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요새 어려운 말들을 배우면서 익히고 있다. 세상에 자기 아들 천재가 아닌 사례가 없듯이 “내가 보기엔 언어에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라고 딸에게 얘기하니 어린이집 선생과 주위의 손주와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하는 얘기란다. 역시 가재는 게 편이라!
발단은 신비아파트라는 귀신 시리즈에 애가 푹 빠져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많은 귀신을 거의 외워가지고 내가 제집에 가면 부려먹는다. 예를 들어 생전 처음 본 귀신을 컴퓨터로 찾아달라고 떼를 쓰곤 프린트해 달란다. 출력해주면 신비아파트 귀신 칼라 책을 보고 같은 색칠을 하면서 그 많은 귀신을 정말로 생김새 특징 등을 외워버리는데 감탄이 나오는 것이 역시 좋아하는 것은 못 당하게끔 조물주의 세상을 만드신 뜻과 일치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더블X 6개의 예언 장에서 제 6화 사악한 요정 도플갱어를 읽으며 제 엄마한테 “사악이라는 뜻이 뭐예요?” 라고 물었는데 대답을 글자 둘이 나쁜 것을 나타내는 것 즉 ‘사도 나쁜 것’ ‘악도 나쁜 것’ 그러니까 나쁜 것이 겹치니 “나쁘고 또 나쁘다” 즉 “매우 또는 너무 나쁘다”고 가르쳐 줄 실력이 안 되니까 그래도 한자를 좀 아는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논어 12-11에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 말이 나오고 있다. 군군君君은 ‘임금이 임금답다’로 풀이 되고 뒷 군이 형용사로 전용된 술어이다. 이와 같이 사악邪惡을 ‘간사스럽고 나쁘다’라고 사전처럼 풀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자를 잘 아는 사람이 풀이한 것이다. ‘바르지 못한 나쁜 것’ 이렇게 가르치면 뒤 탈이 없다.
뒤 탈이란 네 아들이 다음 같이 또 물어 볼 것이다. “그러면 간사奸詐 는 무슨 뜻이에요?” 그러니까 거의 같은 동의어의 배열은 강조로 간자奸字를 사자詐字가 강조한 것을 말한다. 옛날 사람들은 여자가 웃으면서 또 말로써 재롱을 피우면 남자를 잘 속일 수 있다고 ‘여자 녀’ 변을 사용해서 간자를 사용했고 말로서 속인다고 사에 ‘말씀 언’ 변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자도 세밀하게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뜻 문자지만 쓰기 읽기 말하기가 어려운 글자인 것은 사실이다.
“이제부터 겨우 시작으로 앞으로 많은 문자 즉 한글 한자를 아들이 물어 볼 것이 틀림없고 특히 언어감각이 남다른 아들이 계속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지만 자기도 배운다는 심정으로 차근차근 컴퓨터와 상의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공돌이인 네가 한자 세대도 아닌데 시방 와서 새삼스럽게 한자 공부한다고 금방 되는 것도 아니니 궁금한 것이 있으면 아버지한테 문자 넣어라! 그리고 아들 가르친다는 마음가짐은 금방 한자에 익숙해질 수 있다” 딸이 아버질 기쁘게 한다. “아버지! 힘이 돼요” 이 맛에 친구들한테 지금까지 ‘딸 바보’ 소릴 듣고 산다.
“아! 옛날 생각이 난다” 난 고향이 개성으로 14후퇴 때 피란 나와 조부모와 같이 발안 근처에 살았고 초등학교 3학년 때 겨우 수원에 사신 부모님과 같이 합쳤던 피난민이다. 근데 발안 근처에 살 때 나이가 6살로 학교에 못 갔고 동네가 몽탕 버들 류柳 집성촌集姓村에서 외톨이 임씨林氏라고 하대를 받으면 살았다. 다행히 학교에 가게 되어 상놈을 면했던 행복한 기억이 있다.
이 피난민 시절 우리 할아버지가 나한테 천자문을 가르쳐 주셨다. 학교에 가니까 한자 실력자로 인정 받았고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적어도 300~400자 정도는 알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밑천이 돼서 초 중을 거쳐 고교에 진학하자 국어 교과서 육당 최남선의 31독립선언서를 배우는데 명사가 한글 토가 없이 몽탕 한자로 되어있는 데도 글을 읽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었던 기억이 있다. 밑천이 있으면 계속 구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끼가 끼듯이 당시 한자로 발행된 신문 등을 읽으며 실력이 쌓였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은행원에서 자동차회사로 직장을 옮겨 경리쟁이로 있다가 연구소에서 15년간 근무한 특이한 경력자로 또 협력회사 경리쟁이로 직장생활을 마감한 사실이 있다. 자동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돌이 직원들의 맹한 한자실력에 손들었었다. 그리고 놀란 것은 한자가 없었다 하더라도 결코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즉 아무리 어려운 한자라도 옥편이 있고 해석은 같이 연구하면 되니까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그들은 영어 실력만 충실하면 글로벌화 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일본 MMC와 기술 합작으로 그들과 서면으로 기술을 소통하는데 있어 한자가 많은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일본놈들이 태생적으로 외국어에 약한 미개 민족인 까닭에 그들에게 기술을 받는 입장에서 일본식 한자 100여자를 우리 한자로 바꾸니까 전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어가 우리 훨씬 아래 4촌 동생인 것만은 확실하다.
요새 3년전 교육원에서 논어강좌를 수강하면서 많은 사람과 한자 공부에 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어느 사람이 물어 온다. 내가 한자실력이 1급 합격자라고 하니까 한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요새 학교에서 한자를 안 가르치는데 그거 문제 있는 것 아닙니까?”
“문제라뇨! 문제 없습니다” 확신에 찬 대답으로 마무리했다. 특히 연구소 근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요새 젊은 사람들이 우리 세대보다 훨씬 똑똑하고 배운 것이 많기 때문에 완전 기술자립을 이루었고 이제 거꾸로 중국 일본놈들이 살려면 우리 한글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단지 논어를 배운다는 것은 한자가 아니라 인문학에 있어 동양철학을 재 정립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라는 확신을 말한 적이 있다.
요즘 능력도 안 되는 꼰대들이 나라 걱정을 한답시고 문제가 없거나 미미해도 괜히 나서고 있다고 친구들한테 누가 지껄였는데 누구와 가장 친하다는 친구가 한마디 한다.
“꼰대 기준이 뭐니! 그리고 너 좀 삐딱해! 너 좀 이상해 임마!”
“말 조심해 임마! 요새 젊은이가 너 같은 꼰대 10명은 감당한다” 어! 싸움 나겠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