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 유권자 조작 등 다양한 이슈 출제
고전과 영어지문 통합 이해력 갖춰야
문상원 선생님(한샘학원-논술강사)
해마다 논술고사를 치루고 난 후 학생들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어려웠다’, ‘못썼다’, ‘맞게 썼는지 긴가민가하다’ 등. 2004년 정시 논술고사의 특징은 무엇이었고 난이도는 어떠했는지 등에 대하여 논술전문가 인터뷰와 기출문제 등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인터뷰정리 윤영순 기자
2004년도 논술은 시사 이슈와 고전 작품을 큰 틀로 잡아 이것을 사회적인 문제와 연결지어 학생들 나름대로 입장을 펼치며 학문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유형의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다. 이런 유형은 2005년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것은 학생들이 꾸준하게 시사 정보와 각종 매체를 통해 평소에도 사회 문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태도를 수반하게 만든다. 올해 정시논술의 전체적인 특징을 한샘학원 문상원 선생님에게 상세하게 들어보았다.
2004년 정시 논술고사(이하 올해 논술)가 2003년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영어지문의 출제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문제의 서두를 제시하는 글로 등장하거나 제시문 중의 하나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죠. 한양대의 경우 ‘뒤르껭의 자살론’을 영어원문 그대로 발췌해 지문으로 제시한 바 있어요. 두 번째 달라진 것은 2003년 논술이 고전에 의거한 출제를 명시했다면 상대적으로 올해는 작년 한해동안 발생한 시사 이슈가 많이 출제되었다는 것입니다. ‘고 정몽헌 회장의 죽음’ 등을 기점으로 한 현대 사회와 자살의 문제 등 지식과 삶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초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폐해를 지적하는 문제들도 늘어났는데요,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자 지도 등의 발달로 인해 ‘과연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루어진 경우도 있답니다.
올해 논술은 예년과 비교해서 제시문의 난이도가 어떠했나요.
올해는 현대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지문으로 출제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때문에 지시문의 난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이도가 낮아졌다고 해서 문제가 쉬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죠. 여전히 철학적인 사색을 필요로 했으며 인간과 사물의 보다 근본적인 가치를 묻는 지문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현대 사회 문제를 중심으로 한 문제에서는 고전 작품들 중 최근의 저작들이 지문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평소에 고전작품에 대비가 꼭 필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올해 논술 결과 출제의 공통적 요소는 무엇인가요.
예년부터 공통적으로 계속 출제되는 요소는 21세기의 모토라고 할 수 있는 정보화 사회에 관한 문제들입니다. 2003년 이화여대에서 출제되었던 현대 사회의 다양성과 정보화 구조를 묻는 문제만 봐도 그렇죠. 그리고 2올해 성균관대가 제시한 현대 사회에서 앎의 정의란 무엇이고 그 기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느냐 식의 문제라든가 연세대 자연계에서 출제된 데이터 스모그에 관한 문제 등 현대 정보화 사회의 대두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지적하여 풀어보는 유형이 많았습니다. 이런 문제의 경우는 모든 곳에 정보가 혼재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어느 곳에도 쓸만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는, 불필요한 정보들만 넘쳐나는 현대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요구하는 문제였습니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달을 둘러싼 인간성 상실의 논의들도 계속적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논술 채점 시 대학 당국이나 학원 논술담당 선생님들이 응시 학생들의 수준은 어떠했다고 평가하시나요.
아무래도 논술고사가 수능의 경우 간소한 점수차이로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다보니 학생들에게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논술고사 응시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평이한 수준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요즘 학생들 수준이 현재 대학생들과 비교해도 과히 뒤떨어지는 편이 아니거든요. 오히려 대학 학부생과 비교해 봤을 때 더 나은 학생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교육과정의 변화와 논술에 대한 인식, 열린 사고의 교육 등이 나름대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고1~고2 재학생 경우 평소 논술고사를 준비할 때 필요한 도움말을 주신다면요.
고교 1학년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으면 수능공부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심층면접이나 논술고사에서도 유리합니다. 또한 독서경험은 사고력과 이해력을 증진시키는데 필수적이죠. 서울대가 논술고사를 부활하고 심층면접을 강화하는 등 앞으로는 중상위권 이상의 대학들이 대학별고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시간적 여유가 많은 고교 1학년 때부터 미리 많은 책을 읽거나 시사적인 주제에 관심을 갖고 신문기사나 사설을 자주 접해보는 등 다양한 학습경험을 쌓는 것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혼자 힘으로 글을 써보는 노력을 해 보세요. 첨삭을 받아서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글을 쓰고 퇴고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글 쓰는 방식을 스스로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5년도 논술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까요.
2005년도라고 해서 논술의 출제 기본 방향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시문이 평이하게 나온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글의 논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논술의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다져놓아야 한다는 것이죠. 2005년도 논술은 먼저 사회 속에서 인간을 함께 관련지어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을 고찰하는 논제가 비중 있게 출제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한양대처럼 영어 지문을 비롯한 여러 유형의 문제들이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즉, 다양한 유형의 지문에서 인간과 사회에 관련된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고 자신이 가진 배경지식을 활용하여 주위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고 자신의 입장을 제시하는 문제가 많이 출제될 것입니다.
2004 정시논술고사 심층분석
대학별 논술고사 유형 리서치
변론기, 블로그 등 참신한 제시문 눈길 끌어
2004년도 정시 논술고사는 예년처럼 다양한 유형의 문제들이 출제돼 수험생들의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했다. 특히 서강대에서는 강금실 법부장관이 변호사 시절에 쓴 변론기를 출제해 예술의 표현 자유과 사회적 책임과의 관계를 물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올해 정시논술고사는 현대사회의 가장 큰 특징인 정보화 구조, 다시사사건, 현대인이 가진 지식의 활용 등과 그 특징으로 말미암아 나타나는 인간의 정신적, 심리적 병폐 등을 결부시키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 문제점을 지적, 해결안을 모색하려는 답안을 요구하였다. 즉, 학생들이 시사에 관심을 갖고, 그 원인과 해결책을 얼마나 심도 있게 지적하고 고민하는 태도를 보이느냐가 중심이었다. 연세대의 경우는 ‘데이터 스모그현상’을 제시해 현대사회가 정보의 홍수라는 것을 지적했다. 그리고 한양대와 인천교대에서 출제된 자살에 관한 문제 또한 2003년 자살신드롬을 일으켰던 암울한 현상에 대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고민하게 했다.
연세대학교 (자연계열)
다음 제시문 (가)에 나타난 사회 현상을 제시문 (나)와 (다)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논하시오.
제시문 (가): 데이비스 솅크,『데이터 스모그』
제시문 (나): 마르틴 하이더거,『존재와 시간』
제시문 (다): 『맹자』
출제의도 및 논술방향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있다. 본 문제는 바로 이러한 현대사회의 여러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한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안개 속에 놓여있는 듯한 후기산업사회에서 말에 반(反)하는 의미에서의 침묵과 상업화된 정보에 반하는 가치로서의 인의(人義)에 대한 반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되짚어보고자 한 것이다. 학생들은 먼저 제시문 (가)의 ‘데이터 스모그’가 상징하듯이 과잉정보는 감각의 과부화를 불러와 일상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삶의 진정성을 쇠퇴시키고 있다는 점을 골자로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제시문 (나), (다)에서 말하고 있는 침묵과 인의의 가치를 통해 접근하여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서강대학교
(가)와 (나)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통적 문화 현상에 대한 상이한 두 가지 견해가 나타나 있다.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를 토대로 하여 논술하라.
제시문 (가): 가워드 라인고르,『참여군중』
제시문 (나): 소설의 음란성 여부에 대한 검사와 작가의 문답, 작가에 대한 <변론기>
제시문 (다): 에머리히 코레트,『인간이란 무엇인가』
제시문 (나) 부분 발췌
문: 피의자의 작품을 청소년들을 비롯한 피의자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읽는다면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가요?
답: 만일 청소년들이 저의 작품을 읽는다면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의 작품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쓰인 작품이기 때문에……
문: 지금 여고생이나 여중생의 임신이 문제가 되고 있을 정도로 성의 무방비 상태에 있는 미성년자들이 이 소설과 같은 음란한 내용의 책을 본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보았는가요?
답: 미성년자들이 저의 소설을 읽는다면 분명히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굳이 저의 소설이 아니더라도……
<검사와 작가의 문답>에서
출제의도 및 논술방향
먼저 제시문 (가)는 웹에서 이루어지는 검색일지이며 일종의 개인적 온라인 일기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blog)에 대한 대중성과 긍정성을 옹호하는 내용과 온라인상의 익명성을 방패로 폭력과 가학적인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 내용이다. (나)에서는 한 작가의 소설에 대한 음란성 재판 과정에 나왔던 검사와 작가의 문답 및 작가에 대한 재판 변론기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먼저 논술고사의 논제를 파악하여 제시문 (가)와 (나)를 통해 작가가 가진 표현에 대한 고유권한과 자유, 그리고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드러나는 딜레마적인 관계를 살피고 그에 관한 입장을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글을 토대로 인간의 진정성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해야 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예시문 (가)와 예시문 (나)를 읽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걸맞는 문화의 형성과 교류에 대해 <제시문>의 논지를 참고하여 자신의 견해를 제시해 보시오.
출제의도 및 논술방향
이 논술고사의 중점은 문화의 형성과 교류이다. 세계화 시대에 각 나라의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를 심층적으로 요구하는 문제이다. 먼저 제시문에서는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문화 상대주의를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예시문 (가)는 상대적인 문화적 차이로 인해 발생된 문제, 예시문 (나)는 한 나라 문화권 내에 속하는 국민의 기질적인 문제로 한국 사람에 대한 경우를 예시로 들고 있다. 학생들은 예시문 (가), (나)를 통해 문화라는 개념을 확대하여 언어가 다양한 만큼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느끼고 있는 문화적 차이, 문화 개방, 문화정체성 등에 대한 학생 나름의 입장을 밝히며 전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