성장의 길을 열어주지 못했음. 혁신을 창출하는 자유로운 기업 환경이 조성돼야 함.
■ 용어 설명
‘비전통적’ 성장론이란 혁신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일군다는 전통적인 성장론과는 다른, 소수설에 의존한 검증되지 않은 성장론을 말함. 임금주도성장론을 본뜬 소득주도성장론이 대표적인 사례.
‘외부회계감사’는 기업과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감사인이 행하는 감사. 자산총액 70억 원 이상에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 상장(예정)사 등 요건을 갖춘 법인은 법률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아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