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무더운 여름 유난히 무더운 어느날 오후
친한형과 통화중 의례적으로 밥먹었는지 여부를 묻다 서로 아직이라는 답을 확인하고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약속을 잡고 찾은 곳은 평양냉면집 을밀대다.
철을 가리지 않고 자주 찾던 집이지만 특히나 여름이면 내집 드나들 듯이 3일에 한번꼴로 찾아갔다.
한여름 정오에 을밀대를 찾는 것은 바보짓이다.
30분쯤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듯이 담배를 피거나 잡담을 나누며 느긋이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
그야말로 2열종대로 연병장 2바퀴반이다.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지만 늘어선 행렬의 압박속에서 냉면을 먹는 것도 여간 불편한게 아니기 때문.
자유직이었던 우리는 언제나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을 이용해 느긋하게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소주도 한병시켜 느긋하게 냉면을 즐길 수 있었는데...당시는 그게 무슨 특권이나 되는 양
직장인들에 대한 유치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날도 점심시간이 지나 약속을 잡고 을밀대를 찾았다.
제길슨...
느닺없이 평일에 문을 닫았다는 것에 당황한 것도 잠시..
그날 처음 봤던 을밀대 셧터문 위에 붙어 있는 글씨...
謹祖
8년이었다.
서울상경후 처음 갔다가 그 맛에 반해 하루가 멀다하고 찾으며 정을 들였던 세월
지금은 정말 친해진 친구들과 냉면에 소주를 곁들이며 우정을 쌓아왔던 세월
괜시리 씁쓸우울 해지며 잠시동안 망연자실하며 생각에 잠기었던 것은 그 세월때문만은 아니었다.
50년.
냉면이 좋아 냉면에 일생을 건 평양출신 실향민 고김인주옹이 냉면을 만들어온 세월이다.
음식을 좋아하고 특히나 냉면을 유달리 좋아라하는 나에게 그런 장인이 갔다는 것은 적지않은
상실감을 주었다.
그건 관심도 없는 전직대통령이 갔다거나 얼굴도 모르는 5촌당숙이 갔다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치 미당이나 천상병시인의 부고를 읽었을때와도 같은 상실감이었다.
4대천왕이니 베스트5니 원조평양냉면맛에 가장 근접하다느니 하는 수식어나 찬사는 중요하지 않다.
맛이야 주관적인것이고 언론이나 타인의 평가란 것은 화학조미료처럼 쉽게 감동받을 편견을 주지만
가볍기 그지없는 것.
누군가 음식점 한곳을 이야기 하라면 주저없이 을밀대를 꼽는 이유는
이렇게 음식집이야기의 처음을 을밀대로 시작하는 것은
이집에 대해 이집의 냉면에 대해 내 안에 추억과 할말이 너무나 많은 이유일것입니다.

을밀대 전경. 딴거 없다 경력40년!!!

조촐한 찬...솔직히 찬은 그저 그렇다^^;

돼지고기가 넉넉히 들어간 녹두전. 한장에 5,000원 냉면이 나오기 전에
녹두전 한장에 소주한잔 곁들이면 좋다. 수육도 괜찮고...
아는 사람은 알지만 냉면국물 안주로도 최고다. 특히 가벼운 낮술엔...^^

살얼음동동 평양냉면. 사리추가는 2,000원이지만 선수들은 사리추가 안한다.
냉면시킬때 '양많이요!' 그러면 같은 가격에 곱배기가 나온다. 고김인주사장님이 만든
을밀대의 알흠다운 전통이다. 원래가 양이 많은데 양많이를 시키면 속된말로 배 터진다.
육수맛은 다른 유명냉면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싱거운 편인데 그게 을밀대 냉면이다.
면발은 다른 유명냉면집에 비해 다소 굵고 질기지 않은데 그게 을밀대 냉면이다.
가급적 함흥식은 시키지 않길 권합니다. 을밀대는 평양 냉면집입니다.
그제 갔는데 사진보니 도 먹고 싶네요^^
전화번호 : 02-717-1922
찾아가는 길 : 지하철 6호선 대흥역 2번 출구에서 내려 공덕사거리 방향으로 가다 축협지나 염리동 사무소 골목 진입, 동사무소 지나 약 200m
메뉴
물/비빔/회냉면 각 6천원, 사리 2천원
수육 20,000원(10,000원치 달라고해도 준다)
녹두전 10,000원(한장만 달라고 하면 5,000원)
양지탕 6,000원
첫댓글 두말하면 숨찬집~~ 굿
호올~청와님의 글을 읽으면서 말할 때랑 또다른 느낌이 오네요. 저도 냉면 무지무지 좋아하지요. 제가 냉면 한그릇에 남은 인생을 결정해버렸다는거 아닙니까 그러면서도 맛있는 냉면집 쫓아다니며 먹어보지는 못했어요. 꼭 을밀대를 가봐야겠네요.
같이 가시죠 델리마마님 ^0^ 냉면먹꾸싶다 이시간에 헐헐~
냉면에 쐬주 한잔... 점심 무렵에 간단히 낮술 한잔 하면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요...ㅋㅋ 예전엔 프리한 일을 할때 낮술도 곧잘 먹곤했었는데... 그때가 그립네여...청와님의 글을 보고 나니 평양냉면이 정말 땡기는 점심무렵입니다. 글 잘보았습니다.^^
맛있는 정보 공유하러 담아가요//
..^^* 글 엄청 잘 쓰네요...^^*
좋은정보 감사드려요 퍼갑니다.
더운 날씨네요..오늘 이곳을 가봐야겠어요..휴~덥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