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引月, 지리산에 달이 떠 오르면 끌어 댕겨서 마을 어귀에 매 달기라도 한다는 뜻인가? 그 곳에 과우산악회 지리산 등산팀이 도착하니 조용하던 산골 마을이 시끌벅적 해진다. 류우식 님이 운봉 자택에서 20 여리 길을 멀다 않고 달려와 정겹게 맞이해 주니 모처럼 만난 형제처럼 반갑다.
인월에서 바라본 지리산
점심으로 민물 어탕을 맛있게 먹은 후, 바로 지리산 둘레길에 오른다. 인월→운봉 9.4km 구간이다. 첫날 걷는 구간이 이정표에는 2구간으로 되어 있다. 이정표의 역방향에서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강뚝따라 걷는 일행
녹색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새파란 논두렁. 밭두렁을 지나 고개 마루 숨가쁘게 넘으면 마을마다 자랑거리 한두 가지씩 준비되어 있다. 嵐丘선생(류우식님의 아호)이 평생 써 오던 일기 솜씨로 길목마다 마을마다 이야기를 풀어 놓으니 걷는 길, 내내 유익하고 즐거웠다. 지리산 골짝 골짝에서 흘러나오는 꽃 향기, 풀향기가 잃어버렸던 후각을 자극해서 옛 고향길로 착각하게 한다.
인월 →운봉 둘레길에서
걷는 길 따라 유적지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쉬엄쉬엄 즐기면서 일행 전원이 낙오 없이 오후 3시 지나 운봉면 서천리 당산 마당에 도착한다. 걷는 길목에 남구님의 친구 한분이 나와서 피로회복제 한병씩 돌리고 격려해 준다. 고향 친구의 낯을 세워주는 그 우정이 아름답다. 다음 날 남원까지 오셔서 마지막까지 챙겨주신 그 정, 오래도록 간직하리 이다.
운봉 둘레길 종점에서
당산 마당 정자나무 그늘에서 잠시 숨돌리고 바래봉 철쭉 축제장으로 이동한다. 축제는 파장분위기지만, 등산로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먹거리 텐트와 떠 있는 애드버룬이 지난 주말까지 흥청거렸던 축제의 흔적으로 남아있고, 지금도 바래봉 등산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바래봉 철쭉 축제장
바래봉 턱 밑까지 와서 올라 가보지도 않고 그냥 돌아 설수 있나? 동료들의 꽁무니 따라 가다 보니 일행의 꼬리는 숲속으로 숨어 버리고 혼자 외롭게 터덕터덕 올라간다. 햇볕은 뜨겁고 경사는 점점 심해져 올라 갈수록 숨이 막힌다. 오전에 둘레길에서 혹사당했던 발가락이 반란을 일으킨다. 멍이 들었나 보다.
바래봉 등산길 그래도 올라가 보자 ! '태산이 높다한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건만,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 詩句가 떠오른다. 오르다 보면 해 지기전에 정상에 가 닿겠지. 그렇지 않으면 돌아오는 동료들이라도 만나겠지. 마지막 남은 힘 다해 올라가, 어리짐작으로 정상이라 생각되는 고개마루에 서서 보니 아직도 [바래봉 정상 1.2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주변엔 우리 일행뿐 아니라 다른 등산객도 보이지 않는다. 철쭉꽃도 보이지 앟는다. 일찍 찾아 온 더위에 견디지 못하고 급히 바래봉 정상쪽으로 달아나 버렸나? 멀리 맞은편 능선을 바라보니 거기 붉게 물든 철쭉 한무더기가 보일뿐이다.
정상 1.2km 남겨놓고
바래봉 철쭉 꽃 못 보고 되돌아 서기 섭섭하지만 어쩔 수없다. 주차장에서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 오기때문이다. 내려오는 길, 저 앞에 동료 두사람이 뒤늦게 올라온다. 안내판을 배경으로 함께 기념 사진 한장 찍고 서둘러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정상에서 돌아오는 동료들이 뒤따라 도착한다. 정상정복 용사들이 자랑스럽게 기념촬영을 하지만, 거기는 낄 자격이 못된다.
바래봉 하산 길에서 정상 정복팀
일행은 남구님의 안내로 운봉 분지마을에 석양이 가라앉을 즈음, 春蛙堂으로 이동한다. 풍산류씨가 대를 이어 살아오던 명당자리에 전원주택으로 아름답게 개축하고 아호를 따라 춘와당이라 이름하였다 한다. 낮으막한 야산을 배경으로 거실에 앉으면 낙타 등처럼 뻗어간 지리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는 욕심나는 전원주택이다.
언덕밑 녹색 펜스의 집이 춘와당
뜨거운 햇살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춘와당엔 땅거미가 가라앉는다. 살갗에 부디치는 공기가 상쾌하다. 별빛이 쏟아지는 잔디밭에 자리 깔고 파티가 시작된다. 지리산 흑돼지, 약수로 빚은 운봉 막걸리, 곰삭은 춘와당 묵은지... 이곳 파티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숯불에 고기 굽는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과우봉사단에서 훈련된 봉사정신을 100% 발휘한다.
파티장에서 류우식 님 인사말
막걸리잔에 오늘의 피로를 모두 날려버린다. 소진한 체력을 노릇노릇 구워낸 고기로 보충한다. 술잔이 오가고 정담을 나누며 분위기가 익어간다. 주변 물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의 코러스가 파티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내일의 일정을 생각하며 파티를 마치고 춘와당 숙박팀, 찜질방 숙박팀, 두팀으로 나누어 각각 잠자리에 든다.
고기 굽는 자원봉사자 들(남기현, 양해본, 김동일, 김경원)
둘째날, 부지런한 과우산악회 자원봉사자들은 지리산 정상에서 비쳐오는 햇살이 춘와당에 닿기도 전에 콩나물국을 끓여 해장국을 준비 해 놓는다. 일행이 함께 모여 아침해장을 간단히 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걷기에 나선다. 오늘 걷는 구간은 운봉에서 주천까지 14.3km 다. 이정표상의 1구간을 둘째날에 걷게 되는것이다.
둘레길은 빠른 지름길을 제쳐놓고 이리저리 둘러 걷는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ㄹ자길을 가기도 하고 之자 길을 가기도 한다. 그 이유는 걷기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고 곳곳에 숨겨져 있는 명승, 유적, 명물들을 찾아 배우고 즐기며 걸으라는 뜻인가 보다. 그래서 둘레길을 기획할 때 마을마다 산골마다 이런 자랑거리를 찾아 놓고, 그 길을 가도록 안내표시를 해 놓았다. 실제로 이번에 둘레길 안내표시를 따라다니면서 국악성지, 비젼마을, 이성계 황산대첩비, 육묘장, 옛날우물, 노송당제단, 덕산저수지 등을 만날 수있었다.
정자나무쉼터를 지나서 구룡폭포 방향의 도로를 버리고 주천으로 넘어가는 산 언덕을 기어 오른다. 힘들게 몇 구비를 넘으면 산속 길에서 '사무락다무락'이라는 안내표시를 만나게 되는데 그 의미는 모르지만 표현이 특이해서 사진 한 장 찍었다. 그곳을 지나니 5~6학년 쯤 되어보이는 초등학생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파른 산을 오른다. 전주 금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와서 둘레길 걷기 체험을 하고있는 중이다.
운봉쪽에서 지금까지 올라 온 길은 비교적 완만한 편이었는데 여기서 주천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대단히 급하고 고도가 높다. 운봉이 해발 500m의 고원분지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금평초등학교 학생들이 힘들게 올라온 경사길을 조심조심 한동안 내려가니 거기 시원하게 트인 평지가 눈 앞에 나타난다. 목적지 주천에 도착한다.
藝鄕 남원에서 과우산악회의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 짓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곳은 동행한 김경원 회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부터 5시기간 산행으로 소진된 체력을 남원의 맛자랑 추어탕으로 채운다. 그리고 춘향촌으로 발길을 옮긴다. 남원향토박물관도 관람한다. 공원전체가 춘향, 이도령의 이야기로 엮어진 테마공원이다.
여행은 여러가지 조건이 잘 갖추어져야 의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될수있다. 특히 단체여행은 더 그렇다. 날씨, 볼거리, 먹을거리, 잠자리, 일행의 구성 등이 조건으로 꼽을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데 이번 과우산악회 지리산 원정산행은 이런 조건들을 손색없이 갖추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이번 산행은 즐겁고 유익한 최상의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원정산행을 기획하고 준비한 임근수 산악회장님, 박필한 간사님 수고많으셨습니다. 또 잠자리와 가든 파티를 흔쾌히 제공해주시고 안내를 맡아 주신 嵐丘 류우식님, 고향에 찾아왔다고 맛있는 점심을 사주신 김경원님, 그리고 복분자술로 즐겁게 해주신 이영일 박사님 등 일행 모든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南 村 김 창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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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남촌 님!
먼저, 지리산과 제 고장 운봉과 남원에 대하여 유려한 필치로 요소요소를 놓지지 않고 적절한 배경사진을 잘 어울려 쓰신 명 산행기를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더욱이 글 군데군데에 저와 제고장을 아껴주신 마음이 넘치고 있음을 느끼며 다시 감사드립니다.
혹시 지리산을 여행하실 회원께서 저의 농막도 찾아 주신다면 비록 시설은 빈약하지만 언제고 대환영이며 영광으로 여길것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매끈한 글솜씨, 세세한 부분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은 지리산행 기록, 정말 놀랍습니다.
수고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내년에 다시한번 갈수있을런지요. 기대하겠습니다
김창진님! 글솜씨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산행기가 사진과 더불어 기록하니 사진도살고 글씨도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어느새 길을 걸으며 기록해놓으셨는지? 아니면 기억을 더듬어 기록 하셨는지 ?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염려는 전혀 없는것 같음니다. ㅎ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김창진선생님의 지리산 여행기 상세한 내용과 사진까지 함께여행 다녀온듯 잘보았읍니다 역시우리교육강사팀 이십니다
김선생님 더욱좋은솜씨와 활동기대합니다
둘레둘레 걷기만 하느라 미처 놓친 부분까지 자세히게 올려주신 지리산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역시 김창진 선생님의 글은 자상하하고 섬세하네요,,감사합니다
자상하고 유려한 필치가 돋보입니다. 함께 하지 못해도 함께 한 듯 일행의 자취가 눈스크린에 투영됩니다.
감칠맛 나는 산행기와 더불어 멋진 산행사진 작품! 고맙습니다!
가본듯한 글내용 같이 걷고있는듯한 산행사진들 을보며 부러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편한자세로 앉아 어느불판이 먼저 익을까? 서로 겨루고 있는 장면? 이 정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