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보면 안 되나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을 ‘외국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홀리데이 교수의 이야기였다. 홀리데이 교수는 관광 안내소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 책자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관광 안내소에 갔더니 안내 책자의 구분이 ‘내국인용’과 ‘외국인용(for foreigner)’으로 되어 있는데, 한국어로 된 것은 ‘내국인용’ 아래, 기타 다른 언어로 된 것은 ‘외국인용(for foreigner)’ 아래 꽂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한국어 안내 책자를 집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자신은 ‘내국인’이 아니니까.
이렇게 안내 책자의 분류가 ‘내국인용’과 ‘외국인용(for foreigner)’이라고 분류되어 있다는 것의 이면에는, ‘내국인’은 한국어를 잘하고 ‘외국인’은 한국어를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구분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내국인과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내국인용’과 ‘외국인용(for foreigner)’으로 구분되어 있는 안내 책자 비치대의 문구는 읽는 사람의 국적과 언어적 배경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즉, 한국어를 잘하지만 내국인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당신은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집으면 안 됩니다.”라는 경고처럼 읽힐 수도 있고, 내국인이지만 한국어보다는 다른 언어가 더 편한 사람들에게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는 당신은 내국인이 아닙니다.”라고 선을 긋는 말처럼 읽힐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내국인용’과 ‘외국인용(for foreigner)’이라고 되어 있는 안내 책자의 비치 구분이 갑자기 폭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