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에 이사 온지 벌써 3년차에
접어 드나 보다.
화단 한 쪽에 낙엽이 수북히
쌓여 있기에 이사 오던 해에 경비 아저씨에게 양해를 얻어 머위 두 촉을 심어 두었다. 이듬해 봄에 싹이 나왔다.
마침 노란 넝쿨 장미가 꽃가게에 보이기에 사서 들고 와서 또 양해를 얻어 한 쪽에 심었다.
가만히 보니까 누가 미스김 라일락을 화단에 버렸기에 우리 화분에 심고 보살피다가 다시 살려서 마당으로 내 보냈더니 올 해 꽃을 여러 송이 보여 주었다.
대나무 심었던 마당이라 대나무 뿌리를 못 나오게 한다고 두터운 비닐로 덮고 모래를 듬뿍 얹어서
마당 흙이 숨도 못 쉬도록 해 두었다고 한다. 어느 날 가위를 들고 나와서 일부를 잘라내고 조금 씩 꽃나무를 사다 심기 시작했다.
몇 가구 되지 않는 공동 주택 마당이 윗집에서 떨어지는 낙엽과 가만히 버리는 개쓰레기,
던져 놓는 죽은 화초등.. 내 눈에
거슬렸다.
그것도 일이라고 어느 날 경비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누군가 입주자 대표에게 전화를
해서 공동주택 마당에 꽃을 심는다고 했기에 대표가 다녀 갔다고..대표는 다른데 살면서
자기 집은 세를 주면서 대표를 맡고 있다.
언제라도 내가 심은 꽃을 빼라고 하면 뺄테니 알았다고 경비아저씨에게 대답을 해 두었다.
3년차가 되니 노란 넝쿨장미가 여러 송이 꽃을 달고 피었다. 집집마다 빨강 장미가 울타리 밖으로 화사하니 내 마음도 들 떠서 빨강, 하양, 주황을 대문 쪽에 올릴까? 하고 몇 포기를 사다 한 쪽에 두었더니
더 이상 못하게 제지를 한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단념을 하고 철수..
이사 오면서 앞집에 선물로 준 백장미가 꽃을 피우고 그 집에서
잘 자라고 있다.
내 사는 집 울타리를 장미로 치장하려니 옆에서 못하게 하는
마음들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다.
특히 일꺼리가 생기니 경비가 귀찮아 하는 눈치도 보인다.
꽃이고 뭐고 내가 가꾸기 전의 어수선했던 상태로 도로 만들고
내가 심었던 꽃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겠다고 마음 먹고 대표에게 전화를 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하시겠냐구?
아, 이참에 날보고
대표를 맡으라네.. 진심에서 권하는 말이 아니라는 그 사람의 심리가 읽혀지고 더구나 공동주택 관리? 아이구.. 난 꽃이나 심을 줄 알지 그런 관리는 못하오. 라고 사양..
이제 작년 여름에 사서 심었던
에나벨 수국이 올해 멋지게 피어 났다.
보기에 우아하고 기품이 있다.
미국 수국이라고 마당에 심었고
또 파랑 별수국, 분홍별수국도
피어 날테다. 보라색 꽃창포도 피어 나면 화단이 재미 있어진다.
포기장미도 꽃봉오리를 달고 있고 한여름이 되면 프록스도
피어 나고 옥잠화, 산국도 연달아 피어 날테지만 꽃을 바라보는
내 마음속엔 이럴까? 저럴까?
저울질이다.
올 가을까지 꽃을 보여 주고 사정없이 냉정하게 꽃들을 이사 시켜야지..하고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겠지.
내가 심은 꽃나무를
철수 시키겠다 했으니까 칼같이
약속을 지켜야 하리라.
아침 저녁으로 화단에 물을 주려 오르 내리면서 꽃을 가꾸고 멋진 꽃을 피우는 반려식물들을 들여다 보면서 내 혼자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해 본다.
이제 며칠 있다가 시간 내서
제법 자리 잡은 노랑이 넝쿨 장미를 캐서 어디에 자리를 잡아 줄까나?
머리 속에 궁리가 많다.
그냥 두고 보자니 너무도
배알이 꼴리고 자존심이 상해서 말이다 .
미국에서는 공동화단에 화분을 내어 놓아도 벌금을 물린다고 하니 한국인심과 정서로는 좀 야박하지 싶다.
일단 멋지게 꽃을 피어내는 에나벨 수국을 감상하느라 기분
좋은 요즈음이다.
사람의 마음은 같지 않을까?
다만 잠시라도 꽃을 피우고 화단을 가꾼 것만으로 만족하고
끝날 때는 약속대로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첫댓글 박점분 후배님!
노랑넝쿨 장미가 보기
드문데 참 예쁘겠네요. 다른 여러 꽃들도...
근데 공동 주택에 자기가 못 심을 망정
다른이웃이 정원을 꽃으로 가꾸는데도 말이 많은가보네요.
고맙다고 창찬과 격려를 해야지....
집안에 꽃나누가 있으면 집이 얼마나 가치가 올라가는줄 모르네요.
대표가 그집에 안사니
그런가보네요.
우리나라 속담 생각이나네요.
사촌이 집사면 배아프다는.....
이제 일본 아이리스도 피어나네요
박점분 후배님 덕분에
꽃에대한 지식도 생기게 되네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