奉濟驛 重送 嚴公四韻(봉제역 중송 엄공 사운) - 杜甫(두보)
〈봉제역(奉濟驛)에서 엄공(嚴公)을 거듭 전송하는 사운(四韻)〉
遠送從此別(원송종차별),먼 길 가는 그대에게 여기서 이별 고하니
青山空復情(청산공복정)。청산은 부질없이 이별의 정 더해주네.
幾時杯重把(기시배중파)?어느 때나 술잔을 다시 잡겠는가?
昨夜月同行(작야월동행)。어젯밤엔 달 아래서 함께 걸었건만
列郡謳歌惜(열군구가석),여러 고을에서 칭송하며 애석해했고
三朝出入榮(삼조출입영)。세 조정에 출입하는 영광을 누리지 않았나.
江村獨歸處(강촌독귀처),나는 강촌으로 홀로 돌아가서
寂寞養殘生(적막양잔생)。적막하게 남은 생을 보내리라.
○ 奉濟驛(봉제역) : 지금 사천성(四川省) 면죽현(綿竹縣)에 있다. 역(驛)은 역참(驛站)이다.
○ 重送(중송) : 또 한 번 보낸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두보는 엄무(嚴武)를 전송하면서 〈送嚴侍郞到綿州同登杜使君江樓宴(송엄시랑도면주동등두사군강루연)〉이라는 중별시(贈別詩)를 지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시에서 ‘重送(중송)’이라 말한 것이다.
○ 嚴公(엄공) : 엄무(嚴武)인데 자(字)는 계응(季鷹)이며 화음(華陰: 지금의 섬서성 화음현)인이다. 현종(玄宗)이 안사(安史)의 난을 피해 촉(蜀) 땅으로 들어갔을 때 간의대부(諫議大夫)로 발탁되었다. 숙종(肅宗)이 즉위하자 방관(房琯)의 천거로 급사중(給事中)이 되었지만, 훗날 방관이 죄를 짓고 물러나자 연좌되어 파주자사(巴州刺史)로 폄적되었고, 나중에 검남절도사(劍南節度使)로 좌천되었다. 두보와는 교의(交誼)가 매우 두터웠다.
○ 四韻(사운) : 율시(律詩)라는 말과 같다. 율시(律詩)는 2구마다 압운을 하기 때문에 모두
사운(四韻)이 된다.
○ 昨夜月同行(작야월동행) : ‘어젯밤에는 달도 동행을 했다.’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 列郡(열군) :여러 고을
○ 謳歌(구가) :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칭송(稱頌)함
○ 三朝出入榮(삼조출입영) : 당 현종(玄宗)· 숙종(肅宗)· 대종(代宗)의 세 조정에서 두루 벼슬하였음을 말한다. 출입(出入)은 출장입상(出將入相), 즉 전시(戰時)에는 장수(將帥)가 되어 외직으로 나가고 평시(平時)에는 입조(入朝)하여 중앙조정에서 일하는 것을 가리킨다.
○ 江村(강촌) : 성도(成都)의 초당(草堂)을 가리킨다. 초당은 성도 서쪽 교외 완화계(浣花溪), 즉 탁금강(濯錦江) 가에 있다.
○ 殘生(잔생) : 여생(餘生)이다. ‘여생’이나 ‘잔생’이 모두 평측에 어긋나지 않지만 굳이 ‘잔생’이라 한 것은, ‘쇠잔하다’는 의미와 生의 적막함을 강하게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