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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학의 탐구 3-2 도학의 구성체계
정자 · 주자 계열의 학풍을 ‘도학’이라는 명칭으로 일컬을 때 이 ‘도학’은 그 안에 다양한 영역들을 담고 하나의 체계를 이루고 있다. 첫째, 도학에서는 그 사상적 원천으로서 경전을 해석하는 독자적 체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경학(經學)’은 바로 도학의 존립기반이 되고 있다. 둘째, 도학이 갖고 있는 신념체계로서 ‘정통론(正統論)’이 있고, 그 가치관의 신념으로서 ‘의리론(義理論)’이 도학을 지키는 관문이요 얼굴의 역할을 한다고 하겠다. 셋째, 도학이 갖고 있는 이론적 내지 철학적인 근거로서의 ‘성리학(性理學)’과 그 학문방법의 기본원리로서 ‘지행론(知行論)’이 도학체계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역할을 한다. 바로 여기서 ‘성리학’이 도학의 한 부분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넷째, 도학의 실천영역으로서 안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론(修養論)’과 안에서 닦은 마음을 밖으로 행동화하는 절차와 양식으로서 ‘예학(禮學)’이 있으니, 한 집에서 실내의 충실함과 옥외의 당당함을 꾸미는 문채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섯째, 도학에서 안과 밖으로 쌓은 모든 축적을 정치 · 사회의 영역에서 실현하는 ‘경세론(經世論)’이 있다. 모두 여덟 영역으로 나누어 보았으나 이 영역들은 한 몸에서 뻗어 나온 손과 발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하고 있는 것이며, 결코 분리되거나 단절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도학의 구성체계를 8영역으로 나누었을 때, 그 각각의 영역들을 살펴보면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한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1) 먼저 ‘경학’은 도학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영역이 아니라 모든 유학적인 학풍은 다 경학을 근거로 하여 형성된다. 예를 들면 선진(先秦) 시대는 경학이 발생하여 성립되는 시대이거니와 한대(漢代)의 경학은 ‘훈고학적 경학’이었고, 송대(宋代)의 경학은 ‘의리학적 경학’이었으며, 또 청대(淸代)의 경학은 ‘고증학적 경학’이었고, 청대 말기에는 ‘공양학적(公羊學的) 경학’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렇듯 각 시대의 각 학풍에 따른 경학이 성립하는데, 특히 도학의 경학체계는 ‘사서(四書)’를 중심으로 하는 경학이니, 곧 ‘사서중심(四書中心)의 경학’이다.
도학은 경학체계에서 ‘오경(五經)’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사서를 배우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이 사서에 앞서서 배우도록 요구하는 경전에 준하는 도학의 고전은 『소학(小學)』이다. 이 『소학』은 주자에 의해서 편찬된 것으로, 아동의 독서과정에서 입문서적 교과서이지만, 이 『소학』을 ‘사서’에 앞서서 배우도록 요구한다. 바로 이처럼 ‘사서’와 더불어 『소학』이 매우 중시되어 강조되다 보니 이 『소학』과 ‘사서’를 묶어서 ‘오서(五書)’, 곧 ‘오자지서(五子之書)’라고도 한다. 또한 여기에서 도학이 제시하고 있는 독특한 경전체계가 성립하고 있다. 조선 초기의 사람파로서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과 정암(靜菴) 조광조(趙光祖)는 『소학』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였다.
그 이외에도 송대 도학자들의 언행들을 채록해서 교과서적 저술을 만들었던 것이 바로 『근사록(近思錄)』이다. 이 『근사록』은 주자와 동래(東萊) 여조겸(呂祖謙)이 편찬한 송대 도학자들의 언행을 중심으로 한 교과서적 저술이다. 여기서 『소학』과 『근사록』은 도학에서 거의 경전적 비중을 지니고 있다. 곧 『근사록』을 통하지 않고서는 도학에 들어갈 수 없는 것으로 강조되기도 한다. 퇴계는 『근사록』과 더불어 서산(西山) 진덕수(眞德秀)가 편찬한 『심경(心經)』을 신명(神明)처럼 중요시하여 도학에 들어가는 통로로 삼고 있다.
(2) 그 다음 도학의 신념체계로서 ‘정통론’을 들 수 있다. 도학은 그 이념적 주체로서 자기 확인을 하면서 가장 먼저 제기하는 문제가 ‘도통(道統)’이 무엇인가 라는 문제이다. 도학은 도통의식에 근거하여 사서(四書)의 경전체계를 새롭게 구성하여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공자가 『논어』를 서술했고, 그 다음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가 공자의 도통을 이어서 『대학』을 서술하고, 이 증자의 도통을 다시 이어서 자사(子思, 공자의 손자)가 『중용』을 서술하게 되고, 자사의 학맥 안에서 맹자가 출현하여 『맹자』를 서술했다고 본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경학이 단순히 평면적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통에 의해서 연결된다는, 학맥의 일관된 정통성의 의식을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도통에 상반되는 이념이나 학문체계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이단(異端)’으로 규정하고, 이단을 물리치는 ‘벽이단론(闢異端論)’[벽(闢)자는 ‘열다’(개, 開)는 뜻도 있지만 ‘물리친다’(척, 斥)는 뜻으로 쓰고 있다]을 전개한다. 바로 여기에 송대 도학이 발생하면서, 특히 그 시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불교나 노장사상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도학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조선 초기 정도전의 불교 비판이나 조선 후기 신후담(愼後聃) · 안정복(安鼎福) 등에 의해 시작된 서학(西學, 천주교 교리)에 대한 비판은 바로 도학의 벽이단론을 발휘하여 정통성을 수호하였던 대표적 경우로 들 수 있다.
(3) 또한 도학의 가치관을 정립시키는 신념으로서 ‘의리론(義理論)’을 볼 수 있다. 의리론은 어떤 의미에서 도학정신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성리학의 철학적 근거를 설정하기 이전에 도학의 의리론적 신념에 의해서 모든 사회적 가치기준이 성립한다. 여기서 의리론의 가장 기본적 양상으로서 ‘출처론(出處論)’이 나타나고 있다.
이 ‘출처론’의 ‘출’은 벼슬에 나가는 것(출사, 出仕)이요, ‘처’는 고향에 머무는 것(처향, 處鄕)으로 관직에 나가지 않고 시골에 머물러 사는 것이다. 말하자면 출사한 관리와 고향에 머물고 있는 처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어느 시기에 어떤 상황에서 나갈 것인지 머물 것인지를 판단하고, 또한 어떤 의리의 관점에서 나갈 것인가 물러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관직에 나간다는 것은 자기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의리에 합당할 때 사회에 나가 봉사한다는 신념에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국가의 위기나 중대한 이념적 가치가 침해당할 때 자신의 신념으로서 의리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치는 것을 ‘절의론(節義論)’이라 한다. 또한 ‘화이론’은 중국의 정통문명으로서 ‘중화(中華)’와 야만의 오랑캐로서 ‘이적(夷狄)’을 분별하는 것으로, 일종의 문화와 야만성에 대한 가치체계를 구분하는 것이다. 중화의 문화를 존중하며 야만성에 대한 비판을 하는 의리론적 입장이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옹호론이고, 때로는 민족의식과 연결되어서 중국 중심의 중화사상에서 출발하지만 조선을 중화의 주체로 파악하는 ‘조선중화사상’으로도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1)
(4) 나아가 도학의 세계관을 철학적 이론으로 제시하는 ‘성리학’이 있다. 이 성리학은 다양한 철학적 이론과 쟁점을 포함하고 있으며, 크게 우주론적 문제와 인간론적 문제의 두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주론적 문제는 우주의 궁극적인 존재인 천(天) · 상제(上帝)의 개념에 대응될 수 있는 ‘태극론(太極論)’의 문제를 머리로 삼고 있으며, ‘이기론(理氣論)’의 문제도 태극과 자연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우주론의 기본범주요, 모든 현상과 본체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그 다음 ‘심성론(心性論)’은 인간이해의 체계로서 인간의 성품(성, 性)은 천명을 부여받은 것으로 하늘과 성품은 동일한 이(理)라는 인식과 마음(심, 心)은 인간의 주체로서 기질적 요소와 성품의 이치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성리학의 이론적 전개과정에서 심성론의 문제가 그 중심축을 이루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심성론 문제는 조선사회에서 크게 세 가지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 첫번째 논쟁은 16세기 후반에 일어났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고, 두 번째 논쟁은 18세기 초기에 일어났던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異論)의 논쟁’이요, 세 번째 논쟁은 19세기 후반에 일어났던 심(心) · 명덕(明德)개념에 관한 ‘심주리주기(心主理主氣)논쟁’이다. 이러한 논쟁들이 성리학 논쟁의 중심 과제였다.
(5) ‘지행론(知行論)’의 문제에는 도학적 인식론으로서 ‘격물치지론(格物致知論)’이 있고, 인식과 실천의 관계 문제로서 ‘지행선후론(知行先後論)’이 있다.
‘격물치지’의 문제는 주자가 사서를 주석하면서 『대학장구(大學章句)』를 통해 집중적으로 분석하여 도학의 인식론으로 체계화하였던 핵심 문제의 하나이다. ‘격물치지’의 방법은 먼저 마음의 인식 능력이 대상의 사물에 나아가 그 대상의 이치를 드러내는 것으로, 이러한 도학의 인식론은 대상세계에 존재하는 이치의 객관적 인식을 주목하는 것이요, 대상적 사물에 내재하는 객관적 이치와 마음에 내재하는 주관적 이치를 일치시키는 것이 인식의 기본방법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도학’의 격물치지론은 ‘심학’에서 마음이 이치의 주체로서 사물을 바로잡는 것이라는 주관적 인식방법과 선명하게 차이점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지행론’의 문제도 도학의 학문방법이 지닌 성격을 잘 드러내는 특성을 보여 주고 있다. 유학에서는 전통적으로 지식과 실천이 긴밀한 연관 속에 양면적으로 추구되어 왔지만, 특히 도학에서는 지식이 행위의 필연적 연관성을 전제로 지식과 행위의 관계를 규정하는 독자적인 이론적 해명을 해 왔다. 바로 이런 면에서 도학의 지행론은 근본을 먼저 하고 지말을 뒤로 한다는 ‘선본후말(先本後末)’의 본말론(本末論)에 따라 기본적으로 먼저 올바른 지식을 획득하고 이를 행동화해야 한다는 ‘선지후행론(先知後行論)’의 입장을 확립하고 있다.
그러나 지(知)와 행(行)이 선과 후로 나누어질 때 지식의 탐구(궁리, 窮理)에 천착하다가 행동으로 나가는 일(역행, 力行)이 소홀해질 위험이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따라서 지와 행의 긴밀한 연관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여 지와 행의 관계를 사람의 두 발이 교대로 나가듯이 한다는 ‘지행호진설(知行互進說)’이나 새의 두 날개와 같이 함께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행병진설(知行竝進說)’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학의 지행론이 여전히 ‘선지후행론’에 사로잡혀 번쇄한 지적 탐구에는 열심이지만 행위로 나오는 실천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심학에서는 지식과 행위가 두 가지 일이 아니라 하나의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라 하여 ‘지행합일론(知行合一論)’을 제기함으로써 더욱 적극적으로 행위의 실천적 성격을 강화하여 도학의 지행론과 중요한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6) 다음으로 ‘수양론’은 도학의 학문방법에서 내면의 심성을 함양하는 인격 향상의 실천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수양론’은 학문방법론인 ‘위학론(爲學論)’과 표리관계를 이루고 있으므로, ‘위학론’을 수양론과 병행시킬 수도 있고 위학론을 수양론의 한 영역으로 합쳐 볼 수도 있다. 여기서는 위학론을 수양론 속에 흡수시키는 입장을 취하여 도학의 분류체계를 구성하였다. 이런 입장에서는 위학론을 수양론의 기초적 방법으로 파악하는 것이며, 도학의 수양론이 학문방법의 계발과 실천을 떠나서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위학론은 먼저 ‘독서론’에서 출발한다. 도학적 인격형성을 위해 독서는 기본과제이며, 독서를 통해 얻어지는 인격의 역량이 바로 수양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여기서 ‘독서’란 기본적으로 성인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의 독서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나아가 도학전통의 선현(先賢)이 저술한 기본 저작을 경전에 준하는 비중으로 중시하고, 나아가 예서(禮書)와 사서(史書)를 포함하고 있지만, 제자백가나 패관소설 및 이단으로 규정하는 노장과 불교의 서적들은 독서의 대상이 아니라고 금지하고 있다. 경전의 독서에서도 독서의 순서를 엄격히 규정하여 중시하고 있으며, 경전의 독서를 통하여 섭취하여야 할 내용을 독서법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또한 수양론에서는 심성의 수양법으로서 고요할 때 마음을 간직하고 성품을 배양하는 ‘존양(存養)’과 활동할 때 자신의 행위에서 선악을 반성하는 ‘성찰’의 두 과제를 기본방법으로 하는 ‘존양성찰론(存養省察論)’이 있다. 이와 더불어 마음을 다스리는 수양의 방법에서 천리(天理)와 일치하는 진실을 구현하는 ‘성(誠)’을 강조하는 방법과 천명(天命)을 두려워하여 조심하고 삼가는 ‘경(敬)’을 강조하는 방법이 있다. 성과 경은 어느 한쪽을 중심으로 강조되기도 하고, 또는 병행되어야 할 과제로 파악하는 수양론의 기본방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성경론(誠敬論)’은 정성과 공경의 인간 수양을 통해 인간을 성인(聖人)이 되도록 인간의 완성을 추구하는 수양론의 방법이다. 조선시대 도학자 가운데 퇴계는 경을 더욱 중시한다면 율곡은 성을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그 수양방법의 차이를 구별해 볼 수도 있다.
(7) 또 하나의 행동이론으로서 ‘예학(禮學)’은 조선시대 도학의 중심 과제가 되고 있다. 성호(星湖) 이익(李瀷)은 우리 나라 도학의 학문적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이학(理學, 성리학을 의미)이 절반이요 예학이 절반이다.”라 언급할 만큼 성리학과 예학이 가장 활발한 토론과 논쟁의 대상으로 표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예학은 매우 복잡하고 번쇄한 구성체계를 포함하고 있는데, 그 적용범위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영역을 나누어 보면, 국조례(國朝禮, 왕조례 · 향례 · 학교례 · 가례)로 구분된다. 국가의 의례체계인 ‘국조례’는 다시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오례(五禮)라 일컫는다. 곧 오례에서 국가의 제사의례는 길례(吉禮)요, 왕실의 상례(喪禮)는 흉례(凶禮)요, 국가의 외교활동으로서 외국의 사신을 맞는 것은 빈례(賓禮)요, 군사가 출정을 할 때 행하는 의례는 군례(軍禮)요, 왕실에서 관례(冠禮)나 혼례(婚禮) 및 책봉의 의례 등은 가례(嘉禮)이다. 조선사회의 국조례는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라는 문헌으로 정리되어 있으며, 매우 장엄하고 엄격하게 시행되었다.
그 다음 ‘향례’는 지역사회에서 선비공동체의 의례로서 향사례(鄕射禮)와 향음주례(鄕飮酒禮), 사상견례(士相見禮) 등이 있으며, 이러한 의례를 통해 선비들이 서로 공경하며 결속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학교례’는 선비들이 학문에 종사하기 위해서 학교에 입학하는 의례로 왕세자가 성균관(成均館)에 입학하는 입학례와 학생이 스승을 찾아 입문하는 집지례(執贄禮)가 있으며, 성균관 · 향교 · 서원 등 선성(先聖)과 선현(先賢)을 모신 사당이 있는 모든 학교에서 석채례(釋菜禮)가 거행되고 있다. 나아가 조선시대 유교사회에서 가장 광범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가정에서 유교의례의 실천체제인 ‘가례(家禮)’이다. 가례는 성년의례인 관례(冠禮)를 비롯하여 혼례(婚禮) · 상례(喪禮) · 제례(祭禮)의 사례(四禮)로 구성되어 있고,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그 기준이 되고 이를 준거로 조선시대에 많은 예서(禮書)들이 저술되었다.
(8) 끝으로 ‘경세론’은 도학에서 제기하는 정치 · 사회이론이다. 경세론은 도학의 고유영역은 아니지만, 특히 도학적 경세론은 정통론 · 의리론 등과 연결되어 독특한 양상을 제기하고 있다. 도학전통에서는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통해 도학적 특성을 잘 발휘하고 있는 경세론이 제시되고 있다.
또한 도학의 경세론을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경학과 경세론을 긴밀하게 연결시키고 있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송대의 진덕수(眞德秀)는 『대학』을 경세론의 체계로 집성한 『대학연의(大學衍義)』를 저술하여 제왕의 치도(治道)를 제시하였으며, 조선시대의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은 『중용』의 ‘구경(九經)’, 수신(修身) · 존현(尊賢) · 친친(親親) · 경대신(敬大臣) · 체군신(體群臣) · 자서민(子庶民) · 내백공(來百工) · 유원인(柔遠人) · 회제후(懷諸候) 개념을 중심으로 경세론의 체계를 정립한 『중용구경연의(中庸九經衍義)』를 저술하고, 율곡은 『대학』의 체계에 따라 『성학집요(聖學輯要)』를 저술하고, 이휘일(李徽逸) · 이현일(李玄逸) 형제는 『서경』 「홍범(洪範)」 편의 ‘구주(九疇)’ 체계를 중심으로 『홍범연의(洪範衍義)』를 편찬하여 경전에 기초한 도학의 경세론을 체계화한 업적을 남겼다.
도학의 경세론은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는 ‘격군심(格君心)’을 기본방법으로 제시하며, 이와 더불어 임금의 도리를 규정하는 ‘군도(君道)’와 신하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도리를 규정하는 ‘군도(臣道)’를 강조하고, 나아가 백성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치민(治民)’의 도리와 방법을 제시하며, ‘수령(守令)’의 덕목과 임무 등을 제시하여 도학적 경세론의 구체적 방법을 밝히고 있다. 도학의 경세론이 도리(의리)의 원칙론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구체적 행정과 제도에서 효용성과 합리성을 구체적으로 추구하는 실학의 경세론과 뚜렷한 성격의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학에서도 의리와 심성 수양을 강조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관의 인격적 실현을 현실의 정치와 행정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경세론에 깊은 관심과 적극적 실천 자세를 확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주
1 정옥자 교수의 저술로 『조선후기 조선중화사상연구』(일지사, 199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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