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 금곡초등학교 리창수 선생님이 나서다.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8일까지 진주 금곡초등학교(교장 안순화)에서 “토박이말을 바탕으로 한 어휘력 기르기(2013년 초등 맞춤식 공모형 직무연수)” 이야기 마당을 전국에서 모신 여섯 분 강사를 모시고 일주일에 한 번씩(2~3시간) 6번 있었다. 훌륭한 교육이 훌륭한 사람을 키우고,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나라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는 뜻 깊은 자리였다.
처음에 한말글문화협회 리대로 대표가 “우리 말글이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을 시작으로 우리말달력연구소 염시열 소장이 “토박이말 교수법”, 진주교육대학교 곽재용 교수가 “어휘 교육”,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이 “생활 속 어휘 교육”, 금곡초등학교 리창수 박사가 “토박이말 교수 학습자료”, 전 대구가톨릭대학 김수업 총장이 “왜 토박이말인가?”란 제목으로 이야기 했는데 아주 뜻 있고 바람직스러운 한마당이었다.
<사진설명: 김수업 전 국어심의회 위원장(전 대구카토릭대 총장)이 토박이말을 살려 써야함을 강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50년대만 해도 초등학교 책에는 어려운 한자말이 적었다. 책 이름도 “셈본(산수), 말본(문법)”처럼 우리 토박이말이 있었다. 그런데 1960년대 들어서 교과서에 일본처럼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한다는 이들이 나서면서 ‘쑥돌’이라는 토박이말은 ‘화강암’으로, ‘흰피톨’은 ‘백혈구’, ‘꺾꽂이’는 ‘삽목’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초등학교 배움책(교과서)에서 한자말이 하나하나 늘어나더니 1980년대에는 고등학교 책에 나오는 어려운 갈말(학술용어)까지 초등학교 책에 실렸다. 이른바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자는 왜정 때 경성제대 출신 학자와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어 권력을 잡고 한 짓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말 가운데 한자말이 70%이니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고 배움책에도 섞어 써야한다고 법과 규정을 바꾸려고 나섰다. 어려운 한자말을 늘리고 그걸 알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를 배우고 배움책에 한자를 일본처럼 드러내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쉬운 우리 말글로 지식과 정보를 빨리 알게 하는 교육을 한자 배우는데 시간과 힘을 빼앗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한 김수업 교수는 한자말이 70%라는 말과 우리말로 된 이름씨가 모자라서 한자말을 많이 써야 우리말이 넉넉해진다는 한자파들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말했고, 곽재용 교수도 세종 때 석보상절 6권에 나오는 낱말을 살펴보면 토박이말이 71.27%, 한자말이 28.73%이며, 오늘날 한글학회가 1960년대에 만든 소사전에는 토박이말이 44.48%, 한자말이 45.41%, 외래어가 3.3%, 혼종어가 7.08%임을 밝히면서 예부터 토박이말을 더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방에서 쓰는 좋은 토박이말을 살리자고 말했다.
그런데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희승(경성제대 조선어과 출신)선생이 만든 국어대사전에는 우리가 쓰지 않는 일본 한자말을 더 많이 올려놓고 그걸 토대로 한자말이 더 많다고 떠들었다. 1999년에 경성제국대학 출신인 이희승, 이숭녕 교수 제자들인 서울대 국문과 출신들이 중심으로 만든 국립국어원은 1998년에 한글학회가 낸 ‘우리말 큰 사전’을 누르려고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토박이말이 25.9%, 한자말이 58.5%, 외래어 4.7%, 기타 혼종어가 10.9%라고 쓰지도 않는 일본 한자말을 많이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자말이 많다고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 교육을 하고 배움책에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한다고 떠들고 있다.
<사진설명: 이번 토박이말 살려서 교육하기 연수회를 연 리창수(왼쪽) 선생과 글쓴이 리대로(오른쪽)>
이윤옥 소장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사시미, 미싱, 몸뻬”같은 왜말까지 들어있으며 국어원이 만드는 오픈국어사전이라는 것에 왜말 ‘자부동’을 경상도 사투리라고 올려놓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정쇄신, 국민의례, 멸사봉공”들처럼 왜정 때 식민통치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은 잘못임을 밝혔다. 나는 선생님들에게 우리 말글이 지난날 중국과 일본 말글에 눌려 살았고, 오늘날은 미국말에 눌려 시들고 있는 현실을 짚어보면서 우리 겨레와 나라가 일어나려면 우리 얼말글이 독립해야 함을 강조하고 우리 얼말글이 독립하려면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토박이말을 잘 가르치고 살려 써야 함을 힘주어 말했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있는 염시열 선생은 ‘수평적’을 ‘가루결’로, ‘문화’를 ‘새얼’로, ‘관념사’를 ‘생각씨’로, ‘광고’를 ‘알림본’처럼 스스로 왜식 갈말을 우리 토박이말로 바꾸어 쓴 일을 다른 선생님들에게 알려주고 우리말 달력도 만들어 여기저기 보내준 경험을 말했다. 리창수 선생은 토박이말을 배우고 가르칠 때 도움이 되는 누리집도 다른 선생님들에게 알려주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자주 써야 우리 교육이 더 잘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곡초등학교 안순화 교장은 “우리 토박이말을 남달리 사랑하는 리창수 선생이 경남 교육청에 이 사업을 응모해서 따냈기에 우리 학교에서 모든 선생님이 함께 토박이말 살리는 일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아주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금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0명밖에 안 되지만 학교 복도와 교실에 “토박이말 되새김”알림판을 만들고 학생들이 토박이말을 생활 속에서 익히게 하고 있었다. 이 일은 참 잘하는 일로서 진주 지방 몇 초등학교에서만 할 일이 아니고 온 나라 초등학교에서 모든 선생들에게 이런 갈닦음 교육을 받고 모두 함께 우리 토박이말을 살리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우리 얼말글도 살아서 이 나라와 겨레가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 경남 교육청은 더 많은 선생님들에게 이런 연수 교육을 받을 기회를 늘리고, 다른 시와 도의 교육청에서도 이 토박이말 연수 교육을 본받고 따라할 때에 신라 때부터 1500년 동안이나 중국 한문에 눌려 살던 종살이를 벗어나게 되고, 다시 미국말 종살이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후손에게 튼튼한 나라와 우리 말글을 만들어 물려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첫댓글 고맙게 잘 읽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