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 문화 > ART(공연·전시) / 편집 2015-01-15 05:41:50 / 2015-01-15 13면기사
그 시절 마릴린 먼로가 오늘을 산다면
'오마주 투 필름' 展 내달 11일까지 롯데갤러리 대전점
▲배수만 작 <Marilyn Monroe>
대전롯데백화점 9층에 자리한 롯데갤러리 대전점 입구에 들어서자 영화 롤리타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중년의 인텔리 남자가 10대 소녀에게 빠져 광적인 사랑을 집착적으로 바치다 파멸한 내용을 담은 스토리가 잠시 잠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14일 찾은 대전롯데갤러리 대전점에서는 '오마주 투 필름(Ommage to Film)'전이 열리고 있었다. 갤러리 벽면을 가득 채운 1960-80년대 영화의 오리지널 포스터와 영화를 주제로 만든 각종 작품들이 포스터와 한축을 이루면서 추억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전시장 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30여점에 달하는 추억 속 영화 포스터였다. 1960년대-80년대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된 영화 포스터들은 가슴떨리며, 때로는 눈물 흘리며 봤던 영화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오리지널 포스터는 영화 제작사 또는 배급사가 영화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가 전량 파기하는 경우가 많아 현 시대에 당시의 포스터를 보는 것만으로도 찌릿한 감정을 선사해준다.
오드리 헵번을 기억할 수 있는 '티파니에서 아침을' 비롯해 '모던 타임즈', '시네마 천국', '클레오파트라', '사관과 신사', '사이코' 등의 포스터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는 영화속 명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가 주는 즐거움이자 기쁨이다.
포스터와 함께 전시된 현대작가들이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배트맨, 원더우먼 등 할리우드 캐틱터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고근호 작가 작품을 보고있으면 영웅에 대한 동경으로 똘똘 뭉쳐있었던 어릴적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박태규 작가의 극장 간판화는 추억과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다소 투박한 붓질로 표현한 작품은 우리 인생의 고단함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하다. 마릴린 먼로와 오드리 헵번을 전면에 내세운 배수민 작가의 작품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불안과 혼란함이 녹아 있어 심장을 아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디지털 회화작업으로 유명한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씨의 작품 '뉴 제임스 딘'(모니터 영상작품)은 한참 동안 시선이 멈추게 했다. 영화처럼 세상을 홀연히 떠나버린 제임스 딘. 그가 내뿜는 담배 연기와 함께 당대의 유명 여배우들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면 담배를 물고 거리를 걷는 제임스 딘의 모습은 그가 왜 제임스딘일 수밖에 없는지 다시금 생각케 한다. 현대 소비사회를 신선하게 표현한 최잔 작가의 작품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값싼 스티커를 작품의 주 재료로 이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여서다.
작가는 대량 생산돼 가끔은 쓰레기 취급을 받는 스티커로 사람들이 동경하고 소유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롯데갤러리 한 관계자는 "음악과 미술, 문학, 영화는 인간의 삶을 투영하는 예술 분야며, 그것을 보는 이들로부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케 해준다"며 "영화는 모든 예술적 감성과 삶의 진실을 보여주며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만큼 작품속에서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찾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4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무료다. 원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