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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비라 원문보기 글쓴이: 무공해(현일해)
삼천배를 알게된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1. 인연
불교를 알게 된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였다.
내가 태어난 곳은 관광지로 꽤 알려진 무주이지만, 당시만 해도 첩첩산골이었다.
어머니는 여느 어머니가 거의 다 그렇듯이 불교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부처님을
향한 정성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와 반대로 부처님을 알게 된 햇수가 삼십여 년이 넘은 나, 처음부터 나
는 아웃사이더였다. 법회시간이 지루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스님의 법문이 고루
하다는 이유로, 사찰이 멀다는 이유 등으로 늘 나는 혼자였다.
법당이 한적한 틈을 타 바람처럼 살며시 스며들어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거나, 108
배를 올리는 것이 고작이었던 나는 정말 한심한 불자였다.
왜 그랬을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먼발치에서 스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근원을
알 수 없는 서러움에 눈시울을 붉힌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면서 말이다. 그랬으
면서도 정작 내가 불교에 입문한 것은 1983년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종로구 낙원동에 있는 한 건물에 작업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출퇴근
하는 시간이 아까워 작업실에서 자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 날도 작업실 소파에서 잠을 자게 되었다. 꿈속에서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흰 옷을 입은, 말 그대로 전설 따라 삼천리에 나오는 그런 귀신
을 만나게 되었다. 그 귀신은 내게 달려들어 목을 조이면서 자기와 함께 가야한다
는 것이다. 나는 안타깝게 몸부림치며 그 귀신을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그러면 그
럴수록 귀신은 더욱 더 센 힘으로 나를 압도해버렸다. 그렇게 꿈속에 기진맥진한
내가 ‘아, 이렇게 내가 죽나보구나’ 라고 체념을 하며 슬픔에 잠겨있을 때였다. 불
현듯 내 머릿속을 스치는 한 생각!
관세음보살님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관세음보살을 불렀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귀신은 자
취를 감추는 것이 아닌가! 땀과 눈물로 뒤범벅이 된 내가 진저리를 치며 몸을 일으
켰다. 작업실의 캄캄한 어둠이 너무나 무서웠다. 그렇지만 내게 생긴 한 가지 확신!
관세음보살님께서 나를 보살펴주신다는 그 놀라운 사실이었다. 그렇게 부처님은
내 마음속 깊이 자리를 잡으셨다. 그 때부터 내게는 두려움이 없어졌다. 혼자 작업
실에서 밤새워 작업을 하는 내게 사람들은 무섭지 않느냐고 묻곤 하였다. 그럴 때
마다 나는 당당하게 대답을 하였다.
“무섭긴 뭐가 무서워요, 제겐 든든한 관세음보살님 빽이 있는 데요.”
축복받은 일이 분명했다. 불교에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인 초심자에게 말이다. 그런
데 나는 내가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만족하며 그렇게 오만하게 살아
갔다. 어쩌다 들린 사찰에 갈 때면 뜻하지 않은 일로 스님들과 각별한 인연으로 이
어져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게 되니 자만심은 나날이 더해갔다.
그러나 그에 비례라도 하듯 내가 하는 일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러다보니 건강 또
한 악화되었다. 그 때 외삼촌께서 말씀하셨다.
내게 조용한 절에 가서 100일 기도를 정성껏 하면 내가 하는 일을 모두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믿기 힘든 말이었다. 아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다.
“흥, 외삼촌도 정말 웃기셔. 만약 기도를 해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
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어?, 하루나 이틀도 아까울 텐데 자그마치 100일이라니,
미치지 않고서야 그 어리석은 짓을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러나 그런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나의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다. 얼
굴은 까맣고 손가락 하나 들 힘조차 없어졌다. 그러다보니 ‘이러다 정말 죽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제야 나는 기도의 힘에 의존해보기로 하였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내 뜻과는 너무나 딴판인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우여곡절 끝
에 나는 홍련암에서 21일 기도를 하게 되었다. 불교의 입문을 우리나라 제 일의 관
음도량에서 시작하였으니 그것 또한 내게 있어 큰 복이리라.
하루 4 번 기도 시간 관음정근을 하면서 수 없는 절을 하면서 나는 참으로 많은 반
성의 눈물을 흘렸다. 내가 살아온 세월을 되돌아보니 왜 그렇게 사람들에게 모질게
했는지, 나쁜 짓은 왜 그렇게도 많이 했는지...., 관세음보살 보문품 경을 읽으면서
지옥에 있는 중생이라도 나를 부르면 기꺼이 달려가겠다는 말씀에 하염없는 눈물
이 흘러내렸다.
3칠일 기도 회향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내게 생긴 변화는 아무리 피곤하여도 새벽
3시가 되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이다.
2. 사찰
내게는 특별히 정해진 사찰이 없다. 어디엔가 얽매이기 싫어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수수방관자로 살아가는 게 훨씬 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신촌에 있는 만덕사에는 어머님을 비롯한 우리 조상님들의 영가가 모두 모셔져있
어 각별하고, 종묘 옆에 있는 대각사에는 내가 존경하는 용성스님이 계셔서 좋고,
성북동 길상사는 그윽한 정취가 있어 가끔씩 들리며, 보도각백불이 계신 세검정 옥
천암은 언제라도 시간에 구애됨 없이 갈 수 있는 곳이라 나 개인적으로는 가장 선
호하면서 자주 가는 사찰이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는 옛 말이 틀린 것이 없듯이, 아웃사이더 불자
로 살다보니 세상의 모든 일에서도 나는 아웃사이더였다.
그 근원을 알게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몇 년 전 조계사에서 개
최된 재가불자를 위한『백일법문』강좌를 접하면서 성철 큰 스님에 대해 여러 가
지로 알게 되었다. 성철스님이 살아계실 때, 나는 불경스럽게도 친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삼천 배를 해야만 만나준다는 그 말도 솔직히 우스웠고, 만
나서 뭘 얻을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좌를 들으면서 처
음으로 성철스님이 살아계셨을 때 만나보았으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
었다. 그러나 뼈에 사무치도록 절실하지는 않았다.
그 때 능엄주와 아비라 기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능엄주를 구해 읽어보았으나, 생경한 발음이 어려웠고 가슴에 와 닿지도 않았다.
다시 세월이 흘렀다.
2007년 12월 20일 인터넷 카페를 통해 조계사에서 재가불자를 위한 신행 강좌에
한 보살(?)님의 능엄주 독송공덕과 기도 가피 내용을 새벽 4시까지 본 뒤 능엄주 독
송을 하기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작년 12월 27일부터 하루에 능엄주 독송 108독을 하기로 말이다. 며칠은 그럭저럭
열심히 하였다. 그러나 공주에서 언니가 올라와 집에 머무는 바람에 기도는 내 뜻
대로 108독은커녕 30독도 힘들었다. 그렇게 하여 지난 2월 말일까지 3362독의 능
엄주를 독송하였다.
집이 비좁은 관계로 언니가 잠을 자는 새벽 시간에 주로 능엄주 독송을 한다. 그런
데 어느 날부터 능엄주 독송을 하면 갑자기 아득하게 막막해지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솟구쳤다. 내 전생과 현세의 부모형제들 그리고 나와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 하나 떠올랐고, 그들을 그리워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서러
워 눈물이 나는 것이다. 행여 언니가 잠에서 깰까봐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마음으
로는 능엄주를 독송하면서 뺨으로 흐르는 눈물이 더 서러워 다시 흘린 눈물!
능엄주를 독송하다보니 아비라 카페와 능엄선 카페를 알게 되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과를 정해 능엄주 독송과 절 기도를 병행하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되었
다. 매달 한번 씩 성철 큰스님께서 생전에 수행하시던 백련암에서 삼천배 기도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쯤에서 내 닉네임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내 닉네임은 “가야”이다. 가야! 이 가야라는 명사와 전생에 나는 아주 각별한 인연
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가야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냥 서럽고 눈물이 흐르니 말
이다. 인터넷이 보급되고 닉네임을 가지면서 나는 처음부터 가야라는 닉네임을 사
용하고 있다. 가야, 가락국, 가야산, 붇다가야, 모두가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
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와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는 말
이 된다.
3월 15일 가야산에 있는 해인사 백련암에서 삼천 배 기도를 하는데, 마침 서울에서
도 버스를 대절하여 간단다. 늘 아웃사이더로 살아왔던 내가 원 안으로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혹시라도 생각이 변할지 몰라 보광성 보살님께 참가를 신청했다.
삼천 배를 몇 번 해 본 경험은 있지만 정말 내가 삼천 배를 잘할 수 있을까? 슬그머
니 걱정도 된다. 드디어 내일이면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가야산 해인사에
가는 날이다.
오후 5시 나와 언니는 조카의 차를 타고 세검정 옥천암에 당도했다. 마침 저녁 예
불시간과 맞물려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범종소리를 들으며 보도각백불님께 108배
를 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절을 하는데, 갑자기 내 눈앞에 너무나도
또렷하게 나타나는 스님의 초상! 붉은 가사를 걸쳐 입으시고 주장자를 한 손에 든
채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계신 모습.
나는 얼른 고개를 흔들며 눈을 떠보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잘못 본
것이 아니었을까?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째 절을 하는데 아까와 똑같은 모습의 스
님 영정이 더욱 또렷하다. 누구실까? 퍼뜩 떠오른 것이 대각사 법당에 계신 용성스
님? 그러나 찬찬히 보니 용성스님은 아니시다.
그렇다면 누구시란 말인가? 혹시 기도를 잘못하여 스님들이 말씀하시는 마장이 생
긴 것이 아닌가? 내 눈 앞에 선명한 그 분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신장님처럼
부리부리한 눈의 광채가 선명하다.
아! 그렇다, 그 분은 분명 성철 큰스님이 분명하셨다.
나는 너무나 감격스러워 오래도록 좌복에 엎드려있었다. 108배를 하는 동안 내내
성철스님은 그렇게 나와 함께 계셨었다.
해인사 백련암에 가려고 하니 성철 큰스님께서 나타나시다니, 그것도 꿈이 아닌 생
시에 말이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삼천 배 문제없이 하겠다는 자신감이 생
겼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15일 아침 발걸음도 가볍게 지하철을 타고 해인사 백련암행 버스가 있다는
지하철 2호선 방배역 2번 출구로 향했다.
3. 도반
버스에 오르니 운전석 뒤 앞좌석이 비어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앞좌석은 누구
나 선호하는 자리이기 때문인데 말이다. 운영자로 보이는 인상 좋으신 두 보살님에
게 앞자리에 앉아도 되겠냐고 물으니 그렇게 하시라고 한다. 기분 좋은 출발이 분
명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두 분이 서울에서 버스를 대절해주신 영각심보살님과 보
광성보살님이셨다. 10시 15분!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는 방배동을 출발하였다. 날
씨는 맑고 화창하였으며 주말이라 붐빌 것 같았던 고속도로는 한적하기 조차 하였
다.
입속으로 능엄주를 독송하였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과수원에는 가을을 준
비하는 손끝이 바쁘기만 하다. 한가로운 모습, 가야산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 해
인사는 얼마나 웅장하며, 백련암은 또 어떠할까? 좁은 산문에서 누더기 옷을 입고
서 계신 성철 큰스님의 사진이 떠올랐다. 드디어 그 곳에 내가 가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신갈에서 한 분의 거사님이 버스에 오르셨다.
이번 삼천 배 기도에 서울에서 버스를 주선해주신 보광성 보살님과 영각심 보살님
의 신행 경험담을 감명 깊게 들었다. 또한 마련해주신 귤과 음료 등등. 정말 감사드
립니다.^^
예상시간보다 늦게 도착한 대전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도반들이 차에 오른다. 뜻밖
에 대전의 도반 중에서 서너 살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도 있다. 12시 30분! 금강휴게
소에 들려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영각심 보살님과 보광성 보살님께서 모두에게 점심
을 사주셨다.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을 보면서 산채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덤으
로 아이스크림과 원두커피까지.
식사 후 우리를 태운 버스는 가야산을 향해 거침없이 달린다.
가는 길에 보광성보살님 가족의 능엄주와 절 수행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또 아득해진다. 보광성보살님께서 성철 큰스님을 아신 것은 1년 반밖에 안
되었다는 말 때문이다. 그보다 훨씬 긴 기간 부처님을 접하면서 나는 왜 그런 신심
을 내지 못한 것인가? 또한 그처럼 확실한 가피가 없었던 것일까? 회한과 함께 부
끄러움이 물밀듯이 밀려든다.
4. 가야산
성주를 지난다. 문득 오래전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의 고향이 그곳이라는 사실에 내
마음은 잠시 흔들린다. 논 곳곳에 짙푸른 벼가 자라고 있다. 벌써 모내기를 한 것일
까? 그러나 그건 벼가 아니라 마늘이었다. 드디어 가야산 해인사 입구에 당도하였
다.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본 「스님 자장면」집이 바로 그곳에 있다. TV에서 보
던 집을 직접 보니 정겹기까지 하다. 가야산, 내 닉네임과 같은 이름의 산, 가야산
은 내 예상보다 훨씬 도도하면서 기품이 있었다. 계곡 옆으로 늘어선 울창한 적송
들이 왜 이제야 왔느냐며 손을 내민다.
나는 차창이 닫힌 줄도 모르고 손을 내밀어 소나무와 악수를 하려다 멈칫하였다.
해인사로 향하는 좁은 2차선의 포장된 도로는 방금 비질을 마친 듯 깨끗하기만 하
다. 사찰 초입에 초소에 이르러 백련암에 가는 길이라고 하니 통과를 허락한다. 다
시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달린다. 해인사 입구에 이르러 마음씨 좋아 보이는 기사
님은 우리를 내려주고 내일 아침 8시를 기약하고 버스는 오던 길을 되돌아 소나무
숲길로 사라졌다.
5. 해인사
우리 일행은 해인사를 참배하고 백련암에 오르기로 하였다. 먼저 성철큰스님 부도
탑 앞에서 삼배로 우리가 왔음을 고했다. 해인사에 오른다. 법당에 들려 삼배를 드
리고 신라 비로자나부처님(쌍둥이)에게도, 간절한 기원을 모아 탑돌이를 하였다.
탑돌이에 걸리는 시간 능엄주 1독~, 팔만대장경이 모셔진 곳을 참배하였다. 우리
는 성철 큰 스님이 살아생전 다니셨다는 오솔길을 걸어 백련암으로 향했다. 아름드
리 소나무 그 아래 군락으로 펼쳐진 시누대숲 솔바람을 맞으며 성철 큰스님의 자취
를 따라 백련암을 오른다.
6. 백련암
백련암을 나는 아주 작은 암자로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큰 사찰이었
다. 성철 큰스님 동상(?)이 모셔진 고심원에 들어갔다. 한 무리의 법복으로 단장한
(?) 보살님들이 부처님 명호를 부르고 절을 하고 있다. 그 모습도 아름다울 뿐더러
일정한 곡조에 맞추어 부르는 부처님 명호가 장엄하기 그지없다. 나는 정성스럽게
삼배를 하였다. 전국에서 오신 많은 도반들이 관음전에 모였다. 정확한 인원은 모
르겠고 법당이 가득 찼다. 나이는 네 살 정도 어른 아이부터 일흔이 넘어 보이는 노
보살님 까지 다양하다. 카페 주인이신 어질이님도 만나보았다. 개인적으로 어질이
님이 여자인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남자분이시다. 까만콩님은 예상처럼 고우신 분
이셨다. 삼천배에 앞서 원택 큰스님께서 성철스님과 삼천배의 일화를 말씀해주셨
고, 7시 30분, 12분 100배를 목표로 1000배 800배, 600배 400배 200배 뒤에 각각
30분씩 휴식을 갖는 것으로 기도는 시작하였다.
조금 전 고심원에서 들었던 지심귀명례를 부르며 한 분 한 분 부처님 명호를 부르
며 삼천 배를 시작하였다. 생소한 부처님 명호와 소리와 절을 따라하느라 숨이 차
고 힘은 들었지만 마음은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1000배가 무사히 끝났다. 땀으로 뒤범벅이 된 몸을 간신히 추슬러 후들거리는 발
걸음을 밖으로 나왔다. 문득 하늘을 보니 그 어느 때보다 밝은 반달이 정수리에서
수고했다며 환한 웃음을 준다. 북두칠성과 오리온이 선명하다.
딸기와 오렌지, 커피, 사탕, 떡 등 따스한 도반님들의 정성스런 음식으로 피로한 심
신을 다스린다. 다시 800배를 시작하고 1800배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가슴이 뿌듯
하다. 다시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밖으로 나간다. 달은 벌써 저만큼 달아나 있
다. 대신 북두칠성이 머리 가까이 반짝거린다.
스님! 성철 큰스님 스님도 밤새 공부하시다가 지금 저희처럼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달을 보셨겠지요. 저희에게 지혜를 주십시오. 공부할 수 있는 근기를 주십시
오. 간절한 마음을 바람에 담아 별에게 전한다. 600배를 마쳤다. 2400배가 끝난 것
이다. 남은 600배, 몇몇 분들이 300배씩 나누어하자는 분들도 계시고, 힘이 드니까
600배를 한꺼번에 하자는 분도 계시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점점 호흡도
빨라지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왼쪽 팔꿈치가 까졌는데 몹시 아프다. 마지막 200배
가 남았다. 너무나 힘이 든다.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면서 보니까 다른 분들은 얼
굴에서 빛이 나는데 나만 유독 새빨갛다.
남편을 위해서 이번에 삼천 배를 하신다는 대구에서 오신 보살님은 말씀하셨다.
‘아이들을 위할 때는 힘든 줄 모르고 했는데, 남편을 위한 기도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어요.’ 라고, 108배를 미리 해 둔 것이 있는데 나중에 100배는 그것을 때워버
릴까? 오만가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러나 마지막 200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배도 빼먹지 않았다. 부처님 명호를 부르
는 것도 잊지 않았고, 새벽 3시 45분 드디어 200배가 끝났다. 삼천 배를 내가 마친
것이다. 조용한 회한이 가슴을 저민다. 왜 이제야 이곳에 왔을까? 과연 나는 이 삼
천 배에서 무엇을 얻었을까? 절이 끝나고 모두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나 또한 죽
은 듯이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거듭한다. 까만콩님, 인영님, 안행자님, 아주 귀여
운 두 남매 애교 넘치는 경상도 사투리로 일상과 수행생활을 이야기하신다. 너무나
도 솔직하고 유머 넘치는 대화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다음날 아침 일곱 시 삼천 배를 마친 사람들에게 특별히 하사(?)하는 불명을 받으
시는 도반들이 20여명 가량 되었다. 원택 큰스님께서 일일이 호명하시며 불명과 성
철 큰스님의 낙관이 새겨진 휘호와 원호를 선물로 주셨고, 다정하고 따스한 말씀으
로 자신을 바로보라는 법문도 함께 주셨다.
내게 주신 법명은 선용고(善用杲) 고(杲)자를 처음 접하는지라 애를 많이 먹었습니
다.(^^)
이번에 백련암에서 함께 삼천 배에 참가한 많은 도반님들 진심으로 수고하셨습니
다. 특히 법복을 빌려주신 대전에서 오신 보살님(불명을 몰라 죄송합니다), 그리고
여벌의 법복을 주신 보살님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또한 돌아오는 길 버스 옆자리
에 앉으셨던 옥천에서 오신 보살님, 신정동에서 오신 보살님, 모두 다 뜻하시는 모
든 일 여여하게 이루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아웃사이더인 저를 중앙으로 이끌어주신 영각심보살님, 보광성보살님 진심
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 위 원본글은 아비라카페 세간정님의 글입니다)
삼 마 야 : 대단한 신행수기를 읽고 그냥 주눅이 들어버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도 모태에서 부터 부처님의 수기를 받으셨나요? 관세음보살님의 명호만으로 귀신
을 물리치는, 성철 스님의 현신을 보는 눈과 정신계의 탁월함은 대단하십니다. 또
다른 신행의 실천 수기를 보았으면 합니다.관세음보살... [2012-09-11 12:09:52]
지장월 : 늙어갈수록 점점 대단한분을 만나서 기가죽습니다 108배도 겨우하는저로
서는..큰나무는 물을 많이흡수하여 여러사람에게 휴식터를 제공하지만 일년치 잡
풀은 그럭저럭 근기만큼 살아서도 화엄성중님의 기피는 받고있다고 믿는 제가우습
죠 세간정님을 알아서 견문을 많이 넓히게되어 정말 좋습니다 [2012-09-02
01:09:36]
수심화 : 세간정님 참여마당에 들어오심 반갑습니다, 가끔 올리신 글을 보면서 누
구이신가 했습니다, 강연희씨는 우리허공회 회장이십니다, 훌륭하신분의 인연으로
이렇게 뵙게 되네요, 백련암삼천배 기도를 잘 회양하셔서 축하드림니다, 백련암의
아비라 기도는 유명 하지요, 성철큰스님 계실때 도반친구의 권유로 저도 아비라 기
도에 참석할 영광을 얻었셨지요, 기도를 하면서 저의 근기가 약함에 울면서 기도한
생각이 나내요, 날아갈듯한 그 기분 기도하시는 분은 다 느끼실것예요, 세간정님
많은글 올려주세요. [2012-09-01 20:09:51]
나란타 : 대단하십니다.세간정님!올려주신 삼천배 후기 잘봤습니다.~~부럽네
요.^^ [2012-08-31 09:08:22]
해봉심 : 세간정 보살님의 불심에 제자신이 부그럽게 느겨 지네요 그유명한 백련암
을 다녀오시고 환영으로 라도 성철큰스님을 친견 하셨으니 불자로서 부럽기까지
합니다 수십년을불교와 인연을 맷고도 나는 삼천배를 못하고 말았지요 이제는 점
점 삼천배는 희망이 업네요 세간정 보살님 장 문의 신행담 이야기 제게 활력소가될
것 같습니다 [2012-08-30 22:08:07]
청정심 : 세간정님은 아마도 전생부터 불심이 깊은 분이신 듯 합니다. 저는 게으르
기도 하지만 핑계를 대자면 천배까지는 간신히 하지만 그후로는 머리가 터질듯 쭈
삣하게 앞으로 쏠려 더이상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삼천배를 하셨다는 분들
을 보면 그 장한 신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아마도 평생 삼천배는 영영 못하
리라 생각하며 세간정님처럼 깊은 신심 지닌 분들이 주위에 계신 것으로 위안을 삼
을까 합니다. 염치없지만 몇일 합해 삼천배?는 않되겠죠? 후후후 [2012-08-30
20:08:53]
세간정 : 에공. 제가 좋아하는 소양자님^^ 여러가지 궁금하셨나봅니다. 먼저, 안면
암 홈피에 들어오게 된 것은, 제가 잘 아는 강연희 선생님의 소개로 들어오게 되었
습니다. 둘째, 저는 사군자 중 대나무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그 세계에 몸 담고 있었
습니다.(약 30여년) 윗 글에서 언급한 대로, 아웃사이더로 살아온지라, 제 이름을
알릴만한 처지가 못 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안면암 홈피에서 느낀 점은, 몇몇 분
의 진솔한 글을 보면서, 마치 오래 전에 알았던 지인들처럼 친근하다는 사실이 신
기했습니다. 특히, 멀리 독일에서 사시는 소양자님의 낯선 곳의 일상이 인상적이었
고, 강연희 선생님, 선주님, 나란타님. 정광월님 청정심님 등등 저 개인적으로 안면
암에는 가보지 못해서 죄송하지만, 안면암이라는 편안한 안식처에 함께 할 수 있어
서 행복합니다. 가까운 날, 안면암에도 꼭 한 번 가보고싶습니다. [2012-08-30 17:08:18]
소양자 : 세간정님의 정열과 신심이 부럽습니다. 제가 궁금한것은 안면암홈피에 어
떻게 들어오셨고 본명이 누구신지 알고 싶습니다. 저희언니도 미술공부를 하고 있
는데 혹시 동료가 아니신지해서요... 저는 어느 제자스님의 백으로 3000배를 안 하
고도 입적하신 성철대선사를 뵈올수있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귀신이나 환영은 경
험해보지 못했기에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몇천번 더와야 되는가 봅니다.
하지만 하나도 급하지 않습니다. ( 웃음) 독일의 자연심 [2012-08-30 15:08:06]
대원심 : 아주 진솔한 신앙고백이군요. 세간정님 글을 읽으며 문득 90년 대 지명 큰
스님과 청계사에서 올렸던 철야기도가 생각났습니다. "목소리 아끼지 마라, 몸 아
끼지 마라, 남 의식하지 마라. 집중이 안되면 문을 차고 나가라"고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스님과의 첫 철야기도. 집중이 안되어 스님 말씀처럼 문을 차고 나갈까
하는 순간 무언가에 빠져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며 터져나왔던 눈물.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올렸던 첫 철야기도. 법당을 찌렁찌렁 울리다 어느 순간 흐느낌처럼
변하던 스님의 정근소리. 지명 큰스님 기도에 반해 평생 스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던 선배 도반들의 고백.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세간정님 처럼 신앙고백을 쓰고 싶
어지네요. 진솔한 고백 잘 들었습니다. [2012-08-30 09:08:44]
대원심 : 아주 진솔한 신앙고백이군요. 세간정님 글을 읽으며 문득 90년 대 지명 큰
스님과 청계사에서 올렸던 철야기도가 생각났습니다. "목소리 아끼지 마라, 몸 아
끼지 마라, 남 의식하지 마라. 집중이 안되면 문을 차고 나가라"고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쳤던 스님과의 첫 철야기도. 집중이 안되어 스님 말씀처럼 문을 차고 나갈까
하는 순간 무언가에 빠져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며 터져나왔던 눈물.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올렸던 첫 철야기도. 법당을 찌렁찌렁 울리다 어느 순간 흐느낌처럼
변하던 스님의 정근소리. 지명 큰스님 기도에 반해 평생 스님 곁을 떠나지 못했다
던 선배 도반들의 고백.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세간정님 처럼 신앙고백을 쓰고 싶
어지네요. 진솔한 고백 잘 들었습니다. [2012-08-30 09:08:44]
선주 : 글 재주를 타고나셨나요! 아니면, 온 몸과 마음으로 체험하신 일이기에 그렇
게 술술 실타래 풀리듯 이야기가 이어지는 걸까요? 한 지성인의 신앙고백에 접한
감동이 큽니다. 귀신과 관세음보살의 대결에서 귀신이 완패한 이야기, 기도하는데
성철스님께서 현신하신 이야기 등은 전생의 공덕이 있지않고는 불가능하다 싶습니
다. 능엄주 외우신 이야기도 제게 교훈으로 다가옵니다.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2012-08-29 17:08:48]
세간정 : 참고로 지금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세간정"은 대각사 도문스님이 주신
법명인데, 아무래도 선용고보다 제게 더 익숙하여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12-08-29 15:08:32]
세간정 : 2008년 3월 15일 해인사 백련암 삼천배 후기입니다. 이곳에 글을 몇 번 올
렸는데, 모두 불교와 관련이 없는 글들이라, 모처럼 불자의 한 사람으로 오래전 글
을 올립니다. [2012-08-29 15:08:01]
첫댓글 읽으면서 신심이 절로 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옴아비라훔캄스바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