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밀도 있게 전개되는 개인의 전기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은 네 개의 시기를 교차 편집하여 이야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학업과 결혼, 그리고 과학자로 명성을 쌓기까지 초기의 삶, 히틀러 나치에 앞서 핵폭탄 제조에 나선 맨해튼 프로젝트의 수장으로서 1942년부터 1945년까지의 시기, 공산주의 동조자로 심문받고 정부 보안 허가가 취소된 1954년, 그리고 정치적 야망을 위해 오펜하이머를 궁지로 내몬 음모가 밝혀져 몰락한 루이스 스트라우스가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1959년의 상원 인준 청문회까지, 놀란 감독은 예의 본인의 장기인 시간 순서 배열은 물론, 흑백과 천연색의 교차, 과학적 이론과 실험의 시각화까지 이전 작품목록에서 보여준 연출력의 총화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중대한 네 시기를 매끄럽게 넘나들며 감독은 서로 다르지만 상통하는 시나리오의 상호 연관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종극에는 이 영화가 결국 한 천재적 과학자의 초상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는 걸 증명한다. 그 안에는 역시 양자 이론, 핵물리학, 이념, 정치적 독단주의와 같이 다양한 논쟁거리가 공존하며, 관객 각자의 다양한 시각과 생각에 따라 여러 가지 해석과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중립적 태도를 보인다.
오펜하이머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내면을 관통하는 음악은 스웨덴 작곡가 루드비히 괴란손(Ludwig Göransson)이 맡았다. 2020년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은 < 테넷 >(Tenet) 이후 놀란 감독과의 협업을 재개한 그는 우선 연출가의 취향과 의중을 간파한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줄리언(David Julyan)과 한스 짐머(Hans Zimmer)가 놀란의 영화 세계에 새겨넣은 음악의 일반적 질료뿐 아니라, 장점을 흡수했고, 진일보한 단계로 업그레이드해냈다.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압도적인 불협화음과 대기를 공진하고 공감각적인 분위기를 창출하는 전자음의 결합, 그 결과물은 인간의 내면, 즉 감정과 감각, 심리의 변화에 밀접하게 조응하는 한편, 차원을 초월한 공간과 상상의 저편을 음표로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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