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안산공고-경남고전. 4-5로 뒤진 9회초 안산공고의 마지막 공격이 끝나는 순간 덕아웃엔 짧은 아쉬움이 흘렀다. 야구부 창단 1년6개월만에 전국대회 8강을 거머쥔 안산공고. 8강전서 실책과 폭투로 '4강의 꿈'을 놓쳐 아쉬움은 컸지만 오른쪽 외야석을 가득 메운 '오색 응원단'의 함성만큼이나 강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해 처녀출전한 황금사자기와 봉황대기서 모두 1회전 콜드게임패. 하지만 지난 1년은 변화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청룡기 16강전서 연장 10회 끝에 '야구 명문' 선린인터넷고에 10대9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당당히 8강에 오른 것.
지난 2000년 11월 13명의 선수로 출범한 안산공고 김현곤 감독(45)은 "훈련중에 두 세명만 다쳐도 당장 경기를 못할 지경이었다"며 창단 당시의 어려움을 전했다. 전국을 돌며 '뛰고 싶지만 뛸 곳이 없는' 선수들을 끌어모아 팀을 꾸렸다.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못지 않은 사연을 담은 선수들. '한번 해보자'며 똘똘 뭉쳤고 결과는 '돌풍'으로 나타났다.
넉넉치 않은 재정 형편으로 어려움이 컸지만 학부형, 교사, 학생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야구부에 힘을 실어줬다. 당초 축구부 창설을 제안했던 안산시는 야구부 전용훈련장과 숙소를 마련해주며 적극적으로 나선 데 이어 최근엔 약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운동장 전면 개보수까지 마쳤다. 안산지역의 선수 수급도 한결 원활해져 이젠 명실상부한 '야구부'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내년 목표는 우승. 안산공고 야구부실 한켠에 번듯한 트로피가 자리할 날이 멀지 않았다.
< 곽승훈 기자 europ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