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24년 08월 11일(일) / 날씨 : 맑음! >> 정오를 기점으로 해가 해벽 뒤로 기울어서 오후에 가는 걸 추천! 오전엔 타 죽을 것 같은 날씨였음
2. 등반지 : 영덕 축산항 블루로드 해벽
3. 등반형태 : 하드프리
4. 등반루트 : 17. 골목길 / 18. 봄이오면 / 13. 배불뚝이
5. 참석자 : 허웅영, 김재민, 김영란, 장원석, 장소문, 김두영
6. 내용 :
등반이라는 게 참 요물입니다. 도무지 정이 안 드는데, 선뜻 그만둬야겠다는 용기마저 나질 않게 만듭니다.
저는 무엇이든 빨리 포기해 버리는 성격인데도 장비에 지출한 돈 때문인 건지 아니면 아직 미련이 남아서인 건지.. (그만둔다고 하면 아무도 안 잡아줄 것 같아서 붙잡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아직도 헷갈립니다.
조금 쉬면 초기화를 넘어 다운 그레이드 된다는 선배님들의 말씀에 더욱 의기소침해지기도 했고요.
카페에 등반 공지가 올라오면 갈까 말까 망설여지다가도, 공지가 없으면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갈대보단, 강아지풀 혹은 그것 보다 더 요란하게 흔들리는 제 마음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허허..
이번주엔 바위는 솔직해서 붙으면 붙을수록 더 잘하게 된다고 하고
다음 주엔, 많이 붙으면 잘할 것 같지? 똑같다.라고 하시는 걸 보면.. 선배님들도 헷갈리시나 보다 싶기도 하고요..? ㅎㅎㅎ
전일인 토요일엔 천태산 알프스암장에 다녀왔는데, 얼마 되지도 않는 어프로치를 할 땐 고온다습한 열기에 눈을 뜰 수 없이 땀이 흘러 내가 뭐 하러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인가 싶었다가 살랑 부는 바람에 더위는 그새 잊고 놀이동산에 온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놀았습니다. 이 정도면 제가 좀 멍청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하하하… =_=;;
저 혼자만의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대장님은 진짜로 낭만 등반가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만큼은 알파인이 아니라 서윗 a人이시기도 하고요! (핫트 뿅뿅!!) -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까 한크랙 식구들은 모두 넘나 서윗한 것 같네요!
산에 다니기 훨씬 전부터 저는 여행을 좋아했고, 습관처럼 만나는 사람에게 어디가 제일 좋았냐는 질문을 묻곤 하는데요. 최근에 만난 클라이머 친구가 ‘블루로드’ 이야기를 해서 내심 엄청 가고 싶었는데 하계캠프 덕분에 정말 좋은 경험 하고 왔습니다! 아마도 대장님이 제 이야기를 흘겨듣지 않으시고 진행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감동 감동)
내비게이션에 시포트리조트를 검색하고 도착한 다음에 그 옆 공터에 주차를 하면 됩니다.
주차공간도 나름 잘 되어 있고, 리조트에서 5분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리조트 화장실, 샤워실 이용 가능했고 편의시설 이용도 가능합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 편의점, 식당도 있고요. 만약, 캠핑을 하게 된다면 주차공간에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용객이 많아서 그런지 주변에 쓰레기가 많았고 리조트 앞 해변은 상황이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버릿 해변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해변이 좁고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줄 것 같아 보였어요.
암장은 해변으로 나와 리조트 반대방향으로 걸어가면 됩니다. 사진 우측에 보이는 펜스를 따라 걸어가면 됩니다.
해파랑길 위에 있어서 일반 등산객이나 산책을 하는 일반인도 더러 있고, 여름이라 그런지 젊은 클라이머들이 많이 찾는 핫플인 것 같더라고요.
두영인 어쩜 저렇게 예쁘게 웃을까요?
보는 사람도 퐈이팅 넘치게 그 웃음 속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착하니 한 팀이 먼저 와서 등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도 무더위를 피해 타프를 설치했는데 타프를 설치하는 동안 강려크한 햇볕에 체력을 모두 소진해 버렸고 바위는 너무 뜨거워 패잔병처럼 바위를 등지고 쪼르르 앉았습니다.
다행히 해가 바위 뒤로 넘어가는 것 같아 1시간 정도 기다려보기로 했는데요.
오후 1시가 넘어가자 거짓말처럼 바위와 모래 위로 그림자가 서렸고 등반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 많은 클라이머들이 딱 그 시간을 맞춰서 우르르르 등장했습니다. 하하하 ㅋ
이번 하계캠프는 멀어서 그런지 참여율이 너무 저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아쉬웠는데요. 6명이 오붓하게 등반을 하다 보니 서로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좋았는데 한편으론 대장님이 마음껏 등반을 못하신 것 같아 죄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대장님은 쏘쿨하게 괜찮다고 하셨지만 다음엔 더 많은 인원이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계캠프에 동혁선배님이 안 오다니… 힝.. 너무해요 진짜.. )
선글라스에 가득 담긴 바다라니! 넘 좋잖아요!
블루로드 해벽은 아주 넓지는 않았지만 20개의 루트로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고 5.8부터 5.13a까지 난이도가 다양하게 있어서 며칠간 나누어 놀기에도 좋을 것 같아요. 블루로드의 시그니처는 중간쯤 위치한 10d 네모선장이라고 먼저 오신 분들이 알려주셨는데, 대장님도 곧 원정을 앞두고 계시기도 했고 손목 통증이 있다고 하셔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저 가볍게 시작하기 위해 대장님이 5.9 골목길 줄을 걸어주셨습니다.
대장님은 탑에 확보 후 후등자 사진을 찍어주기로 하셨고 뒤로 원석 선배님이 올랐습니다.
타프 칠 때만 해도 바위가 너무 뜨거워서 어떻게 등반을 하겠나 싶었는데 서서히 커지는 그림자 + 살랑이는 바닷바람에 생각보다 덥지 않았습니다. 전일 알프스 암장에서는 영란언니랑 저랑 등반할 때 누가 암벽화에 돋보기로 빛을 조준하는 것 처럼 발끝에 타는 듯한 열기가 있어 깜짝 놀라 신발을 벗기도 했는데 블루로드에서는 바위 그늘에 숨어 있으면 바다바람에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열심히 빌레이를 보던 재민이형은 온몸이 고구마처럼 빨갛게 익어갔는데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놓고, 오빠라고 안부른다고 뭐라고 하는 걸 보고 더위먹었나 싶기도 했습니다. ㅋ
신선계에 물 배달 가는 두영이.. ㅋㅋ
제게 해벽은 완전하게 미지의 영역이었는데 바위에 파이거나 튀어나온 홀드만 있는 게 아니라 구멍이 송송 나 있어서 그 구멍을 포켓홀드처럼 손가락을 끼우며 갈 수 있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하계캠프 첫날 낙석이 있었고 알프스 암장에 부서진 바위를 많이 만져서 걱정이 되었는데 암질은 모두 밟기 좋고, 잡기 좋은 상태였습니다. 다만, 바람 때문인지 등반 중에 눈에 모래가 자꾸 들어왔고, 땀이 쥴쥴 흘러 눈을 뜨기 어려웠는데 생각보다 습하지는 않아서 좋았습니다.
8등신 영란언니 ㅎㅎㅎㅎㅎ
5.10a 배불뚝이의 배를 부여잡고 있는 두영이 ㅎㅎㅎ
푸른 하늘, 푸른 바다 그리고 우릴 단단하게 묶어주는 바위가 더없이 좋았던 등반이었습니다.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바다는 끊임없이 파도소리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는데 그 소리는 응원가 같기도, 함성 같기도 했고 매서운 고함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역시 중요한 건 내 마음인가 싶었습니다.
블루로드를 가득 메운 사람들
걷다가 예쁜 곳이 보이면 서로 사진도 찍어주고, 포즈도 잡아보면서
정말 다양한 재미들로 가득 채운 하계캠프였습니다!
진행을 위해 힘써주시고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 요즘 정신이 없어서 보고가 많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첫댓글 저를 그렇게 봐주시니 감동. ~~…. 즐거운 등반 여행이었습니다. 지금 공항에서 또 다른 등반 여행에 맘 설레이고 있습니다 ~|^_^.
몸 조심히 재밋게 즐기고 오세영!!
1주차에 설악으로 하계캠프를 다녀와서 함께하지 못해 매우 아쉬웠네요.
체력은 국력이지만 등반 자존감은 개인의 심력
담엔 물놀이까지 제대로 놀고 오자 ㅎㅎ 그땐 우리모두 리딩으로 ㄱㄱㄱ
더위먹어 기억안남
좋아하는것들로 가득찬 블루로드 해벽이었어요! 더워 못하겠다했지만 제일 신나게 웃고있네요🤣리조트앞에서 야영도 샤워도 되서 좋은데, 너무 관리가 안되어서 막힐까 두렵네요.. 다음에 가면 플로깅도 해요!
소문님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