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가을 20기 여교감 8명은 부산 동신중, 혜화초, 전포초, 부산 다문화센터를 방문하기로 했다. 신복로터리에 도착하여 조금 있으니 이교감이 오고 이어 김교감이 왔다. 우리는 각자 강교감과 박교감의 차에 나누어 타고 부산으로 갔다. 아직도 신출래기 교감들이니 이야기 소재도 업무 관련이다. 학폭가산점을 어떻게 부여하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교장과의 관계 등을 얘기하느라 바쁘다. 다들 교감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쉴새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새 부산에 도착했다.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동신 중이다. 지킴이의 안내로 차를 주차한 뒤 도서실로 들어가서 교무부장의 브리핑을 들었다. 동신 중학교는 공간혁신으로 유명하다. 학생들의 작품들이 복도 여기저기에 게시되어 있다.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것이 많다는 취지로 게시했다고 한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해 남는 교실을 이용한 사례도 유명하다. 건물의 중앙 교실 2개를 터 천정을 높이고 학생들의 쉼터로, 혹은 광장처럼 모여서 토의를 하거나 버스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학년당 학생수가 50여 명이기 때문에 학년단위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실 문이 커피집 처럼 투명유리벽문이다. 이 시기의 학생들이 좋아하는 컴퓨터실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보내는 것을 감시하는 역할도 한단다.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또 하나의 특색은 상자 텃밭이다. 상자로 된 텃밭에는 배추와 무가 자라고 있다. 배추는 작황이 좋지 않으나 무는 제법 영글었다. 이 것들을 이용하여 김장을 하고 이웃의 독거노인들에게로 배달 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이웃사랑 봉사활동인 셈이다.
동신 중학교를 나와 혜화초등학교로 향했다. 제법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현관에서 교장선생님이 기다라고 계셨다. 현관부터 시작하여 복도에 각종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들이 입체적으로 제작되어 있다. 학생들의 미술 활동은 아동미술 전공자나 교수들이 지도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일반학교에서 보는 미술 작품보다 질이 나아보인다. 소재도 다양하고 방법에도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음악실도 동서양의 관현악기를 전문가들이 지도한다고 한다. 영어실도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지도하는 원어민교사가 있어 영어와 예체능에서 학생들은 일반학교와는 다른 수준 높은 지도를 받는 것 같다. 이 곳은 사립학교로 연간 천만원의 학비를 낸다고 한다. 1학년과 2학년은 6교시까지 수업을 받고 3학년 이상은 8교시까지 수업을 받는다고 한다. 방과후 강좌가 있긴하지만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고 한다. 또한 이 학교의 특색은 다도를 배우며 예절을 익힌다고 한다. 수준이 높은 가정의 자녀인 만큼 학폭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학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라도 이 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의 웃는 얼굴은 정말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교실에선 보조교사가 있어 생활지도와 각종 잡무을 담당해 준다고 한다. 대신 본 담임은 학습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한 기술이 있어야 하리라고 짐작해 본다. 진주교대 출신의 교장 배웅을 받고 전포초로 향했다. 전포초 후문을 찾느라 좀 헤매었다. 이 곳은 지킴이가 둘 이다. 정문과 후문에 각각 배치되어 있었다. 처음 찾은 정문엔 차를 세울 수가 없어 후문으로 가서 차를 주차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후문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서 알탕, 생선구이, 생대구탕 등을 시켜 먹었다. 반찬이 깔끔하고 맛있었다. 특히 다시마와 함께 먹도록 나온 젓갈이 맛있어 추가로 달라고 해서 먹었다. 생선구이와 함께 나온 국도 깔끔한 맛이었다. 이 곳에서 이교감은 학교 행사때문에 다시 울산으로 갔다. 남은 일행은 점심을 먹은 후 전포초로 이동하여 먼저 교장 선생님과 대화를 하였다. 잘 생긴 외모에 담백한 언어 구사. 똑똑한 후배들이 알아서 잘 하니 그저 격려하고 믿어주라는 말씀을 남겨 두고 리더교사와의 만남으로 인계하셨다. 그 곳 교장 역시 진주교대 출신이었다. 자랑스러운 후배들이다. 리더교사들은 의욕에 차 있었다. 전국에서도 많은 교사들이 이들에게 배움을 청하러 온단다. 열정과 자부심으로 가득한 이들의 설명을 들으니 우리학교 교사들도 꼭 만났으면 했지만 우리가 잡은 일정에는 다른 계획이 있어 이들과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시계를 보니 4시 40분을 향하고 있다. 이 학교의 퇴근 시간이 4시 30분이라고 했는데 너무 많은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이로써 전학굥 하루 일정을 마쳤다. 학교 주변 가로수가 온통 노랗다. 은행나무 길이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바라보며 우리의 숙소로 향했다.
해운데에 있는 앙코르 호텔이다. 그 곳에서 여장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 가까운 곳에서 낙지 볶음 먹고 커피 집으로 가서 환담을 나누고 다시 호텔로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은 호텔식으로 아침을 먹은 후 해운대 바다 구경을 갔다. 모래사장에는 각종 구조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35년 전 해운대에 왔을 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다. 그 땐 넓고 기다란 모래사장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보다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아담한 해운대이다. 게다가 모래사장에도 밤이면 다양한 불빛으로 화려한 연출을 하는 듯하였다. 이 곳에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부산다문화센터로 향했다.
부산 다문화센터에서 담당 장학사로부터 다양한 정보를 전수 받은 뒤 센터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중 1층 구석에 마련된 퇴직교직원센터를 방문하였다. 퇴직을 앞둔 우리로선 궁금증이 생겼다. 이 곳은 부산에 거주하는 퇴직교직원들의 인생 3모작을 여는 곳이라고 해야겠다. 이 곳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10가지 이다. 학교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하루 봉사활동비로 2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돈을 받는 것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퇴직후 연계 활동을 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둔다. 그 동안의 경험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한 보람인 것 같다. 각종 문화센터가 있어 배우러 다니기는 하지만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여 전학공의 활동은 마무리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이 곳도 노랗다. 온통 은행잎들이 잎을 수북하게 달고 서 있었다. 학교 담장을 따라 각종 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다. 몇몇 공예품들을 구경하고는 본 죽에서 저녁을 먹은 후 다시 울산으로 돌아왔다.
학교업무에서벗어나 머리도 식히고 동료들과 정보도 나누고 뭔가를 배우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기획에서 진행까지 일사천리로 해 나간 능력자 강교감 멋져요!
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