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교육 안 받은 성백효 소장
제68회 서울대 졸업식이 28일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고 노학자가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오르자 장내가 술렁였다.
백발에 흰 두루마기 차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천천히 입을 뗐다.
"漢學者 성백효입니다.
제가 정규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으로서 한문학 박사도 아니고, 딱히 신분을 밝힐 만한 것이 없어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실제로 이날 축사 연사인 성백효(69) 해동경사연구소장은 초.중,고.대학 졸업장이 없다.
대신 한학자 瑞巖 김희진(1918~99) 선생 등을 찾아더나며 서당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노벨상 수상자.해외대학 총장 등이 도맡았던 서울대 졸업축사를 정규교육울 받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가 맡은 것은 처음이다.
학위 취득이 전부가 아니라 진정한 공부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이날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를 만들어애는 주인공으로 스스로를 위치시키고
여러분 앞에 다가올 불확실성과 도전을 기꺼이 즐거워하는 자세로 (사회로) 나아가라"고 졸업생에게 주문했다.
성 소장은 "케케묵은 사고의 한학자가 여러분에게 무슨 말씀을 드리겠습니까만"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인생은 잘 풀릴 수도 있고 잘못 풀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여 권력을 잡고 돈을 버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남들보다 먼저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선우후락(先憂後樂:천하를 먼저 걱정하고
그 뒤 즐거워야한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성 소장은 老子에 나오는 '대지약우(大智若愚: 큰 지혜는 어리석은 바보처럼 보인다)',는 論語에 나오는
'무벌선(無伐善:자신의 잘함을 자랑하지 말라)'등의 경구를 인용하며 겸손을 강조했다.
그는 "周易의 64괘 가운데 모두가 길한 것은 오직 謙卦뿐으로 이는 겸손함을 말한다."며
"선현들의 이름이나 號에도 '愚'자가 자주 쓰여진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러분들은 총명한 자질과 어느 정도 부를 이미 소유하신 분들입니다.
남의 잘못을 들추어내고 비관하기보다는 자신을 돌아보고, 부디 한 개인의 행복에만 신경쓰지 말고
인간 본연의 심성을 되찾아 주시길 거듭 당부드립니다."
성 소장은 졸업생들을 바라보며 이같이 축사를 끝맺었다.
논어집주.시경.대학 등 20여 편의 유가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한 성 소장은 서울대.고려대 등에서 한학 강연을 해왔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이철수 서울대 기획처장 등과 한학공부 모임도 해왔다. 이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