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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작렬하는 요즘, 어느 길을 가든 쉽지 않은 길이 분명하다.
걷는 스피트, 느낌, 거리와 환경은 상관관계가 절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 요즘이다.
지난 주말에 폭염 경보가 있었음에도,
길나섬에 대한 컨디션을 확인해보고자
길지 않은 컨디션 확인 차원에서 짧은 3-2구간 (고덕역 - 수서역)를
선택하여 걸어봄과
또한 시원한 물을 계속 보면서 걷으며 어떨까 하는 생각에
오래간만에 한강을 따라 30여 킬로를 다녀왔다.
그런데 결론은 즐거움보다는 역시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일단은 날씨를 보고 모근 것을 결정하자는 방향으로 정했다.
예를 들면 3-2 코스 걷기에서 수서에 도착하여
좀 더 발걸음을 내딛어 대모산을 넘어서 양재까지 갈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는데,
발걸음 자체가 너무 힘들어 그냥 수서에 멈추고,
대신 수서역과 연결되어 모 마트 안으로 들어가서
특히 냉장 코너 근처에서 한참 동안 쿨링도 하였고,
그냥 서있기는 그래서 겸사 시원한 먹거리를 잔뜩 사왔었다.
또한 한강길 역시 시원한 강 길과 함께
잠실, 반포, 똑섬 한강지구에 있는 수영장을 세 군데나 지났지만
시원함 보다는, 나무 그늘 없는
길나섬은 오히려 ‘노동’이라는 생각만 높았다.
어제 (7/29)는 그냥 구름, 오늘(7/30)은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고
폭염에 대한 경보, 주의보까지는 아니라서
어제 약간 늦은 시간에 서울 둘레길의 북한산 구간을 탐방 하였다.
그런데 예보와는 달리 어제는 걷는 길에 약간의 후드득 하는 정도의
비가 왔었으며, 오늘은 현재 시간까지 비가 전혀 오지 않는다.
역시 비 예보는 쉽지 않는가보다.
시작은 정릉 초등학교로 정하였고, 방향은 도봉산 방향 쪽.
전체적인 거리는17.5km 수준으로, 컨디션과 기후로 보면 크게 멀지 않은 구간이다.
즉 솔샘길 일부부터, 우이령 길을 거쳐 도봉산까지의 탐방길이다.
그런데 이 거리로는 좀 심심한 것 같아서. 우이령길 탐방을 포함시켰다. (당연 예약 필수)
참고로 우이령은, 북한산 국립공원 내
북한산과 도봉산 가운데를 가로에서 세로로 가로 지르는 일반 도로이다.
그래서 등산로 보다는 언덕길이다.
군용차량과 오봉산 중턱에 있는 석굴암으로 향하는 차들도 볼 수 있다.
이 우이령길은 북한산 둘레길의 마지막 21번째 코스이고
오봉산을 오롯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이 둘레길 중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은
길 한가운데쯤 있는 오봉산 중턱에 있는 석굴암이다.
또한 개방이 덜 된 탓에 길이 깨끗해서 맨발로 걷는 것이 장려(?) 되는 곳이다
출입은 우이동쪽과 경기도 양주의 교현리 쪽이며
하루 탐방색 인원은 총합 1000명이다.
당연히 가을에는 넘치고, 여름과 겨울에는 헐렁하다.
또한 이 도로의 개방에 대한 여론이 높기도 해서 (주로 경기도쪽 사람들)
교현리의 경기도 양주시에서는
작년 10월쯤 양주시장과 1000여명의 시민이
우이령길을 사전 예약 없이 자유자재로 왕래해달라는
서명을 위한 걷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환경오염을 염려하는 환경론자와 첨예한 대립이 있다.
유흥준 교수의 비유에 빌어보면,
사람 때가 한번 지나가기 시작하면 풀 한포기가 남지 않게 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은 모 부대의 유격 훈련장이 있고
군사도로의 성격도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쉽게 열릴 것 같지는 않은 생각이다.
그런데 우이령길을 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북한산 동편의 흰구름길, 순례길, 소나무숲길을 걷다가 우이령을 거쳐서
다시 어떻게 도봉산역쪽으로 오는가가 문제였다.
한가지는 교현리로 나가서 시계방향으로 돌아
송추마을길을 지나 산너미길을 통해서 시계방향으로 도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우이령길을 다시 돌아와서
우이동 입구에서 왕실묘역길로 가는 방법이 있다.
거리를 따져보니 전자의 방식으로 하면
전체적으로 걸어야 하는 거리가 40여 킬로를 훌쩍 넘어서야 하며
후자는 약 33킬로 정도 된다.
그래서 후자의 방식을 선택 하였다.
폭염 경보/주의보는 아니었지만 무더위 속에 멀리 걷기에 한계도 있고,
또한 우중이라서 비라도 오면 그렇고,
또한 산너미길, 보루길 등 의정부 쪽의 높은 곳은
가을 낙엽 시즌에 다시 와보기로 한 터이다.
그래서 우이령길을 turn around 하는 왕복으로 횡단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雨中이지만 폭우 며칠 뒤의 불암산 탐방길처럼 물이 넘쳐 나지는 않았지만
운치 좋고 보기 좋게 흐르고 있었다.
다만 북한산의 계곡은 엄격한 제한이 있어서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서
멀리서 보고 감상하는데 그치기만 했다.
그렇지만 멀리서 감상하는 것과 또한
둘레길 옆에 흐르는 시냇물로
땀으로 뜨거워진 얼굴과 손을 씻는 것만이라도
그 가치는 충분하였던 것 같다.
이 물이 얼마나 깨끗한가를 나타내주는
바로메터가 있었는데
어제 탐방 초입의 성북생태체험관쪽 연못이었다.
이 연못은 흐르는 물 중간에 조성을 해 두었는데,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물 속의 잉어가
물 없이 그냥 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영어의 맑고 투명하고 분명하게 알았다는
“crystal clear" 이라는 단어가 저절도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이 뿐 만이 아니라
어디건 지나는 계속의 물은 정말 깨끗함 그 자체였다.
사람의 접근을 막는 이유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비 온 후의 덕분에 둘레길 길나섬의
즐거움 중의 하나인 전망대에서의 너른 뷰를 얻을 수 있었다.
산 또는 높은 곳에서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산들이 겹겹이 포개져서 거리에 따라
다른 색깔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수락산 옆을 지나 그 뒤쪽의 멀리 있는 산들의 모습을 보니
전망대에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깊은 여름이 가면 곧 가을이 온다.
그런데 벌써 가을을 느끼게끔 하는
장면도 가끔씩 나타난다. 땅에 떨어진 밤송이도 그 중의 하나다.
우이령 둘레길은 4년만에 가보는 길이었다. 그 때는
가을녘이었고, 모임에서 야유회 차원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나만의 혼자 탐방.
그래서 고즈넉하게 길과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여름이라 비수기라서 길은 정말 한가했다.
거의 그 수를 헤아릴 수 있는 수의 탐방객들.
본 사람만 50명도 안되는 것 같다.
우리령 둘레길에서 석굴암을 방문하지 않으면 앙꼬빠진 찐빵이다.
석굴암은 오봉산의 한 6부 능선인 약 380미터 있는 절이다.
그래서 매우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둘레길보다도 이 오봉산 길에서 많은 방문객, 탐방객들을 볼 수 있다.
둘레길에서 서굴암 왕복은 거리상 약 1.5 킬로가 된다.
하지만 도로의 경사가 매우 높다.
오봉산 직벽을 배경으로 하는 일주문에서부터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또한 투명 아크릴로 만든 이정표가 풋풋하다.
석굴암에는 다른 절과 달리 윤장각이 특이하고,
또한 석굴암이라는 이름을 붙게 한 석굴전(나한전)이 있다
법당안의 선풍기가 고즈넉해 보인다.
가뭄이라서 물을 아껴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약수터에서 물 한 그릇을 마셨다.
다행히 비가 와서 물을 마시는데 좀 덜 미안했다.
가을녁에 다시 와볼 곳이라고 마음속에
점을 찍고 다시 출발을 하였다.
우이천을 따라 교현리 방향으로 걷게 되는데
수풀이 울창해서 우이천 계속의 물은 볼 수 없고 다만 물소리만 들을 수 있었는데,
간간히 드러나는 계곡물은 깨끗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곳에는 출입금지라는 푯말만 여지없이 붙어있다.
그렇게 물소리와 숲을 감상하면 이내 교현리 탐방소에 다다른다.
잠시 벤치에 앉아서 정비와 간식,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리턴매치.
같은 길 다른 느낌을 이렇게 하루에 단 몇 분 차이에
다시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령 둘레길은 전체적으로 마사토로 되어 있고
석굴암 입구를 중간으로 하여 우이령길을 반으로 나누면
동편은 조금 길이 성기고, 서쪽은 평평하고 무난하다.
각 둘레길마다 대표적 심볼 그림이 있는데,
이것들이 북한산 둘레길 (서울 둘레길과는 다름) 전체 21구간의
스탬프 그림이 된다.
우이령길은 다름 아닌 맨발. 즉 이길은 맨발로 걷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그래서 정말 그런걸까 하고 보면 맨발이 많다. 한 20% 이상은 되는 것 같다.
특히 서쪽 구간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길은 오던 길과 달리
점심 때가 되어서 그런지
가던 때와
대부분 피크닉 테이블에서 삼삼오오 식사 중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우이동쪽 우이령길 입구.
경전철인 우이선의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더불어 우이령 입구에서 왕실묘역길 가는 도로도 정비 중이다.
새로운 이정표, 그리고 보도블록길도 작업 중이다.
그렇게 다다른 무난한 왕실묘역길.
원당 약수를 지날 때마다
이 곳은 꼭 경주 포석정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패트병을 수도꼭지처럼 활용해 둔 것도
유니크 하다.
정의 공주 묘역 뒤쪽의 사천 목씨 선영 근처에는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며 한참 공사 중이다.
비교적 조용하던 방학동 길 시작 입구는 조금 번잡해질 듯 싶다.
방학동길은 방학동 뒷 동산이라서 그런지
부부가 함께 걷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쌍둥이 전망대 근처
앞서 가는 어떤 50~60대 부부 앞을 추월 해가는데
뒤에서 하는 이야기가 들린다.
여자, “요즘 tv 보면 이경규도 딸애가 한명이고, 김구라도 아들이 한명이고
그렇게 돈을 잘버는 연예인도 모두 한명만 낳고 사는데,
돈도 없으면서 애는 왜 그렇게 많이 낫자고 했냐?“ 하고 타박한다.
이제 질세라 남자도 디펜스 한다
남자, “대한,민국, 만세도 그렇게 송일국처럼 다둥이로 낳고 사는 사람도 많어”
이에
여자, “그건 한번에 세명 나은거지. 내가 말하는 건 한명이 아니라
한번만 낳으면 된다는 이야기지..“
암튼 남자도 머뭇머뭇 변명? 설명을 할 때마다
부인한테 “열나게” 한소리 들으면서 걸으신다.
나는 앞으로 걸으면서 그냥 킥킥 웃으면서 앞서나갔다^^
또 한명의 부부를 지났는데, 둘이 손잡고 듀엣으로 열심히 노래를 부르면서 간다...
어쨌뜬 길 위에서의 행복이다.
무수골 입구의 무수천에는 텐트와 물놀이 하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도봉사 옆을 지나 도봉산 입구의 도봉천에서 많은 물놀이 객들로 북적인다.
주마간산 격으로 여태 지나면서 보지 못했던
도봉사의 경내 지도는 참으로 해학이 넘친다.
그래픽으로 말끔하게 그려진 경내 약도.
그렇게 어제 (7.29) 탐방을 마무리하고 지하철에 올랐다.
전체 구간은 약 33km이며 8시부터 오후 2시 반이었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각 코스의 다름이 아니라
같은 코스라도 계절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즐기는 것도
또 다른 길나섬의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첫댓글 서울둘레길을 마치며, 우이령길로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사전예약 필수라길래 ~일주일전-가입 관문을 거쳐 예약하려니-아~벌써 완료!;;;
무척 아쉬웠어요. 대신 이번주는 다른길 걷으며 아쉬움 달래려고요. 12월안에 꼭 가보리라 계획합니다
소그미님 글 읽으며 가끔 복습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토란님.... 서울둘레길 완주하시느라 수고 많으셨고 감축드립니다. 완주를 하심으로써 앞으로는 그 어떤 길도 어렵지 않게 가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제가 적어 놓은 것은 약간의 가이드를 드릴 수준입니다... 길 이야기 외에 딴 이야기(!)가 많아서리...^^ 우이령길은 가을에 hot 시즌이라서 그럴것 같습니다. 단체로 예약을 많이들 해서요. 앞으로 기회가 많으실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한번 완주 축하드려요...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예약하는 길도 있었군요. 저는 이제사 알았지만
뭔 소리린지 모르것어유!
오늘 모처럼 시간이 남아서 소그미님 처음부터 탐독중임다!
에그 별걸 다 탐독하시네요. 오래전 글입니다... 성하.. 한참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심동.. 깊은 겨울이네요...우이령길은 사전 예약제 입니다. 한양도성길과 달리 그냥 ID만 있으면 가는 곳이 아닙니다..ㅎㅎ. 참고하세요.
https://reservation.knps.or.kr/information/trailInfo.action
여기는 국립공원 사전 예약 사이트인데, 이 중에서 우이령길을 클릭하여 예약해야합니다.... 참고하세요.
@소그미 탐독하니 이런 정보도 얻고 좋네요.
조만간 이용하는 날이 있으리라ㅡㅡㅡ
@화수분 예. 그러시길 바랍니다. 우이령길은 국립공원 중의 일부이고, 국립공원 중 탐방 예약해야 방문할 수 있는 곳중입니다. 그래서 id 하나 만들어 놓으시면, 해당되는 모든 국립공원 예약하실 때 활용 가능합니다.. 부지런도 하시네요...
후훗~~이 글들을 다시 보자니^o^
우이령을 드뎌 걸었죠 타박타박~~우이령길과
석굴암 사진들이 이제야 명확하게 보이네요 끄덕끄덕~~불이문도 한눈에 촥~~역시 사진 잘 찍으세요★★
에공. 아주 오래전 글인데.... 조금 있으면 일년 다 되어 가는 길 글이네요.... 저도 지난 달에 한번 다시 가려고 했는데, 같이 가려고 했던 "지인"께서 갑자기 일정을 바꾸셔서, 출입 등록만 하고 no show 였습니다. 올해 다시 가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