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전 동료교수들 모임에서 소풍을 갔다가 어느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됐다.
금슬이 좋아 보이는 노교수부인에게 집사람이 "어떻게 교수님이 사모님을 그렇게 잘 챙기십니까?"하고물었더니
"나이가 드니까 다 세근이 생기는 모양이더라"고 대답하셨다.
'세근 들자 노망'이란 말이 있다. 철이 늦게 든다는 건지 아니면 노망이 빨리 온다는 것인지 당최 감이 안온다.
어제 와인쿨러에 술이 떨어진지 며칠이나 돼서 막내를 데리고 차를 타고 코스트코엘 갔다.
2층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도어를 닫고 일어서서 호주머니를 손으로 만져보니 지갑이 없었다.
집에서 옷을 갈아 입으면서 급하게 설치다 지갑을 집에 두고 왔던 것이다. 되돌아 갈 수도 없고 낭패였다.
마침 막내가 코스트코 회원증을 갖고 있어서 입장은 할 수 있었다. 결재카드인 현대카드가 없어 현금으로만
결제를 해야 하는데 아들놈 지갑속에는 현금이 8만원 있다고 했다. 아쉬운대로 내가 주로 사는 와인 두박스는 살 수 있을 같았다.
카트를 밀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 하디즈 2박스에 38980원,쌀 20kg 1자루, 계란 2판을 샀다. 내 비상금 만원까지 보태
87860원이었다.
요즘 깜박깜박 할 때가 더러 있다. 건망증인지 아니면 노망 초기인지 알 수가 없다.
며칠전에는 신문 스크랩한다고 거실에서 스크랩을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다시 하려고 가위를 찾으니 보이질 않는다.
또 부엌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려고 동호수가 기록된 카드를 찾으니 어디에 숨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나중에 입었던 상하의 호주머니를 일일이 다 뒤졌더니 등산복 주머니 속에서 튀어 나왔다. 치매 예방 약이라도 사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