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상에서 버스를 내렸다. 어라! 한코스 덜와서 내렸구나! 또 걷지뭐...무작정의 나의 여행, 철저히 계획잡지 않으면 두세 정거장쯤 착오를 일으키는건 다반사이다.
도로를 건너 '산업용품단지'로 들어섰다. 그런데 입구에서부터 실망이다. 단지내 건물별로 뭔가 구분된 안내표시가 있을줄 알았더니 뒤죽박죽인것 같았다. 아침에 집에서 살펴본 사이트에도 그랬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특정분야(전자제품)에 관한 실물 정보였던 것이다. 매장이 방대하게 펼쳐져있으니 물건 사지도 않으면서 물어 볼 곳도 없고, 그냥 돌아서기로 했다.
서면으로 향하며, 지하철을 타려 망설이다 걸어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선입감이 그래선지 오늘따라 도로가의 화려한 고층 건물보다는 뒤편의 하천변 낡는 건물들이 눈에 더 들어왔다. 빛과 그림자...그림자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언젠가 높은 곳에 올라 도심을 내려다본적이 있었다. 그런데 도로변 화려한 화려한 대형건물 뒤에는 낡은 건물위에 온갖 폐자재들이 잔뜩 널려 있었다.
군대 내무사열 같았으면 쪼그려 뛰기를 수없이 당했을 것이다. 새로이 계획된 도시가 아니면 대부분 그게 현실이다.
낡은 건물, 그곳에는 아직도 고달픈 삶은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좁은 건물안에서는 용접기가 불꽃을 튀고, 낡은 차를 수리하는 기름보자기 옷차림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저들은 기도발이 통하지 않나? 왜 저렇게 어렵게도 구하고 있을까? 그러지 않으면...
어디 하늘에서 먹을게 떨어지겠나?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그게 현실인 세상이니 느낌이 다르고, 감동이 덜한 것을 어떡하랴?
대로변엔 잠시 앉아 쉴곳도 마땅하지 않았다. 걷고 또 걷고, 그렇게해서 서면의 또 다른 전문 상가를 들렀다. 역시나 실망이었다. 전문 상가란 이름뿐, 비슷한 품목의 물품들을 할인경쟁(?)을 해서 판매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서울의 전문상가는 이러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으로 마음을 닫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상하게 전통시장 주변에 있기마련인 돼지국밥집이 이곳엔 없었다. 보이는 것은 소고기국밥, 선지국밥, 순대국밥, 수구레국밥 뭐 그런 것들...
두어 골목을 올라가니 돼지국밥 간판이 나타났다. 가게에 들어서며 망설임 없이 돼지국밥과 생탁 한통을 주문했다.
돼지국밥집의 두여자, 마음이 따뜻했다. 반찬하나 챙겨주는 것이 남달랐다. 적어도 '나거네여! 돈내고 알아서 먹어라'는 투는 아니었다. 그래선지 국밥에 마시는 생탁맛이 목에 감치고 더 텁텁했다.
단골인듯한 중늙은이 하나 들어오더니 주문을 마치고 종업원 여자의 엉덩이를 손으로 가볍게 스친다. 미친놈! 노탐은 있어가지고...
김오르는 국에다 새우와 겉절이 무침을 넣고, 된장을 풀면 셋팅완료이다. 국밥 두숫깔에 생탁한잔, 양파도 양념이다.
배부름에 순간의 행복감을 느끼며 배낭을 메었다. 계산대로 나오며 주인장에게 "이 벽에 붙은 글 찍어가요." 했더니 "뭐하시게요?" 하고 묻는다.
"장사를 하려면 손님들이 반찬 많이 안먹기를 바래야지, 채소값 비싼데 이 글을 뭐하려 붙이시오?"
"제가요...." 가계 문밖으로 따라 나온다.
"제가 종교는 없는데 어느날 갑자기 죽어서 염라대왕 앞에 가면 뭐라고 하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어려운 아웃도 돕고, 가계 손님중 고령자에겐 음식값을 할인해 받는다고 하였다. 나더러도 인스타그램(미국 메타가 운영하는 사진 및 동영상 공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이 어떻고 말하는걸 보니 아마추어는 아닌 것 같았다.
나도 1,000원을 되돌려 받았다. 나도 마음 속으로 "그래! 나도 바보되어 삽니다. 똑똑하면 이렇게 살겠오? 하긴 살면 얼마나 살거라고..." 하고 말하며 돌아섰다. 주인장의 건강과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