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숙한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
( 교실 경쟁교육은 이제그만! )
이영호
물건을 사러 마트에 들렀다.
사려고 하는 달걀에 특란, 일등란. 일반란으로 구분되어 값이 차이가 있다. 일반란을 샀다. 또 다른 옆에 쌀값도 특, 일등, 일반으로, 과일에도, 다른 물품에도 차등을 메기고 값의 차이를 두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비교와 선택하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남보다는 나부터, 내 자식이 학교에서 공부 일 등 하기를 원하고, 일류학교에 입학하기를 원하고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취직하여 근무하기를 원하고, 운동 시합에서도 즐기려고 하는 것보다 이기려고, 이겨서 일등을 원한다,
우리는 과연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
일제의 식민지 생활에서 압박과 설음, 나라 잃은 슬픔에 시달려야 했고, 해방의 기쁨도 느끼기도 전에 미,소 냉전체제 속에 희생양이 되어 남북이 갈라지고, 이산가족으로 배고픔과 힘든 삶을 살게 했고, 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장 최빈국이었으며 잘살아 보겠다는 일념으로 새마을 운동과 월남파병, 중동 건설, 파독 광부, 간호 등 갖은 고생을 감내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나라다.
애써 이룩한 나라를 이제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살만하게 되니, 국민을 위해 일을 해야 할 위정자들이나 일부 공직자들이 자기당의 이익을 위한 권력투쟁에 몰두하고 있고, 법치가 아닌 인치로 선량한 민중을 괴롭히고 실망에 빠트리고 있다.
일등을 좋아하고 남보다 더 많이, 더 높게, 더 잘난 체, 경쟁과 일등을 위한 사회 분위기의 삶 속에서, 극단적인 개인주의가 시장을 구매하는 지식교육이 낙오자들에게는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자기착취(自己搾取)로 인해 스스로 노예와 열등의식에 의한 이념적인 지배가 저항이 없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유 있는 자, 권력자들이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 이기심과 개인주의가 팽배하여 욕심을 차릴수록 힘없는 약자들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늘과 땅이 있고,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 삶을 위한 경쟁이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금의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현실은 어떤지 살펴본다.
청소년 자살률 1위의 나라.
경쟁교육으로 입시지옥에 시달리다가, 능력주의의 폐자들은 결국 절망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안타깝게 죽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 청소년 행복지수 OECD 회원국 중 꼴찌이다.
노동자 사고사율 1위의 나라.
일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죽는 숫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시간이 가장 긴나라.
저 출산율 1위의 나라.
결혼 적령기에 있는 젊은이들이 결혼했더라도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자식을 낳아 현실을 살아가기 힘들어서 ‘혼족’이 늘어나고 ‘헬조선’속에 젊은이들은 허덕이고 있다.
노인 빈곤, 자살률 1위의 나라.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다보니 비관해서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스마트폰 개인 소지 1위의 나라.
사립대학이 가장 많고, 등록금도 제일 비싼 나라.
경쟁과 승부욕이 심하여, 등수와 관련된 것을 보면,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좋아하고, 고스톱, 도박게임을 좋아한다.
허황한 꿈과 불로소득을 갖게 하는 로또 1등 당첨, 한탕주의가 복권을 사게 한다. 심지어 노래방에서도 한 곡 부르고 나면 점수가 화면에 뜬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취하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경쟁과 능력주의가 만들어 놓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는 서열, 학력, 학벌 계급사회의 특권의식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서 신과 같은 존재 ‘돈’이 우월한자가 열등한 자를 지배하는 황금만능주의, 사용자와 노동자의 갑을관계로 변해버렸다.
얼마 전 초등학교 교사가 자살하였다. 현실교육이 만들어 낸 비극이다.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독일을 비롯한 대다수의 유럽 국가가 68혁명 후 대학입시제도 폐지, 서열화 폐지, 등록금 폐지를 하고 있는데, 유독 영국, 미국 등 몇 나라들이 지속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미국식 교육제도를 받아들이고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가 주장하는,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대학입시제도 철폐, 대학 서열화를 없애고, 대학 등록금도 없애고, 교권을 회복하고, ‘교실 경쟁교육은 인제 그만’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의 인간으로 길러야 한다는 데 공감, 나 역시 청소년 시절 경쟁교육을 받았고, 중등교사가 된 후 경쟁교육을 시킨 장본인으로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적극 환영한다.
대낮에 불특정 다수에게 칼부림하여 사람을 죽이고 있다. 매일 같이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극단적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특권의식, 신분사회에서 숨을 쉬고 사는 것이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희망적인 특별한 해답은 없는지? 국민 대다수는 정직하고 선량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과욕을 부리는 기득권자들이 문제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가, 아직 남북분단으로 긴장 상태이다, 예측 불가능의 시대, 21세기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갑과 을이, 금수저와 흙수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길, 경쟁이 아닌 협력하고 연대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완전한 성공을 위해 정책을 통한 올바른 처방은 우리나라가, 인공지능 시대에 머리 좋은 젊은이들이 의사, 판검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첨단 산업 분야에 투입,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극단적 양극화로 인한 빈부의 격차를 줄이고 독점이 아닌 서로 협력하며 서로 도움이 되는 세상으로 살아가야 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경쟁으로 인해 승자만 살아남는 자본독재로 인한 사회적 갈등보다 함께 연대하는 사회를 국민은 원한다.
행복한 삶은 누구나 원한다. 꿈 많은 청소년에게 서로 비교하며 경쟁교육과 이기적인 삶을 살게 할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사회적 가치로 존중되고 더불어 내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며, 교육개혁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꿈꾸는 유토피아로 이어질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나의 손자, 손녀들이 어릴 때부터 대학입시를 위해 지옥 같은 학교, 학원 생활이 아니라, 친구들과 뛰놀고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지내는 청소년기가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노파심에, 정부나 정책당국은 눈감고 가만히 있을 것이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희망을 기대해 본다.
2024.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