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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나쿠
일본사회에서 일반 서민들이 자주 손쉽게 찾는 곳 중에 '스나쿠'가 있다. 중소형 도시 및 동경의 한적한 곳에서 발견되는 조용한 중·장년층 전문의 선술집형으로 보통 가라오케와 술집을 믹싱한 업소이다. 스나쿠는 간이식당을 의미하는 영어 스낵 바(snack bar) 에서 따온 말인 듯 하다. 그러나 일본의 스나쿠는 음식을 주로 먹는 식당이라기보다는 간이 술집이 더 어울린다. 그리 넓지 않은 넓이에 대개는 카운터가 있고 그 안에는 '마마'나 '마스타'라 불리는 주인이 있어 술과 간단한 안주 서비스를 하게 되어 있다. 비교적 중하위층이 애용하고 있으며 독신자들이 주요 단골손님으로 분포하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건전한 실내분위기는 공통된 현상이다. 우리나라의 룸싸롱과 비교할 때 시스템은 동일하지만 주로 생활사의 이야기나 인생이야기 등으로 위로 받을 수 있는, 말하자면 술+여자+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로써의 특징이 강하다. 또한, 환락가에서는 야한 복장의 아가씨들이 종이를 나누어주는데 1인당 5,000엔으로 표기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안에 들어가 마시면 대부분 1인당 10,000円이상 나온다. 오사카의 '우에몬쵸'는 한국 스나쿠가 엄청 많다.
술은 맥주와 양주 그리고 일본주가 있으나 대개 시작을 맥주 한 병 정도로 한 다음에 양주를 마신다. 양주는 자기 이름이 쓰인 개인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 '보토루 키푸'(bottle keep)라고 한다. 처음에 주문한 것을 마시고 남으면 자신의 이름표를 붙여두었다가 다음에 와서 다시 마시게 된다. 주인은 다 없어질 때까지 보관해 준다.
계산은 처음에 주문한 이 술값 외에는 그날그날 함께 내 놓은 안주와 함께 이른바 '미즈와리'라 하여 물과 얼음으로 칵테일해서 내는 값을 받는다.
스나쿠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도심이나 상점가에도 있지만 한적한 주택지에 있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 점은 사람들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친근한 존재임을 뜻한다 하겠다. 여러 사람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긴 하나 많은 경우 혼자서 오게 된다. 이들 단골을 '죠오렌상'이라 부른다.
이 스나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카라오케이다. 술 몇 잔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돌아가는 것을 하루 일과 중에서 낙으로 삼는 것 같다. 이에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는 듯하다.
카라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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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오케는 빈 것을 가리키는‘카라(空)’와 영어의‘오케스트라(orchestra)’의 합성어이다. 그러므로 카라오케란 악단이 없는‘가짜오케스트라, 무인 오케스트라’라는 뜻이다. 노래반주만을 녹음하여 그것에 맞추어 노래하기 위한 테이프나 또는 그 연주장치를 가리킨다.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동료들과 만나 시름을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소라 할 수 있다. 농촌이나 지방도시에서는 카라오케동호회가 생겨 노래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사교가 일종의 사회현상이 되었다. 큐우슈우 지방의 어느 마을에서는 와서 빌기만 하면 가창력이 좋아진다는 카라오케 신사마저 생겨나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한다. |
일본은 레저백서에 따르면 일본인의 여가활동 선호도 1위는 외식(일상적인 것을 제외), 2위는 드라이브, 3위는 국내 관광, 4위는 카라오케이다. 수치면 에선 1위 외식부문을 제외하고 드라이브, 국내 관광, 카라오케부문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어 여가활동에 있어서 카라오케를 상당히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가활동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회식을 할 경우 식사를 마치고 카라오케에 가는 것이 정례화 되어 있으니 일본인에게 노래는 생활의 일부분이다.
상업용 카라오케 시설은 일본 전역에 약 60만대 보급되어 있다.
카라오케 라운지는 80년대 후반에 싱가포르(1백50군데 이상)를 비롯, 아시아 전지역에서 급증하였다. 홍콩에는 3백 군데 이상 대만, 필리핀 등지에는 1천5백 군데 정도 있다고 한다. 그것도 광동, 상해, 북경과 같은 대도시뿐만이 아니라 복건성과 같은 변두리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1990년 한 해에만도 일본 국내에서 약 6백만 대의 카라오케 세트가 판매되었다. 1992년 일본 국내의 카라오케 박스 매출액은 4천6백10억 엔이다. 80년대에 일본의 대·소 각 도시 안팎에 설치도어 소수의 그룹이 오붓하게 카라오케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이 새로운 오락에 집중적으로 몰렸다. 국내에서도 성공을 한 업계는 동남아시아로 손을 뻗쳤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보고서는 홈 카라오케 세트가 매달 1천대 이상 팔리고 있어 호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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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곳마다 있는 카라오케 라운지와 초밥가게는 일본의 아시아 태평양 경제침략의 또 하나의 명백한 현상으로 인정되고 있다.
① 카라오케의 역사
'카라오케'를 일반인들 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작은 기계로 개발한 사람이 효고현(兵庫縣) 니시노미야시(西宮市)의 이노우에 다이스케(井上大佑)이다. 고베시의 술집에서 키보드와 비브라폰을 연주하던 이노우에씨는 「인간 카라오케」의 명인이었다. 자신은 노래하지 않지만 아무리 노래를 못 부르는 손님이라도 기분 좋게 노래할 수 있도록 연주하는 명 연주자였다. 1970년의 어느 날 손님 중 한사람이 사원여행지의 회식 자리에서 노래를 하고 싶다고 동행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사정상 갈 수 없게 되자, 대신 연주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하여 보낸 것이 가라오케 기계를 발명하게 된 발상의 원점이다. 잘 아는 전기 기술자, 목수, 도장 업자에게 부탁하여 3개월만에 완성한 마이크, 에코가 달린 카라오케의 이름은 '8 JUKE' 이었다. 100엔 짜리 동전을 넣으면 5초만에 곡이 시작되어 기다리는 시간이 없으며, 누구나 쉽게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음정을 조절하여 녹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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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제조했던 11대는 내 놓자마자 인기를 얻어 1만대를 증산했다. 그러나 이 때 이노우에는 특허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코드회사 등에서 같은 상품을 속속 제조하여 칸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카라오케 붐이 일었다. 사람들이 노래부르고 싶어하는 심정을 헤아린 이노우에의 아이디어가 세계로 퍼져 나가 카라오케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② 문화적인 카라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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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오케라고 하면 자폐적 인상이 강하지만, 일본에서 최근에는‘카라오케에서 알게되었다.’라든가‘함께 카라오케에 가는 사이’라고 하는 것처럼, 카라오케의 사교적 역할을 평가하는 경향도 있다. 그곳의 자리에 있던 다른 무리의 사람과 마이크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이야기가 재미있게 되어 가는 일도 있다. 확실히, 낯설 때는 참고들을 수 없는 서툰 노래도 아는 사람의 노래가 되면, 그 사람 나름의 자기표현으로 생각될 수 있기도 한다. 회사 동료와의 퇴근 후의 모임도, 단지 술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카라오케가 자주 이용되게 되어 있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카라오케도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
또한 카라오케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고령자나 뇌질환 환자의 치료에 도입하고 있는 병원도 있다. 그 병원에서는 주 2회, 간호원의 MC 하에 환자가 카라오케로 열창한다는 것이다. 마이크를 들고 노래한 후, 환자의 뇌파를 분석해 보면 알파파가 증가한다는 것이 실증되어 있다. 환자끼리의 교류로도 이어진다는 사실에서, 향후 카라오케를 갖추는 병원이 늘어나는 지도 모른다.
엔카(演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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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누키 음계(라-시-도-미-파-라로 구성된 것)로 된 근대 일본 대중노래를 '엔카'라고 한다. (요나누키음계를 사용하는 엔카는 비평균율 음계인 미야코부시 음계를 사용하는 일본 전통민요와는 다르다. 이 음악은 서양음악을 보급한다는 미명하에 작위적으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엔카는 일본전통 대중가요로 한국의 트로트와 흡사한데 일본인의 감상적인 심정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한다. 50, 60년대 국민적인 인기를 얻던 엔카는 70년대는 10%이상의 판매점유율을 유지하였으며 뉴 뮤직이 유행하기 시작한 80년대부터 급감하여 현재 쇠퇴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싱글과 앨범 챠트 10위안에 엔카는 없을 정도로 히트곡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음반시장 점유율에서도 1994년 2.4%, 1995년 2.1%로 저조하다. 이렇게 엔카의 인기가 떨어지는 이유는 수동적이고 애처로운 노래 성향이 감각적이고 진취적인 현대 젊은층에게 맞기 않기 때문이다. |
낮은 인기에 비하여 엔카 가수는 상당히 대우받는 편이다. 단적인 예로 NHK의 가요홍백전에서 차지하는 엔카 가수의 비중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인들의 자기문화에 대한 애착은 스모 선수와 카부키 공연배우의 예우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의 대중가요를 대표하는 가요곡을 흔히 엔카라고 하는데 애조(哀調)띤 독특한 멜로디와 고부시(小節)라고 하는 가락이 특색이다. 엔카라고도 표기하는데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노래의 테마 속에는 남녀간의 슬픈 사랑이 주류를 이룬다, 엔카는 대부분이 이별, 여자의 눈물, 방황 등 인생의 그늘진 부분을 테마로 하고 있는 것이 많다. 20년 전 대히트를 친 노래로 지금도 인기가 높은 '술과 눈물과 남과 여'라고 하는 노래가 있는데, 엔카 테마의 중요한 부분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다. '술' '눈물' '남과 여' '여'라는 키워드로 엔카의 곡명을 검색한다면 그 양은 실로 방대할 것이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일본에서도 대중가요로 많은 각광을 받았고 카라오케에서 지금도 많이 불려지고 있다. 그런데 일본판은 형제에 대한 가사가 남녀간의 사랑으로 바뀌어 불려지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직역해 보면 다음과 같다.
동백꽃이 피는 봄이 되었건만 당신은 돌아오지 않고 (헤어지던 모습으로) 멈추어 있는 부산항에는 눈물의 비가 내린다. 뜨거운 그 가슴에 얼굴을 묻고 다시 한 번 행복을 음미하고 싶어라. 돌아와요. 보고 싶은 당신. 가고 싶어서 못 견디겠어요. 당신이 계시는 곳으로. (당신이) 떠나간 부산항에는 기적 소리만이 가슴을 찌른다. 꼭 전해주렴. 갈매기야. 지금도 믿고 기다리고 있는 나를. 돌아와요. 보고싶은 당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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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도 일본적인 엔카의 특징을 엿 볼 수 있다. 사랑에 상처를 입은 여인이 그 미련을 애절하게 노래하는 스타일이 일본 엔카의 하나의 기조(基調)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고하쿠에도 출연한 적이 있으며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난 대만 출신의 여자가수 테레사 텐은 일본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끌었는데 그녀의 노래 중에는 남자에게 헌신하는 기특한 여자. 또는 남자를 생각하여 자기가 물러서는 여자가 있다. 이러한 여성상은 아직도 고전적 사고를 갖고 있는 일본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고 귀여운 여자 또는 사랑스러운 여자이다. 테레사 텐의 엔카가 크게 히트한 이유는 이미 일본 사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본 남성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심리적으로 잘 이용한 가사 때문이다.
엔카의 또 하나의 커다란 테마로는 고향에 대한 향수(노스텔지어)가 있다. 인생관에서 피곤함을 느낄 때, 고뇌를 맛보았을 때, 사랑에 실패했을 때, 이럴 때 언제나 언제나 나를 따?하게 맞아주는 곳, 태어나서 자란 고향의 추억으로 돌아가서 위안을 얻고자 하는 심정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난 번 개최된 나가노 동계 올림픽 폐회식에서 문부성 창가인 '후루사토(故鄕)' 가 합창되었는데 여기에는 엔카와 같은 감성이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노래한 엔카도 높은 인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적 배경을 통해 보면, 일본의 고도 경제 성장기에 있어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 이동이 있었던 것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1960년대 이후 고도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 노동력은 모두가 농촌 태생들이었다.
그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하여 금의환향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였다. 험난한 현실 생활을 살아가는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태어난 고향에 대한 달콤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엔카의 가사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과도 비슷하다 하겠다. 그런데 향수를 느끼는 지역으로는 어찌된 일인지 북쪽이 많다. 일본의 엔카 속에는 '북의~' '북으로~' '북쪽'등의 곡명이 압도적으로 많다. 북쪽은 산악지대가 많고 공업화가 늦은 지역으로 기타 간토, 토우호쿠, 호쿠리쿠(北陸), 홋카이도 등지에서 도시로 유입된 인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인에게 있어서 키타쿠니(北國), 즉 북쪽은 감상적인 기분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 장소인 듯 하다. 물론 섬나라인 일본의 남쪽은 황량한 태평양일 뿐이다. 다분히 주관적인 생각에 불과하지만 한반도, 만주, 중국, 러시아 등의 대륙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일본의 산인(山陰) 지방으로 한반도의 문화가 많이 유입된 역사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로부터 매우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키타노야도(北の宿)라는 엔카는 위에서 서술한 내용을 전부 망라한 내용으로, 엔카 가수로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미야코하루미(都はるみ)가 열창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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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2세인 그녀는 은퇴를 하면서 자기 아버지가 한국인임을 밝혔다. 가수뿐 아니라 연예인 중에는 출신을 밝히지 않은 한국계 톱스타가 상당히 많다. 톱스타의 자리를 고수하고 자신들의 인기 관리를 위해서 한국인이라는 출신 성분을 감추는 경향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는 많은 일본 팬들로부터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스타가 일본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는 일본 사회의 심리가 작용하여 공공연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측면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