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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log.naver.com/ktusjye/221300895668
출장 마지막 날이다.
어제 아침, 비에 잠깐 흐리긴 했지만
요 몇 일, 맑고 화창한 날이 계속된다.
상관관계가 있겠지만 공기도 아주 좋은 상태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서 나와
미리 검색해둔 수리산을 찾아 4호선 전철역을 찾는다.
명학역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주등산로로 보이는데
1호선 환승이 번거롭고 시간을 줄여야한다.
금정역에서 내리는데 출입문을 나서자
바로 앞에 전철이 문을 열어놓은채 정차하고있다.
내가 탔던 전철에서 내린 많은 사람이 옮겨타고있다.
순간 '저 많은 사람들이 역을 지나쳤나?', 의아하다.
상황파악이 끝나기도 전,
문이 닫히고 전철은 출발한다.
특이하게도 4호선과 1호선 환승하는 곳이
철로를 건너지도 않는 바로 앞에 있었던거다.
후회는 이미 늦었고 8번 출구로 나선다.
외곽순환도로가 수리산 구간을 통과하는,
수리터널을 잇는 안양고가교 높은 교각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간다.
조금 더 올라가다 막다른 곳에
현대식 건물 사찰이 보인다.
대한불교 여래종 '약사사' 오른쪽에 계단이 있다.
계단을 올라가니 철책 출입문을 만난다.
터널을 나와 고가를 잇는 왕복 8차선 대로를 질주하는
차량 소음을 벗어나픈 욕심까지 더해져
심한 경사로를 급히 오른다.
나무 그늘이 있고
이제 초입에 들어섰을 뿐인데 금새 땀이 배어난다.
이미 도로 높이보다 한참을 올라섰는데도
차량이 고속으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따라온다.
잠깐 이어지는 평지가 반가운 즈음
길섶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보인다.
나는 언제쯤 저 벤치에 앉아 여유를 만끽할수 있을까?
쉴새없이 산길을 걷는다.
길 한쪽에 다듬지않은 통나무 두 개가 길게 늘어져있다.
가만히 보면 그 상태로 버려진 것이 아니라
앉아 쉴 수 있는 투박한 의자로 배치해놓았다.
관모봉까지 직진 1.2킬로미터,
오른쪽은 명학역으로 내려가는 고갯마루 이정표다.
아마도 명학역에서 출발했다면
여기로 올라오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경사가 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한동안 능선길이 평평하게 이어진다.
이번에는 오른쪽에 돌로 만든 의자가 보인다.
갈림길이 나타난다.
앞쪽 잎으로 가려진 길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된다.
조금 더 올라가자 관모봉 아래,
이름까지 가진 '관모쉼터'가 있다.
수리산 등산로 안내도이다.
다시 시작되는 오르막길은 제법 경사가 있다.
한껏 버거워보이는 무성한 잎을 단 나무 사이로
시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모봉이 바로 위다.
들머리로 삼았던
수리산터널을 빠져나와 안양고가교를 잇는
외곽순환도로가 앞쪽에 펼쳐진다.
해발 426.2미터 '관모봉'이다.
수킬로미터는 더 가야할듯 보이는
앞 봉우리가 정상 '태을봉'이다.
이정표에서는 740미터를 표시하고있다.
높이는 태을봉이 높지만
전망은 사방으로 트인 관모봉이 훨씬 좋다.
수리산 정상부 능선을 형성하는 규암이 봉긋하게 솟아
이름처럼 관모를 떠올리게하지만
여러모로 억지스런 면이 있다.
수리산 정상을 찾아 다시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능선길은 평지로 이어진다.
갈림길에서 왼쪽 산허리를 도는 길이
다시 정상으로 이어질까 궁금하다.
하지만 시간을 최대한 아껴야하므로
빨리, 그리고 급하게 올라야한다.
산길은 뾰족하거나 반반한 빗면,
규암 특성을 그대로 가진 바위군이 간간히 보인다.
길 오른쪽 사면 위, 좁은 틈으로 앞이 훤하다.
혹여 서해바다가 보일까,
시계가 좋은 날이라 기대해보지만 구분이 안된다.
이어지는 평지도 잠시,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해발 426미터에서 시작한 셈이라
금새 하늘이 열리고 정상이 나타난다.
해발 489미터,
수리산 정상 태을봉이다.
정상표지석 뒷면 설명을 옮긴다.
풍수지리에서는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 내리는 모습을
매우 귀한 지상으로 꼽으며 이런 형상을 '태을'이라 부른다.
일출 무렵 '태을봉'에 올라
그 그림자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태을' 형상이 보인다고 한다.
태을봉은 수리산 최고봉으로
2004년에 군포 1경으로 선정되었다.
수리산의 지명유래에 관해서는
세가지 설이 있다.
산의 바위가 마치 독수리와 비슷하여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신라 진흥왕 때 창건한 수리사(修理寺)로 인해 수리산이라 했다는 설,
조선시대 때 어느 왕손이 수도하여 수리산(修李山)이라고 했다는 설등이 그것이다.
일명 견불산(見佛山)이라고도 한다.
<출처 :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14XXE0031349>
다음 행선지는 수리산 제2봉인 슬기봉이다.
능선을 따라가니 금방 암릉구간이 나온다.
'병풍바위'다.
워낙 좁은 구간에 가파르기까지 하니
전체적인 윤곽은 파악할수 없다.
위험구간이므로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붙었는데
잠깐 둘러보니 우회로를 찾을수 없다.
바위 사이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어 일단 올라선다.
우려만큼 위험한 구간은 아니라는 생각에
짧은 구간을 타고 넘는다.
병풍바위 상층부를 담아보았다.
넓은 암릉구간에 자리잡은
질긴 생명력이 경외스럽다.
한동안 상당한 경사구간을 오르내린다.
등산로 한켠에 돌이 탑처럼 쌓였다.
그리고 평평한 길이 이어진다.
오랜세월 형성된 바위가 쪼개지고 갈라지며
모래로, 흙으로 변해간다.
그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네 조상들의 팍팍한 삶을 유추한다.
그 당시에 비하면 풍요해진,
산과 바다가 삶의 터전이 아닌
취미와 오락으로 즐기는 시대에 살고있다.
눈은 사방으로 가득한 수풀에 가려 어두워졌다가
간간히 나타나는 전망에 밝아진다.
온통 눈으로 집중된 관심은
초입 귀를 어지럽히던 굉음을 어느결에 지워버렸다.
인간만사가 이와 같다면
아름다운 것, 즐거운 것에만 집중할수 있을터,
이치와는 달리 삶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쪼개진 돌틈에 뿌리를 내리고
서서히 돌을 잠식해나가는 소나무 무리가
이제는 어엿한 주인이 되었다.
검푸른 빛을 띄는 산이
'여기는 언제쯤 올꺼냐'고 묻는다.
'기약할수 없어.
그냥 발길 닿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내 키를 훌쩍 넘기는 암벽이 길을 막아선다.
칼바위다.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돌아간다.
암벽에 세워진 돌탑이다.
억지로 자연을 거스르는 인간의 손길은
잠시뿐일텐데 어리석다.
머지않아 비와, 바람이 다시 돌려놓을테다.
사면으로 누운 돌이 평평하다.
규암의 특징이다.
갈림길이다.
봉우리로 올라가는 길이 특이해보이지 않아.
왼쪽 산허리로 도는 길을 택한다.
선택을 잘한건지
의도하지않게 '밧줄바위'를 돌아왔다.
산에 들면 나뭇잎 푸르름도 어느새 단조로움이 된다.
그 단조로움이 나리꽃 진한 주홍에 잠시 화사해진다.
편안한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이곳에는 계단도 이름을 갖고있다.
'슬기봉계단'이다.
계단 너머 사람이 보인다.
계단 난간 사이로 난 길이
쉼터(포토존)으로 연결되어있다.
태을봉이 우뚝솟았다.
슬기봉이 160미터 남았다는 이정표가 서있다.
그 밑 알림글이다.
'슬기봉 정상은 군부대로 등산이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늘 느끼는 좌절이다.
머지않은 곳에 적을 두고있는 국가에서 필요한 시설이리라.
최첨단시대, 목적한 바가 있으면
적은 손금보듯 정보를 얻는 시대다.
굳이 일반시민들을 얽매는
통행금지는 사라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파란 안내판 설명을 읽어보니
'슬기봉'이 '거룡봉'으로도 불리워졌던 모양이다.
'거룡은 큰용을 뜻하는데 그 연원이나 내력은 확실하지않다.
대개 풍수지리에서는 산줄기를
내룡 또는 용이라고 하므로
지상학의 관점에서 붙여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촘촘한 아파트가 산림을 잠식해 나간다.
1971년 성남 남한산성,
2005년 가평군 연인산에 이어
수리산은 2009년 세 번째 경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18년 3월 '자연공원법 시행령' 개정으로
자연공원 내 대피소, 탐방로, 산 정상부 등 지정 장소의 음주 행위가 금지되었다.
1차 위반 시 5만원,
2차 및 3차 이상 위반 시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곳 수리산도 자연공원법 시행령에 따라
음주가 금지되었다.
이곳에도 이치를 거스르는 가분수가 힘겹다.
철책에 막혀있더라도 갈수있는 곳까지는 가보자.
정상을 향한 단말마같은 경사진 오르막이다.
수리산 봉우리 중 하나인 수암봉으로 가는 관문이다.
해발 469.3미터 슬기봉으로 향하는 길은 찾을수 없다.
수암봉으로 가고싶지만 시간이 없다,
지금부터는 최대한 빨리
수리산 전철역을 찾아가야한다.
다시 내려와 오른쪽으로 꺽어든다.
위쪽 비탈 성긴 나무 사이로 철책이 언뜻 보인다.
본격적으로 내리막이 시작된다.
산속에서 확성기로 방송하는 소리가 들린다.
시골마을 이장님들이
마을사람들에게 알릴일이 있을때
틀어놓고 방송하던 그 소리가 연상된다.
산자락에 기댄 어느 마을에서 나는 소리인가 했는데
웅웅대는 소리를 자세히 들어보니 그게 아니다.
군시설 출입통제선을 침범했는지 나가달라는,
내용만으로는 단순한 안내방송이다.
앞에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이다.
슬기봉 일대 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식수와 하수를 공급하고 처리하는 송수관으로 보인다.
간간히 갈림길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갈림길은 다시 만난다.
하산길이 임도와 만난다.
'슬기정' 현판이 달려있다.
슬기봉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군부대 시설물이 보인다.
쉼터 정자, '하늘정'이 보인다.
오른쪽은 야자매트길,
왼쪽은 훍길이다.
그늘진 야자매트길을 따라간다.
멀어졌다 다가오며 평행을 이룬다.
등산객의 안전을 위하여
산악자전거와 오토바이 출입을 통제하는 차단막이 설치되어있다.
자전거든 오토바이든 마음만 먹으면
왼쪽과 가운데로 충분히 빠져나갈 구멍을 있다.
산책로처럼 편안하고 완만한 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하산길 코스로는 썩 괜찮았다는 느낌이다.
2017년 7월, 수리산 둘레길이
문체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걷기 좋은 길'에 선정되었었다.
인왕산 자락길, 해파랑길 , 원대리 자작나무숲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내연산숲길, 태안 솔향기길,
축령산 산소길, 장안산 생태탐방로, 충주 풍경길 등
그 이름만으로도 힐링되는 장소 중 한 곳으로 선정된 것이다.
사실 수리산 넓고 많은 길 중, 그 코스가 맞는지 모르겠지만
선정된 이유를 충분히 느낄수 있다.
편안한 길이지만 시간에 쫓기는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지도에 표시된 지점 중
한 곳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다.
해발 258미터, '무성봉'이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보아도
봉우리라고 부를만한 조건은 아니다.
특별히 봉긋하지도 않아 주변은 완만하고
나즈막한 둔덕위가 넓게 평평하다.
주위에는 벤치가 두루 놓여있고
앉아 쉬는 사람들이 많다.
주등산로로 이용되는 곳도 아니니
아마도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닌가싶다.
길은 자주 갈라지지만 이내 만난다.
위, 아래로 갈라진 길이
이번에는 제법 오래 평행선을 이룬다.
'능내정' 현판, 쉼터가 보인다.
0.84킬미터 '감투봉'이정표가 유혹하지만
1.84킬로미터 '수리산역'으로 갈피를 잡는다.
급하게 오른 등산길,
하산길로서는 환상적이다.
오랫동안 평행을 달리던 길이
시간이 지나며 갈라지는건 아닐까, 궁금했는데
결국 이렇게 다시 만난다.
철쭉동산(수리산역), 1.31킬로미터와
수리산역, 0.77킬로미터로 갈림길이 나온다.
잠깐 갈등하지만 거리가 짧은 길로 접어든다.
아마도 철쭉이 만발한 시기였다면
조금 늦더라도 돌아갔으리라.
사람 손길이 온전히 미친
잘 가꿔진 밭이 보인다.
그만큼 인간세계에 가깝다는 방증일게다.
곧 건물이 늘어선 볕에 나서리라 짐작했는데
위쪽으로 숲그늘 길이 수리산역으로 이어진다.
날머리다.
철잭너머 곧게자란 메타쉐콰이어가 도열해
장도를 마치는 등산객을 위로한다.
잠시 뒤돌아 예를 올리듯 작별인사를 한다.
지하철역이 대개 번잡한 도심에 있다면
수리산역은 2층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주변3이 시골 간이역 느낌을 준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조금 늦어졌다.
사고없이 산행을 마무리한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슴에도
잘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 알지못한다고
사실 수리산을 얕잡아봤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상록수역이 있는 하산길까지 갈수 있을것 같았다.
얼마나 어리석었던건지...
산도 제법 웅장하고
산길은 다소 짧은만큼 경사가 있다.
능선길도 산행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정도로
다양한 코스를 만날수 있다.
여정을 바꿔 내려선 수리산 산림욕장이 있는 길은
무더운 여름, 다시 한 번 찾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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