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강의(經史講義) 11 ○ 논어(論語) 4 갑진년(1784)에 이서구(李書九), 정동관(鄭東觀), 한치응(韓致應), 한상신(韓商新), 이형달(李亨達), 홍의호(洪義浩), 한흥유(韓興裕) 등의 대답을 뽑았다
학이(學而)
여기 ‘천승의 나라를 다스리되[道千乘之國]’라고 하였는데, 단지 천승(千乘)만 거론하고 만승(萬乘)에까지 미치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만승의 나라는 이 다섯 가지로 다스릴 수 없는 것인가? 주자가 천승을 풀이하기를 “제후의 나라이니, 그 땅이 병거(兵車) 1천 승(乘)을 낼 만한 곳이다.”라고 하였는데, 후세 학자는 또 “왕기(王畿) 100리 안이 육향(六鄕)이 되는데, 육향에서 내는 병거가 1천 승이다. 이 장의 천승은 사실은 천자의 나라에 해당한다.”라고 하였다. 이 학설이 어떠한가?
[홍의호(洪義浩)가 대답하였다.]
후세 학자의 학설은 신이 미처 그 득실을 고찰하지 못하여 감히 억지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개 부자가 전국(戰國) 시대에 살면서 당시의 제후로 하여금 거행하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천승으로 말한 것입니다. 그 실제로는 이 다섯 가지를 시행하면 천승과 만승을 막론하고 모두 잘 다스릴 수가 있습니다.
무엇을 경사이신(敬事而信)이라고 하는가? 경(敬)이 주일무적(主一無適)의 경(敬)이라면 임사외근(臨事畏謹)의 경(敬)과는 같지 않으니, 마땅히 체(體)로 말해야지 용(用)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자기 몸을 닦기를 경(敬)으로써 하는 것은 요순(堯舜)도 잘하지 못함을 병통이라고 여겼는데, 정자(程子)가 “이 말이 매우 천근(淺近)하다.”라고 한 것은 어째서인가?
[홍의호가 대답하였다.]
《집주》에 이른바 주일무적이라고 한 것은 또한 일에 있는 것으로 말한 것이지 마음에 있는 것으로 말한 것이 아니니, 저 ‘자기 몸을 닦기를 경으로써 함[修己以敬]’의 경(敬)과는 체용(體用)과 대소(大小)가 본디 전혀 다른 것입니다.
언행(言行)은 별도로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고 뭇사람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친애하고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는 것이 바로 그 대강(大綱)이다. 그렇다면 근이신(謹而信)이라는 한 구절은 거의 그냥 덧붙어 있는 말이 아닌가? 아니면 이 언행이 효도와 공손과 친애와 사랑 이외의 자잘한 말과 자잘한 행동으로써 말한 것인가?
[이서구(李書九)가 대답하였다.]
효도와 공손과 친애와 사랑이 비록 언행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지만 사람의 일상생활은 또한 이 몇 가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니, 또 굳이 근이신을 말한 것은 포함되지 않음이 없도록 하고자 한 것입니다.
무첨(無諂)과 무교(無驕), 낙(樂)과 호례(好禮)는 두 사람을 가지고 말한 것인가, 아니면 한 사람을 가리켜 말한 것인가? 《어류(語類)》에는 “어떤 사람이 본래 낙과 호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무첨과 무교로부터 이루어 나간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두 사람으로 말한 것이고, 《집주》에는 “자름이 없으면 갊을 베풀 곳이 없고 쪼음이 없으면 문지름을 둘 곳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한 사람으로 말한 것이다. 배우는 자는 어느 것을 따라야 하는가?
[한흥유(韓興裕)가 대답하였다.]
이 장의 뜻은 아마도 《집주》의 학설을 정설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절차탁마로 풀이한 것만 그러할 뿐이 아니라, ‘이미 능한 바를 허여하고 아직 이르지 못한 바를 면려한 것이다’라는 것도 또한 자공(子貢) 한 사람의 신상으로 말한 것입니다.
위는 학이편(學而篇)이다.
[學而]
此云道千乘之國。只擧千乘而不及於萬乘者何也。萬乘之國則不可以五者治之歟。朱子之訓千乘曰諸侯之國。其地可出兵車千乘者。而後儒又謂王畿百里之內爲六鄕。六鄕所出之兵車爲千乘。此章千乘。實該天子之國。此說何如。義浩對。後儒之說。臣未及考其得失。未敢硬定。而大抵夫子處於戰國之世。欲使當時諸侯。擧以措 之。故以千乘爲言。其實行此五者則勿論千乘萬乘。皆可得而治矣。何謂敬事而信也。敬是主一無適之敬。則與臨事畏謹之敬不同。當以體言。而不當以用言。然則修己以敬。堯舜其猶病諸。程子以爲此言至淺者何也。義浩對。集註所謂主一無適者。亦以在事而言。非以在心而言。與夫修己以敬之敬。體用大小。固自迥別。言行不是別有事在。入孝出弟。愛衆親仁。餘力學文。卽其大綱。則謹而信一句。不幾於衍語耶。抑此言行。以孝弟親愛之外。瑣言細行言耶。書九對。孝弟親愛。雖不外於言行。而人之日用動靜。亦不止此數者。則又必以謹而信言之者。欲其無所不包也。無諂無驕。樂與好禮。是就兩人說歟。抑指一人說歟。語類曰有人合下能樂與好禮。不是從無諂無驕做成。此以兩人言也。集註曰不切則磋無所施。不琢則磨無所措。此以一人言也。學者將何適從。興裕對。此章之義。恐當以集註爲正。不特切磋琢磨之解爲然。許其所已能而勉其所未至者。亦就 子貢一人身上言也。以上學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