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 초대전
향기를 가진 행복한 여인들
영희가 그린 화려하면서 환상적인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은
마치 그 모델들에게 말을 걸듯이 여인의 숨겨져 있는은밀한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은 샤갈의 회화처럼 따뜻하고 정겹고,
르느아르 그림처럼 서정적이고 연인을 향한 뜨거운 그리움이 향수처럼 짙은 향기를 풍긴다.
글 : 김종근(미술평론가)
[2010. 11. 3 - 11. 16 갤러리바이올렛]
[갤러리 바이올렛] 서울시 인사동 168 고당빌딩T.02-722-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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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을 아주 자연스럽게 단순화 시키면서 기본적인 형태로 화면에 새로운 인물을 창조한 화가는 모딜리아니이다. 특히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과 형태를 지키면서 인물이나 누드화가 가질 수 있는 우아한 선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집약한 그의 작품은 주로 그래서 많은 누드화의 교과서처럼 사랑받고 평가 받고 있다. 그것들은 인물화에서 크게 돋보인다. 화가들에게 여인과 누드는 미술작품의 소재로 인간이 등장한 이후 미술의 역사와 같다고 해도 좋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영희가 그린 화려하면서 환상적인 여인들을 묘사한 작품은 마치 그 모델들에게 말을 걸듯이 여인의 숨겨져 있는 은밀한 매력을 표현하고 있다. 어떤 그림은 샤갈의 회화처럼 따뜻하고 정겹고, 르느아르 그림처럼 서정적이고 연인을 향한 뜨거운 그리움이 향수처럼 짙은 향기를 풍긴다. 그러나 영희의 얼굴들을 자세히 쳐다보면 실제로 여자의 얼굴이 저렇게 그로테스크하고 변형이 심하여 때로는 부조화스러울 만큼 기형적인 형태를 하고 있다. 얼굴이나 목의 심한 왜곡 또는 변형은 그래서 더욱 모딜리아니의 누드처럼 익숙함을 주지만 한편 지나치게 의도적인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즐거운 여인들, 162.2×130.3
수줍은여인, 53.0×45.5
그러나 분명하게 우리는 화가가 실제의 모델을 보고 그림을 그린 것이라기보다는 마음속에 상상으로 느끼며 보여지는 그런 여인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실제 이러한 여인의 다채로운 인상과 표정을 보면서 저런 여자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그림이 아름다워 보이고 정겨운 것은 그 옷차림과 인상이 우리의 이웃 혹은 누나 같은 여인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의 화풍이 다른 작가들과 구별 되는 것은 의도적이며 낯선 색채가 주는 매혹적인 황홀함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여인들은 아름다움의 표정을 지니는 것이 영희회화의 가장 큰 특색이다. 그리하여 야수파의 마티스처럼 상상력의 색채와 리듬으로 여인들을 대담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여인의 매혹적인 첫인상을 훨씬 거침없이 그려낸다. 눈이며 눈썹이며 얼굴이며 목이며 이들은 자연스러움 보다는 의식적인 욕구대로 표출한다. 목이 거의 구부러진 듯 한 여인의 얼굴들에서 비정형적인 신체의 표현에서 주저하지 않고 거침없이 변형하는 영희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 속에 짙고 화사한, 마치 가을의 여인 같은 영화 속 여인 같은 인물들은 한눈에 봐도 작가 자신을 연상 시킬 만큼 독특한 감각과 형태로 형상화 한다. 또한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색채를 주저하지 않고 풍부한 색상을 사용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내면에 열정을 감지 할 수 있다.
가을여인과 철수, 90.9×72.7
고고한여인, 53.0×45.5 캔버스에 혼합재료
그러기에 영희의 그림은 환상적인 상념이 그대로 표출된 흉내 내기 어려운 독창적인 모델이 탄생되는 것이다. 자화상이거나 누나의 모습을 닮은 내면의 표정들이 점진적으로 자신만의 양식이 담긴 여인으로 재탄생 되는 것은 작가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특히 지극히 여성적인 인물 속에 여인의 심리적 상태를 간결하게 표현함으로써 오늘날 여류 구상 화가들의 폭을 넓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영희의 초상화들은 한결같이 모자를 쓰고 예쁜 척하는 해변의 여인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그 모습들은 생각해보면 아름다운 꿈을 꾸는 깨어나기 싫은 여인의 표정이거나 초상이다. 무언가를 꿈꾸는 듯 한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표정들, 그 눈빛이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시선과 마음을 가진 여인들의 초상이다. 어쩌면 피카소가 “내가 인상파 화가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고 한 말속에는 탐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희의 그림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인의 순수한 느낌을 강렬한 색채로 변신 시키는 그의 화풍은 대중적이면서 널리 사랑 받을 수 있는 친근함과 안락함의 여인들처럼 화사하다. 부드러운 필치와 섬세한 형태 묘사와 털실처럼 포근한 여인의 얼굴에는 자연스런 윤곽선과 깊고 그윽한 색채로 덧칠해진 고운 살결을 지닌 여인 특유의 붓질과 테크닉에서 더욱 유혹적으로 보인다.
도도한그녀-1, 116.8×72.7
연인, 116.8×91.0
또한 이번 영희의 작품들은 르누아르처럼 예술적인 매력이 밝은 색채와 여성적 생명감의 기쁨을 감상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열정을 다한 여인들 초상화이다. 이런 아름다움을 누가 또 그릴 수 있을까? 아름답고 유혹적으로 보이는 꿈을 꾸거나 사색적인 표정의 판타지안 여인은 어딘가를 회상하는 아름답고 행복한 표정들이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기쁨과 환희를 담아 낸 우리주변의 여인들, 영희는 곧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살려는 여인들을 포착하여 화폭 속에서 재창조해 낸다. 화려한 색의 혼합으로 장식된 여인의 환상적인 붓터치, 변형된 얼굴의 형태 묘사는 부드러운 색상의 붓놀림을 통하여 색채와 화해하며 더 할 나위 없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행복한 표정과 고운 살결을 지닌 그의 인물화 속의 여인들은 그의 독특한 색채와 눈빛에서 새롭게 태어나 우리를 향해 윙크를 한다. 이렇게 인생은 아름다운것이라고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고 말이다. 영희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가 마치 그림속의 주인공처럼 삶에서 행복한 표정을 발견한다면 그의 예술적 목적은 완성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