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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소나무 숲 / 파블로 네루다(권미선 옮김)
아 소나무 숲의 광막함, 부서져 내리는 파도의 소문, 빛의 느릿한 장난, 고독한 종소리, 네 눈 속으로 가라앉는 황혼, 인형이여, 대지의 소라고동이여, 네 안에서 대지는 노래하나니!
네 안에서 강물이 노래하면 내 영혼은 그 속으로 도망쳐 들어간다 그러길 네가 바랄 게고 그 곳은 네가 좋아할 곳이기에. 네 희망의 활에 재여진 나의 행로를 가르쳐 다오 그러면 미친 듯이 나의 화살을 무더기로 쏘아 보내리니.
나를 맴도는 네 안개 허리를 보고 있으면 너의 침묵은 쫓기는 듯한 나의 시간을 힘들게 한다, 너는 투명한 돌맹이 같은 품을 간직한 존재 그 곳에 나의 입맞춤이 닻을 내리고 음습한 고뇌가 깃들인다.
아 사랑이 물들여 곱게 접어놓은 너의 신비한 목소리는 해거름이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며 죽어가고 있구나! 마음 깊은 곳의 시간 속에서 나는 보았다오 바람의 입 속에서 꺽이고 마는 들판의 이삭을.
그 이유를 말해주지 / 파블로 네루다
망각은 없다(소나타)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나더러 어디 있었냐고 묻는다면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서……"라고 말할밖에 없다. 돌들로 어두워진 땅이라든가 살아 흐르느라고 스스로를 망가뜨린 강에 대해 말할밖에; 나는 다만 새들이 잃어 버린 것들에 대해 알고, 우리 뒤에 멀리 있는 바다에 대해, 또는 울고 있는 내 누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 어찌하여 그렇게 많은 서로 다른 장소들이, 어찌하여 어떤 날이 다른 날에 융합하는 것일까? 어찌하여 검은 밤이 입속에 모이는 것일까? 어째서 이 모든 사람들은 죽었나?
나더러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가진 것들 얘기부터 할밖에 없다. 참 쓰라림도 많은 부엌 세간, 흔히 썩어 버린 동물들, 그리고 내 무거운 영혼 얘기부터. 만나고 엇갈린 게 기억이 아니다, 망각 속에 잠든 노란 비둘기도; 허나 그건 눈물 젖은 얼굴들, 목에 댄 손가락들, 나뭇잎에서 떨어지는 그런 것; 어떤 날의 어두움은 이미 지나가고, 우리들 자신의 음울한 피로 살찐 어떤 날의 어두움도 지나가고.
보라 제비꽃들, 제비들, 우리가 그다지도 사랑하고 시간과 달가움이 어슬렁거리는 마음 쓴 연하장에서 긴 꼬리를 볼 수 있었던 것들.
허나 이빨보다 더 깊이 들어가지는 말고, 침묵을 싸고 자라는 껍질을 잠식하지도 말자, 왜냐하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니까. 죽은 사람이 참 많고 붉은 태양이 흔히 갈라놓는 바다 제방이 참 많고, 배들이 치는 머리들이 참 많으며, 키스하며 몸을 감는 손들이 참 많고, 내가 잊고 싶은 게 참 많으니까.
말(馬) 들 / 파블로 네루다(김수영 역)
내가 말들을 본 것은 창문을 통해서였다.
나는 겨울에, 伯林(백림)에 있었다. 빛은 빛을 잃고 있고, 하늘은 보이지 않는 하늘이었다.
공기는 축축한 빵 덩어리처럼 하옜다. 창문을 통해서, 나는 음산한 鬪技場(투기장)을 볼 수 있었다, 겨울의 이빨이 물어 뱉은 圓周(원주)를.
난데 없이, 한 사나이에게 끌려 나온 열 마리의 말들이 눈 속으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타난 말들은 불길처럼 나풀나풀 살아나서 형태를 갖추게 되자 마자, 여직까지는 공허했던 나의 눈의 全世界(전세계)를 꽉 채웠다, 완전 무결한, 불타는 듯한 말들은, 열 개의 神(신)들처럼, 깨끗한 커다란 발굽으로 걸어 나왔고, 그들의 갈기는 순결한 恩寵(은총)의 꿈을 연상케 했다.
그들의 궁둥이는 공이었고, 오렌지였다.
그들의 털빛은 琥珀色(호박색)과 꿀색이고, 불이 붙어 있었다.
그들의 목덜미는 거만한 돌에서 깎아 낸 답이고, 노여움에 가득 찬 그들의 눈에서는, 이상한 정력이 스스로를, 그들 속의 罪囚(죄수)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곳의, 더러운, 불쾌한 겨울의, 바로 대낮의 중턱의, 침묵 속에서, 말들의 강렬한 출현은 피였고, 律動(율동)이었고, 存在(존재)의 환호하는 聖杯(성배)였다.
나는 보았다, 나는 보았다, 보면서 나는 되살아 났다, 거기에는 무의식중의 샘물이, 황금의 춤이, 하늘이 있었다, 아름다운 事物(사물)에 갑자기 생명을 안겨 주는 불이 있었다.
나는 그 침울한 伯林의 겨울은 잊어버리고 있다.
하지만 그 빛나는 말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사랑의 소네트 / 파블르 네루다(권미선 옮김)
마틸데*여, 초목 혹은 돌 혹은 포도주의 이름이여, 땅에서 태어나 존속하는 그 무엇의 이름이여, 그 성장 속에서 신새벽이 밝아 오는 낱말이여, 그 여름에 레몬의 빛이 폭발하는 낱말이여.
나룻배들이 푸른 바다의 무수한 불길에 둘러싸여 그 이름 속을 달린다. 그리고 그 이름자들은 강물이 되어 내 사윈 가슴으로 흘러든다.
오 덩굴풀 아래서 찾아낸 이름이여! 세상의 향기와 통해 있는 어느 미지의 터널 같은 이름이여!
오 그대의 타는 입술로 나를 침략해 다오. 밤같이 까만 그대의 눈으로, 원커든, 나를 조사해 다오, 그러나 나 그대의 어둠 속을 항해하다 잠들게 해다오.
* 마틸데 : 네루다의 세 번째 부인으로 네루다가 죽은 후 <네루다와 함께 한 삶>을 발표
산보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내가 사람이라는 게 싫을 때가 있다. 나는 양복점에도 들어가 보고 영화관에도 들어가 본다. 펠트로 만든 백조처럼 바싹 말라붙고, 방수(防水)가 되어, 자궁들과 재의 물속으로 나아간다.
이발관 냄새는 나로 하여금 문득 쉰소리로 흐느껴 울게 한다.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돌이나 양모(羊毛)처럼 가만히 놓여 있는 것. 내가 오직 바라는 건 더 이상 상점들을 보지 않고, 정원들, 상품, 광경들, 엘리베이터들을 보지 않는 것.
내 발이 싫어지고 내 손톱과 내 머리카락 그리고 내 그림자가 싫을 때가 있다. 내가 사람이라는 게 도무지 싫을 때가 있다.
허지만 멋진 일일거야 한 송이 자른 백합으로 법원 직원을 놀라게 하고 따귀를 갈겨 수녀를 죽이는 건 말야. 참 근사할거야 푸른 칼을 들고 거리를 헤메며 내가 얼어죽을 때까지 소리 지르는 건 말야.
나는 줄곧 암흑 속에서 뿌리로 있는 걸 바라지 않는다. 불안정하고, 길게 뻗어 있으며, 잠으로 몸서리치고, 땅의 축축한 내장 속으로, 계속 내려가, 흡수하고 생각하며, 매일 먹는 걸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무 심한 비참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계속 뿌리나 무덤이기를 원치 않는다. 시체들의 창고인 땅 밑에서 혼자 거의 얼어서, 슬픔으로 죽어가는 걸 원치 않는다.
그게 바로 월요일이, 내가 가책받은 얼굴로 오고 있는 걸 볼 때, 가솔린처럼 불타고, 상처입은 바퀴처럼 진행하면서 울부짖고, 밤을 향해 가며 따뜻한 피로 가득 찬 자국을 남기는 이유.
그리고 그건 나를 어떤 구석으로 몰아넣고, 어떤 축축한 집으로, 뼈들이 창 밖으로 날아 나오는 병원들로, 식초냄새 나는 구둣방으로 몰아넣고, 피부가 갈라진 것처럼 끔찍한 어떤 거리로 몰아넣는다.
유황색 새들, 내가 증오하는 집들 문 위에 걸려 있는 끔찍한 내장들 커피포트 속에 잊혀진 틀니, 수치와 공포 때문에 울었을 거울들, 사방에 우산들, 독액(毒液), 그리고 탯줄.
나는 조용히 거닌다. 두 눈을 가리고, 구두와 분노를 지니고, 모든 걸 잊어버리며, 나는 걷는다. 사무실 건물들과 정형외과 의료기구상들 사이로, 그리고 줄에 빨래가 널려 있는 안뜰들 - 속옷, 수건, 셔츠 들에서 더러운 눈물이 떨어지고 있는 거길 지나서.
소박한 기쁨 / 파블로 네루다
시(詩)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어,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눈은 멀었으며, 내 영혼 속에서 뭔가 시작되어 있었어, 열(熱)이나 잃어버린 날개, 또는 내 나름대로 해 보았어, 그 불을 해독하며,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어 어렴풋한, 뭔지 모를, 순전한 넌센스, 아무것도 모르는 어떤 사람의 순수한 지혜, 그리고 문득 나는 보았어 풀리고 열린 하늘을, 유성(遊星)들을, 고동치는 논밭 구멍 뚫린 그림자, 화살과 불과 꽃들로 들쑤셔진 그림자, 휘감아도는 밤, 우주를
그리고 나, 이 미소(微小)한 존재는 그 큰 별들 총총한 허공(虛空)에 취해, 신비의 모습에 취해. 나 자신이 그 심연의 일부임을 느꼈고, 별들과 더불어 굴렀으며, 내 심장은 바람에 풀렸어.
시가 날 찾아왔다 / 파블로 네루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그게 겨울이었는지 강가였는지 언제 어떻게인지 난 모른다 그건 누가 말해 준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은 것도 아니고 침묵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 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길에서 그 곳에서 나의 마음은 움직였다
시인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옛날에 나는 비극적인 사랑에 붙잡혀
아메리카여, 나는 희망 없이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 / 파블르 네루다(정현종 옮김)
아메리카여, 나는 희망 없이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 내가 가슴 앞에 칼을 쥐고 있을 때, 내가 영혼 속에 불완전한 집을 지니고 살 때, 그대의 새로운 날들 중 어떤 날이 창문으로 들어와 나를 관통할 때, 나는 나를 낳은 빛 속에 있고 또 그 속에 서 있으며, 나를 이렇게 만든 어둠 속에서 나는 살고, 그대의 긴요한 해돋이 속에서 자고 깬다. 포도처럼 순하게, 또 지독하게, 설탕과 매의 운반자, 그대의 종(種)의 정액에 젖어, 그대가 물려주는 피로 양육되어.
양말을 기리는 노래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마루 모리가 나한테 가져왔다 양말 한 켤레, 그건 그녀의 양치는 손으로 짠 것, 토끼처럼 부드러운 양말 한 켤레. 나는 두 발을 그 속에 넣는다 마치 황혼과 염소가죽으로 짠 두 개의 상자 속으로 밀어넣듯이. 내 두 발은 양털로 만들어진 두 마리 고기, 금색 실 한 가닥이 들어가 있는 남청빛 두 마리 기다란 상어, 두 마리 근사한 검은 새, 두 개의 대포 : 내 두 발은 이 거룩한 양말들로 하여 이렇게 명예스러워졌느니. 처음에 그것들은 너무 훌륭해서 내 발은 도무지 두 늙어빠진 소방수처럼 거기에 걸맞지 않게 보였다, 그 짜여진 불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소방수, 그 불타는 양말에 어울리지 않는.
허지만 마치 학생들이 부나비를 보관하고, 학자들이 신성한 책들을 모으듯이, 그것들을 어디 넣어두고 싶은 강한 유혹을 나는 물리쳤다 그것들을 금으로 된 새장에 넣고 매일 모이와 분홍색 참외 조각을 주고 싶은 엄청난 충동을 물리쳤다. 아주 희귀한 녹색 사슴을 쇠꼬챙이에 꿰어 구워서 가책을 느끼며 먹는 정글의 탐험가들처럼, 나는 두 발을 뻗어 그 멋진 양말을 신고 그리고 구두를 신었다.
내 송시(頌詩)의 덕목은 이렇다 : 아름다운 건 갑절로 아름답고 좋은 건 두 배로 좋다, 그게 겨울에 양털로 만든 한 켤레 양말의 일일 때에는.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 파블로 네루다(권미선 옮김)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밤은 별들을 촘촘히 수놓았고, 푸른 별은 저 멀리서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라고 씁니다.
밤하늘은 하늘을 맴돌며 노래합니다.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도 가끔씩 나를 사랑했습니다.
오늘 같은 밤이면 나는 내 품에 그녀를 안고 있었습니다. 저 끝없는 하늘 아래서 수없이 입을 맞추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가끔은 그녀를 사랑하곤 했습니다. 어떻게 그녀의 꼼짝 않는 눈동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오늘 밤 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시를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그녀를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그녀를 잃어버렸음을 느낍니다.
그녀가 없어 저으기 막막해 보이는, 그 막막한 밤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그러면 이슬이 풀밭에 떨어지듯 시는 영혼 위에 내립니다.
내 사랑이 그녀를 지킬 수 없다 하더라도 그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밤은 별들을 촘촘히 수놓았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저 멀리서 누군가 노래를 부릅니다. 저 멀리서. 그녀를 잃어 버린 나의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습니다.
그녀를 내 곁으로 데려오기도 할 듯이 내 눈길은 그녀를 찾아 헤맵니다. 내 가슴은 그녀를 찾아 헤매건만, 그녀는 내 곁에 없습니다.
똑같은 나무들을 하얗게 밝히는 똑같은 밤입니다. 우리는, 그 때의 우리들은, 이미 지금의 우리가 아닙니다.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요. 내 목소리는 그녀의 귀에 가 닿으려고 바람을 찾곤 했지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맑은 육체, 그녀의 끝모를 눈동자. 다른 남자의 것입니다. 아마 다른 이의 소유일 겁니다. 전에는 내 입술의 소유였던 것처럼.
이제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분명합니다. 하지만 혹시 그녀를 사랑하는지도 모릅니다. 사랑은 그토록 짧고, 이별은 그토록 길기만 합니다.
왜냐하면 오늘 같은 밤이면 그녀를 내 품에 안고 있었기에, 그녀를 잃어 버린 내 영혼은 결코 채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것이 그녀가 내게 안겨 주는 마지막 고통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이것이 내가 그녀에게 쓰는 마지막 시가 될지라도 말입니다.
옷에게 바치는 송가(頌歌) / 파블로 네루다
아침마다 너는 기다린다. 옷이여, 의자 위에서 나의 허영과 나의 사랑과 나의 희망, 나의 육체로 너를 채워 주길 기다린다. 거의 꿈에서 나오자마자 나는 물을 하직하고 너의 소매 끝으로 들어간다. 나의 발은 너의 발의 빈 구멍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나는 너의 지칠 줄 모르는 성실성에 힘입어 목장의 풀을 밟으러 나온다. 나는 시 속으로 들어간다. 창문으로 사람들을 바라본다. 남자들, 여자들 사실들과 싸움들이 나를 이루어 간다. 나와 맞서서 나의 손을 만들고 나의 눈을 뜨게 하고 나의 입이 닳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옷이여 나도 너를 이루어 간다. 너의 팔꿈치를 빼고 너의 실을 끊고 그렇게 해서 너의 일생은 나의 일생의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 바람에 나부끼고 소리를 낸다. 나의 영혼처럼. 불행한 순간에는 넌 나의 뼈에 붙는다, 밤이면 텅 비는 나의 뼈 어둠과 꿈이 도깨비 모습을 하고 너의 날개와 나의 날개를 가득 채운다. 나는 어느 날 어느 적의 총알 하나가 네게 나의 핏자국을 남기지 않을까 걱정해 본다. 또 어쩌면 일은 그렇게 극적으로 벌어지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네가 차차 병이 들어가리라는 생각도 해 본다. 옷이여 너는 나와 함께 늙어 가며 나와 나의 몸과 함께 같이 살다가 같이 땅 속으로 들어가리라. 그래서 날마다 나는 네게 인사를 한다. 정중하게. 그러면 또 너는 나를 껴안고 나는 너를 잊어도 좋다. 우리는 결국 하나니까. 밤이면 너와 나는 바람에 맞서는 동지일 것이고 거리에서나 싸움터에서나 어쩌면 어쩌면 언젠가 움직이지 않는 한 몸일 것이다.
절망의 노래 / 파블로 네루다
너의 추억은 내가 자리하고 있는 밤에서 솟아오른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내 심장 위로 차가운 꽃비가 내린다.
네 위로 전쟁과 날개가 쌓여 갔다.
마치 머나먼 무엇처럼 너는 그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
침략과 입맞춤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항해사의 조바심, 눈 먼 잠수부의 분노,
희미한 안개의 유년 속에 날개 달고 상처 입은 나의 영혼.
너는 고통에 동여매인 채, 욕망에 붙들려 있었지.
나는 그림자 드리운 성벽을 뒤로 하고,
오 살이여, 나의 살결이여, 내가 사랑했고 나를 버린 여인이여,
하나의 술잔처럼 너는 한없는 애정으로 머물렀고,
그것은 검은 빛, 섬들의 검은 고독이었다,
그것은 갈증이었고 허기짐이었다, 그리고 넌 과일이었다.
아 여인아, 네 영혼의 대지 안에, 네 품의 십자가 속에
너를 향한 나의 욕망은 참으로 어마어마하면서도 그토록 짧은 것,
입맞춤의 묘지여, 아직도 너의 무덤들에는 불이 남아 있어,
오 깨물린 입, 오 입맞추며 엉켜 있는 팔다리,
우리가 맺어졌고, 우리 함께 절망한
그리고 물과 밀가루 같은 사소한 애정.
그것이 나의 운명이었고 그 안에서 나의 갈망이 항해하였으며,
오 폐허의 쓰레기 더미여, 네 위로 모든 것이 추락하고 있었다.
뱃머리에 선 뱃사람의 다리처럼 이리로 저리로
노래 속에서 너는 꽃도 피워 내고, 시냇물에서는 부서지기도 했다.
눈 먼 창백한 잠수부, 기꺽인 戰士,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밤의 일정표가 꽉 찬
바다의 소란스러운 허리띠는 해변을 휘어감고 있다.
동틀녘의 부두처럼 버려진 사내.
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아아 모든 것의 피안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오 버림받은 이여!
젊음 / 파블로 네루다(정현종 옮김)
길가에 서 있는 자두나무 가지로 만든
파도 속의 독백 / 파블로 네루다
그렇다, 하지만 이 곳은 외롭다. 파도는 솟구치고, 아마도 자기의 이름을 말하고,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파도는 속삭이고, 물거품과 물결의 비늘은 느릿느릿 나아갔다가 물러선다. 파도가 나에게 말한 것을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파도 사이에서 누구의 이름을 부를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나는 기다린다.
어떤 때는 분명히 알듯도 하고, 달콤한 숫자가 물거품 속에 솟아도 그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속삭임은 스러졌다. 모래의 입 속으로 미끄러졌다.
세월은 어둠의 인내(忍耐)로 여름의 오렌지빛 입맞춤으로 모든 입술을 부수어 버렸다. 나는 홀로 남았다.
세상이 분명히 나에게 제공하는 것에 응답할 힘도 없이, 재산이, 소금 속의 신비로운 포도알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들으면서, 미지의 사랑 그리고 대낮에 품위를 잃은 채로 소문만이 더욱더 아득하다. 존재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침묵으로 변할 때까지.
파업 / 파블로 네루다
돌아가지 않는 공장이 이상해 보였다. 거리,
희망에 바치는 송가 / 파블로 네루다(권미선 옮김)
내 삶의 한복판에 내리는, 바다의 황혼, 포도알 같은 물결, 하늘의 고독, 네가 날 가득 채우며 흘러 넘친다, 온 바다, 온 하늘, 움직임 그리고 공간, 포말의 하얀 군대, 사위어가는 태양의 불타는 허리, 하 많은 은총과 은총, 자신의 꿈을 향해 내닫는 새들, 그리고 바다, 바다, 허공에 걸린 향기, 낭랑한 소금의 합창, 그 사이, 물 곁에서, 투쟁하는, 바다 곁에서, 기다리는, 우리, 인간들.
파도는 단단한 해안에게 속삭인다. "모든 일이 이루어질 거야."
And Now You're Mine (Love Sonnet LXXXI) / Pablo Neruda ( read by Andy Garcia & Julia Roberts )
And now you're mine. Rest with your dream in my dream. No one else, Love, will sleep in my dreams. You will go, Your hands have already opened their delicate fists after, following the folding water you carry, that carries -「오늘 밤 나는 쓸 수 있다」 [출처] [펌] 네루다의 시 몇 개|작성자 Arab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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