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절한 후에 식당 설겆이를 돕고, 눈을 쓴 다음, 원주스님 방을 청소했다. 아~ 집에서도 안 하던 일을 하는군.. 크악~~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차가 끊겼다. 그래서 서울 가는 언니와 함께 원주스님이 태워주는 차를 타고 곡천으로 갔다. 곡천은 광주가는 길목에 있단다. 할 수 없이 여수, 강진, 해남은 훗날을 기약해야겠다.
눈으로 덮인 송광사 일대는 너무 아름다웠다. 곡천에서 버스를 타고 화순으로 갔다. 화순은 정말 친절한 도시였다. 내리자마자 환경미화원 아저씨께서 정류장까지 같이 가 주시며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다만.. 아저씨의 전라도 사투리가 억세시고 마스크를 끼고 계셔서 아저씨 말의 반의반도 못 알아들었지만.. 열심히 웃으며 대꾸했다.^^;;
버스 정류장 옆의 철물점 아줌마는 전화를 걸어 몇 시에 운주사행 버스가 오는지 물어봐주시기도 했다. 고마우신 분들의 도움으로 버스에 오르자 버스 아저씨와 나 밖에 없었다. 아저씨는 이것저것 물으시며, 이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 갈 수 있겠냐며 걱정해주셨다. 운주사 길목에서 만난 할머니는 며느리의 사업 성행을 위해 기도하러 오셨는데, 그 할머니의 빽으로 공짜로 들어갈 수 있었다.^^ 또한 천불천탑에 관해 설명도 해주셨다.
할머니가 절을 하고 일찍 가셔서 좀 서운하긴 했지만, 기대보다 운주사는 더욱 멋있었다. 새하얀 눈이 온 절을 뒤덮고 어느 새가 날아간 것인지 비처럼 쏟아지는 작은 눈들. 너무 맘에 들었다.
와불을 보러 산을 올라갔는데, 거기에는 부부 와불이라 하여 특이한 불상이 있었다. 누워있는 불상이라.. 신기하다.. 하룻밤새에 만들었다고 하는 천불천탑. 천개의 불상과 천불의 탑을 만드려는 정성으로 부처님을 향한 불심의 표상일 것이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와불을 보고 칠성바위를 보고 오는 길에 눈 때문에 산길이 미끄러워 죽는 줄 알았다. 실수로, 정식 길이 아닌 길로 오는 바람에 더욱 길이 미끄러웠던 것이다. 하수구 구멍으로 겨우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원래는 쌍봉사로 가려고 능주로 갔으나,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버스가 끊겼는지 여부도 정확하지 않아 군내 버스를 타고 광주 터미널을 간 후, 장성으로 갔다. 삥삥 돌아가는 군내버스에, 눈 때문에 차도 밀려, 결국 장성은 6시 40분 경에 도착했다. 백양사 앞 민박을 잡으려 했으나, 백양사 가는 버스가 눈 때문에 끊겨 찜질방으로 갔다.
장성의 찜질방은 버스 정류장을 중심으로 장성역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면 된다.
지금 강추위가 이어지는 것으로 보아 내일도 운행을 안할 것 같다. 걱정이다 ㅠ.ㅠ 그럼 또다시 장성을 뛰어넘고 김제를 가야할까? 우짤까? 이렇게 난관에 부딪히니 고민이 된다. 에라이~ 잘 풀리겠지~
점점 여행에 익숙해져온다. 친구 말대로 난 역마살이 있는 것인가?
1월 5일- 장성
오늘도 역시 계획과는 다르게 변화무쌍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삶은 달걀 3개로 배를 채우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백양사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밤새 내린 눈으로 교통 두절. 난 할 수 없이 나와야 했다. 바로 김제를 갈 것인가,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나는 그냥 김제를 가기 위해 역으로 갔다.
역으로 가 행성지를 확인하는데, 이게 뭔가? 백양사 역도 있던가? 백양사 역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백양사행 기차를 탔다. 한 정거장이었는데, 기차 기본운임 5200원.. 비싸다.. 할 수 없지..
백양사 역에 도착하고도 또한번 고난이 왔다. 역에서 절까지 가는 버스도 두절이라는 것이다.. 당연한 거겠지.. 그런데, 마침 백양사를 가시려 하는 목포 사시는 부부를 만나 함께 백양사 시내까지 왔다. 아줌마 아저씨가 택시비도 내주시고 너무 감사하다.
시내에서 백양사까지 걸었다. 눈 내린 설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눈보라에 벤치도 눈 주인을 맞고, 나무마다 눈꽃을 달았다. 너무 무거워 축 늘어진 가지도 있다.
하지만, 정작 백양사 절 자체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흰 양이 내려와 강연을 듣고 갔다는 백양사..
절에서 내려와 비빔밥을 먹고, 때마침 있는 장성행 완행버스를 타고 다시 장성으로 왔다. 장성에서 김제를 와서 다시 금산사로 갔다. 금산사는 미륵불이 너무 거대해서 놀랐다. 또 맞은편 건물의 금동여래상 역시 너무 화려해 기억에 남는다. 법상종의 대표사찰 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