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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reggio, Portrait of a Gentlewoman.
코레조의 (여인의 초상)은 나를 매혹시켰는데, 그것은 단지 이 여인의 아름다움때문이 아니라(물론 매우 아름답게 그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녀의 표정 때문이다. 뻐기고 있다고 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숨길 수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자신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듯하다. 또한 이 여성은 어떤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꼭 눌러 빗은 머리와 완벽한 모양의 가발, 그리고 이것들과 대조적으로 넉넉하게 늘어져 있는 소매. 가슴도 풍만해 보이기는 하지만 단정하게 가리고 있으며 ,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금목걸이를 하고 있으면서도 가운 밑으로는 청빈한 생활에 대한 맹세를 상징하는 프란체스코의 수도회(Franciscan Order, 1207년 아시시의 성 프란체스코에 의해 설립된 수도회, 청빈한 생활을 강조하는 매우 엄격한 수도회였음-역주)를 나타내는 매듭을 묶고 있다.
가끔씩은 탐정의 눈으로 작품을 봐야 할 때도 있는데 이 그림에서의 첫 번째 단서는 그녀가 들고 있는 은쟁반이다. 거기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중, 헬레네가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을 잊어버릴 수 있게 하는 마법의 약을 만들고 있는 장면에 나오는 그리스어 구절이 적혀 있다. 이 구절은 인간이 삶의 슬픔에서 벗어나 더 큰 무엇을 알 수 있게하려는 의도로 종종 예술작품에 인용된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 여인은 어떤 식으로든 예술과 관련이 있는 사람임을 알수 있다. 이 점은 그녀 뒤에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나무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거기에는 불멸을 상징하는 담쟁이 덩굴과 음악의 신인 아폴로를 상징하는 월계수가 있다. 그렇다면, 그녀가 걸고 있는 목걸이는 자기가 장만한 장신구가 아니라 예술가로써 얻게 된 어떤 인정의 표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코레조가 알고 지내던 여성들 가운데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두 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코레조가 편지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칭했던 여인으로, 매혹적이긴 하지만 이 그림에 나오는 여인보다는 코가 더 길었다고 한다. 결국 그림 속의 여인은 베로니카 감바라Veronica Gamhara인데, 그녀는 잘 알려진 시인이었을뿐 아니라 프란체스코회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었다. 이렇게 그림 속 인물이 누군지 밝혀지고 나면, 그 신비스런 모습도 다르게 보인다. 시인들은 상상적인 차원과 현세적인 차원 두 가지를 동시에 사는 사람들이며 , 그림 속 여인은 우리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이런 지적인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자고 권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