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소를 팔고 땅을 팔아 자식들의 학비를 댄다고 하여 `우골탑(牛骨塔)`이라고 했다지만 요즘은 남편의 월급으로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어, 어머니라도 부업을 해서 등록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가 `모골탑(母骨塔)`이다. 대학은 진리와 예술을 탐구한다는 의미로
상아탑(象牙塔)이라고 부르는데 빗대어 만든 신조어들로 자식 잘되기만을 바라는 높은 교육열이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이래저래 부모의 교육열은 수치로 환산하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세계 1위 자리를 절대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박근혜를 낙마시킨 단초(端初)는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사건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했던 어머니 최순실의 잘못된 욕심이 화근이 된 것이다. 또, 새 정부 출범초기부터 곤욕을 치른 총리 등 각료 임명자들의 위장전입 문제도
본질적으로 교육열 과잉에 있다. 명문고교와 일류대학 진학을 위해 자녀의 주소지를 실제 살지도 않는 곳에 허위로 옮겨 놓은 것이다. 물론 빗나간
교육열이다. 양심과 도덕성을 넘어 국민으로써 기본을 벗어났다. 공직에 임명된 이들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지 의문스럽다.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교육 예찬론자다. 침이 마르도록 격찬했다. 2009년 취임 직후, "한국 교육열을 배워야
한다." 2010년 9월, "한국의 교육 경쟁력은 높다." 2011년 1월, "한국은 전 세계 교육의 대표주자다." 그해 9월, "수학과
과학에서 미국 아이들을 능가하는 한국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그는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격찬한 것이다. 폐허 더미에서 경제대국을 일군
`한강의 기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한강의 기적`이 실린다고 한다. 미 대학입시위원회(CB)는 6ㆍ25전쟁 이후
우리나라의 고속성장 과정을 이르면 올 가을학기부터 다루기로 했다고 한다. `오바마 격찬` 2탄인 셈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지만 1950∼80년대 가난한 우리의 부모들은 "자식은 나처럼 살면 안 된다"며 자식을 공부시켰다.
소를 팔고, 팔게 없으면 품팔이라도 했다. 우리나라 사전에만 있는 말 우골탑(牛骨塔). 그로부터 시작된다. 그 탑은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
희생으로 쌓은 `가족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이 같은 한국인의 교육열은 사회계층 구조의 재편에 기인한다는 생각이다.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기존에 있던 사회적 계급은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한국전쟁이란 무차별적이고 거대한 폭력 앞에서 사람들은 체험적으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것을 체험했을 것이다.
단기간에 전개된 이러한 급격한 사회 이동으로 인해 도시에 몰려든 사람들은 또다시 지위 획득을 위한 경쟁에서 비슷한 출발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70만의 일본인이 축출된 상황에서 고위직이나 전문직들을 학교 학력을 취득한 사람들이 선점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학력 경쟁에 `봇물이
터지듯` 뛰어들기 시작했다.
또, `개천에서 용난다`, `형설지공(螢雪之功)` 등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듯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오로지 시험을 향한 계획과 노력으로
계층 이동을 이뤄낸 `학력 엘리트` 사회가 가능했다. 학력은 집이나 재산이 없어지더라도 효력을 상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자식의 학력은
부모에게, 특별히 남자 자식의 학력은 가족에게 생명 보험과 같은 역할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순실`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사자성어에서
빗나간 교육열의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기사입력: 2017/09/25 [15:31]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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