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 5월호 신작수필
노상방뇨(路上放尿)
정재홍
여름방학을 앞두고 평창 진부에 있는 월정사로 체험학습을 떠났다.
먼저 오대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높다란 전나무들의 사열을 받았다. 사찰 앞에 도착하니 녹음 짙은 여름날의 풍경이 싱그러움으로 우리를 반겼다. 들뜬 기분으로 부산스럽게 행동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진정시키며 사찰 경내를 둘러보았다. 직접 눈으로 보고 이야기를 들으며 배우는 체험 학습은 빠르게 끝났다.
차량이 대기한 주차장으로 향했다. 운전기사의 얼굴을 보니 편치 않아보였다. 이유를 알아보니 노상방뇨로 경찰에 적발이 되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차에서 내린 후에 소변이 급해 길가에 있는 나무에다 실례를 하였단다. 마침 시내버스를 타고 오던 경찰이 보았고, 경범죄로 범칙금통지서를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경찰관을 만나서 운전하신 분은 학보모인데 생업을 뒤로하고 봉사를 나온 분이니 선처해 다라고 사정을 하였다. 경찰관은 아이들을 위해 운행한 일은 고마운 일이나, 학생들을 태우고 운행하는 기사이기에 더더욱 모범을 보여야한다고 말했다. 씁쓸한 마음을 안고 일정을 마무리 하였다.
대로변에 위치한 학교의 교문 안쪽 담장은 소변으로 몸살을 앓았다. 쉬는 시간에 3층 교실에서 운동장을 내려다 본 아이가 소리친다.
“선생님, 할머니가 교문에다 오줌을 눠요”
창문을 통해 보이는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보기에 민망스럽다. 신체의 일부까지 노출하고 방뇨를 하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학교와 인접한 곳에는 5일장마다 열리는 풍물시장이 있었다. 저렴한 먹을거리들이 많기에 지갑이 얇은 노인들에게는 인기가 매우 높다. 시장 구경을 하고 출출해지면 막걸리로 배를 채우는 노인들이 있게 마련이다. 취기가 올라 기분 좋게 시장을 떠났는데 갑자기 배설이 필요한 생리작용이 일어났다. 화장실이 안보이니 대로변에서는 어찌할 수 없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택한 장소가 교문에 붙어있는 담장 안쪽이다. 이런 장면을 목격하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공중도덕 수업의 좋은 자료가 되었다.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보면 노상방뇨를 하지 말아달라는 문구들이 보인다. ‘소변금지’ 라고 쓰인 장소는 대부분 전봇대가 있거나 골목길의 후미진 곳이다. 이런 문구들이 있는 곳을 지날 때는 공기부터가 오염되었으니 자연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무단방뇨 금지를 알리는 글이 있어도 방뇨가 계속되니 경고성 문구는 더 강력해진다. ‘노상방뇨 절대금지( 개 포함), 오줌을 누는 사람은 개만도 못한 인간, 오줌 쌀 땐 좋아도 걸리면 죽어....’ 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경고들인가.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는 문화적 차이는 있겠지만 노상방뇨에 대해서는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보아 법적으로 금지시키고 있다. 아주 높은 범칙금을 물리거나 형사처벌이 가해지기도 한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면 버지니아 주는 노상방뇨를 ‘1급 경범죄’로 취급하여 최대 징역 1년이나 범칙금 2,500 달러까지 선고가 가능하고, 전과 기록으로 남긴다. 2014년 4월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는 한 10대 청소년이 상수도 취수원에 방뇨를 하였다. cctv로 이를 확인한 시 수도국은 회의를 통해 3,800만 갤런(1,440만t)의 물을 모두 방류했다는 것이다. 모든 시민이 한 달 이상 마실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소년의 1회 소변 량이 3,800만 갤런의 물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과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나 미국인들의 방뇨에 대한 혐오감은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이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노상 방뇨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길거리에서 소변이 마렵다는 손자에게 노상방뇨를 시켰다면 현장을 목격한 누구라도 괘념치 않고 지나친다. 무단방뇨는 가벼운 범죄행위로 보아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을 부과하는데 소액이니 예방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경범죄 처벌법을 보니 내가 미처 몰랐던 경범죄의 종류는 노상방뇨, 쓰레기 무단투기 등 수십 가지나 된다. 적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지금의 법대로라면 나는 인생의 뒤안길에서 노상방뇨는 물론이고, 경범죄를 수없이 저질렀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모르고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있으나, 알고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신이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이 경범죄에서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노상방뇨를 포함하여 경범죄가 춤추는 사회를 생각해보는 하루였다.
첫댓글 노상방뇨 안 하면 좋지만, 할 수 없이 하는 사정 이해가 갑니다.
신이 아니면 경범죄 100퍼센트 위반 안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다
허선생님, 여기 들어오시면서 사진을 몽땅 올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제라도 이 카페에 올려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