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호텔체인 힐튼 가(街)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을 모델로 선정한 휠라(FILA), 구치, 루이비통 등의 광고모델이었던 다리아 워보이를 기용한 모그(MOGG), 할리우드의 인기 배우 귀네스 팰트로에 이어 ‘석호필’ 웬트워스 밀러를 새 얼굴로 내세운 빈폴(Bean Pole)….
해외 명품 브랜드로 인식될 정도로 수준 높은 ‘코리아 명품’들의 활약이 눈부신 요즘이다.
코리아 명품이란 누구나 한 번쯤은 ‘해외 유명 브랜드 아닌가’하고 의구심을 가질 만큼 세계적인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 인지도와 명품 마케팅 전략 등으로 전 세계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내 브랜드들을 일컫는다.
해외 톱모델을 기용하고 광고 및 마케팅을 통해 외국 명품 브랜드처럼 이미지 메이킹을 해온 모그(MOGG), 이엑스알(EXR), 타임(TIME) 등의 브랜드를 비롯해 루이 까또즈(Louis Quatorze), 엠씨엠(MCM), 휠라(FILA) 등 해외 브랜드 인수를 통해 수입 브랜드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잡지광고만 보면 어떤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인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다.
‘세계 패션계는 조만간 해외 명품과 짝퉁 그리고 코리아 명품이 장악할 것’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이들 브랜드의 파급 효과와 인기는 대단하다.
휠라코리아(대표 윤윤수)는 지난 1991년 휠라의 작은 지사로 출발, 설립 이듬해 1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이후 6년간 매년 50% 이상 성장하는 등 가파른 신장세를 보였다.
엔리코 프레시 전 휠라 회장이 “휠라의 탄생은 이탈리아지만 휠라의 성장은 한국이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휠라코리아는 16년 뒤인 올봄 전 세계 패션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휠라를 인수하게 된다.
휠라는 아디다스, 나이키, 푸마 등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1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50여개국 1만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다.
이 같은 브랜드의 전 세계 사업권을 일개 현지법인이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은 패션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 패션의 긍정적인 이미지 덕분이었다.
휠라 코리아는 할리우드 유명 인사인 패리스 힐튼과 모델 계약을 하고 내한 프로모션을 벌이는 등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였던 루이 까또즈도 지난해 말 한국의 태진인터내셔날이 인수하면서 국내 소유 브랜드가 된 케이스다. 루이 까또즈는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탄생, 지난 27년간 전 세계적으로 명품의 이미지로 승부해온 유명 브랜드였다.
이를 인수한 태진 측은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전역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루이 까또즈가 프랑스 명품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며 “본사를 인수한 후 영국 런던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가죽 원단을 들여와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세계적인 품질로 명품 이미지를 계속 다져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루이 까또즈는 홍콩 일본 러시아 등에 잇달아 새 매장을 오픈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있으며, 인수 후 매출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해 목표인 600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도 매출목표를 8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최근 영국 런던의 해러즈백화점과 셀프리지백화점에 입성하며 본격적으로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MCM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 성주그룹은 고급 독일 핸드백으로 유럽에서 이름을 떨치며 ‘독일의 루이비통’이라 불리던 MCM을 인수했다.
이후 루이비통, 구치, 프라다, 샤넬 등 최고 명품 핸드백들이 즐비하게 진열돼 있고, 중동의 석유재벌, 러시아의 신흥부호, 미국의 영화배우 등 전 세계 부자들이 몰려와 쇼핑을 하는 곳으로 유명한 런던의 두 백화점에 입점함으로써 당당히 글로벌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디자인이나 품질은 구(舊)명품과 별 차이가 없으나, 가격은 30% 정도 더 싸다는 장점을 가진 MCM은 현재 미국 중국 등 전 세계 3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15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며 코리아 명품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EXR는 한국 토종 브랜드이지만, 설립 당시부터 명품 또는 수입 글로벌 브랜드의 이미지를 최대한 살린 케이스에 속한다. EXR의 법인명 또한 ‘EXR KOREA’로 지어 마치 글로벌 브랜드의 한국 지사 같은 느낌을 소비자에게 전달해 왔던 것.
실제로 많은 소비자는 법인명 때문에 EXR를 수입 브랜드로 착각했다. EXR는 중국(법인명ㆍEXR CHINA), 일본(법인명ㆍEXR JAPAN), 인도네시아(법인명ㆍEXR INDONESIA) 진출 시에도 해외 명품과 동일하게 브랜드 뒤에 오는 국가명만 교체해 외국 소비자들에게까지 철저한 수입 브랜드의 느낌을 주고 있다.
또 EXR는 지난 2005년 영국 런던 캐너비 스트리트에 3층 규모의 디자인센터를 설립해 현지에서의 최신 패션 정보 및 트렌드를 취합하고 협력 디자이너를 물색하는 등 글로벌 소싱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광고도 마찬가지 콘셉트로 진행되고 있다. EXR의 모든 광고에는 항상 건강한 백인 남녀가 등장한다. 지난 2002년 론칭부터 지금까지 제작된 모든 광고에 한국 모델을 기용한 적이 없다. 제작 또한 뉴욕 현지에서 진행되고 있어 광고로 처음 접한 고객들은 EXR를 수입 브랜드로 인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G패션의 모그 또한 지난해 출시 시점부터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하기 위해 갖가지 마케팅 전략을 써왔다.
거리의 대형 광고판에는 자사 브랜드임을 광고하기보다는 모그라는 브랜드 이름만 표시해 대중에게 해외 고급 브랜드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광고 모델로도 세계적인 모델 스텔라 테넌트와 다리아 워보이를 기용해 글로벌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해 왔다.
빈폴도 코리아 명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브랜드다. 원래 미국의 폴로를 모방한 캐주얼 브랜드로 출발했으나, 철저한 브랜드 관리로 한국을 대표하는 상표로 자리잡았다.
한섬의 여성복 타임 또한 애초에 국내 기성복이 아닌 외국 명품 브랜드로 제품 이미지를 설정, 의류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