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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박돈서 교수의 자하재(紫霞齋)
23개의 중정을 품은 미로를 닮은 집
헤이리의 자하재 헤이리에 위치한 자하재(紫霞齋)는 ‘2005년 건축가협회상 베스트7’과 ‘2005년 한국건축문화대상 특선’ 등 건축계 최고의 상을 2개나 받아 그 디자인을 인정받 은 유명한 건물이다. 이 건물에 살고 있는 이는 아주대학교 건축과 교수와 거제대학교 학장을 거쳐 현재는 아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박돈서 교수로, 헤이리에 지어지는 건물들을 심의하는 헤이리 건축 심의 위원이기도 하다. 『건축의 색 도시의 색』, 『건축색채학』 등의 저서에서 알 수 있듯 특히 건축 색 채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온 분이다. 그리고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를 연출한 박찬욱 감독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자하재(紫霞齋)라는 이 름은 당신의 호(號)를 딴 것으로 자하문 밖에서 태어나 지어진 이름이라 한다. 박교수는 평생을 건축과 교수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은 다른 젊은 건축가에게 의뢰해 지었다. 본인이 지으면 아무래도 살기 편하게만 지을 것 같아서 였다고 말하지만, 주위 사람들에 의하면 후배들에게 기회를 더 주기 위한 박교수의 배려였다고 한다. 이 집의 설계를 맡은 이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던 (주)김영준도시건축의 김영준 건축가. 일산 허유재병원 등을 설계한 그는 어김없이 독특 하고 실험적인 설계를 해왔는데 자하재의 설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설계도를 한눈에 딱 봐도 공간이 좁고 수납 공간도 부족해 살기엔 불편한 데다, 사는 데는 전혀 필요 없는 그러나 이 설계의 핵심 디자인이기도 한 여러 개의 벽을 세워야 하니 공사비가 만만치 않게 들 것임을 뻔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해심 많은 건축주는 파격적인 디자인에 후한 점수를 주고 과감하게 OK 사인을 했다. 게다가 원래 건축주라는 사람은 집 전체를 보지 못한 채 부분만 보고 공사 중에 이 러쿵저러쿵하면 원래의 콘셉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던지라 건축가가 일관된 콘셉트와 철학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배 려했다. 그리하여 건축가는 만만치 않은 집주인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있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나갈 수 있었다. 건축가는 자신이 짓는 집 을 작품으로 봐주는 훌륭한 건축주를 만난 것이니 이런 건축물이 우수 건축물로 선정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스스로를 “건축가의 작품을 관리하면서 사는 관리자”라고 말씀하실 정도로 건축가를 믿어주는 마음이 자하재를 집이 아닌 건축 작품으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1주택 1세대, 휴먼 스케일에 맞춘 공간 분할 2 부부 침실. 3면의 벽을 따라 창문이 4개나 있다. ‘창이 곧 액자’가 되어 멀리 전원 풍경이 걸리고, 23개의 중정 중 하나가 그림처럼 걸린다. 보기 싫 은 운동기구들을 일일이 커버를 만들어 씌워놓은 모습에 한 번 더 감동. 자하재의 특징 중 하나는 1주택 2가구라는 점이다. 겉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로 되어 있지만 내부는 2세대가 살 수 있도록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출 입문을 따로 쓰는 등 두 공간은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맞물리는 공통된 부분을 절묘하게 배치해놓아 아주 이상적인 1주택 2가구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 1층에서는 중정을 통해, 2층에서는 구름 계단을 통해 서로 왕래할 수 있는데, 그 사이엔 지붕이 없어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가야 한다. 이 집은 겉에서 보는 것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니 공간이 너무도 좁았다. 땅 하나에 두 집을 짓다 보니 좁아진 면도 있고, 40%를 정원으로 할애했기 때문이기 도 하다. 하지만 더 큰 요인은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휴먼 스케일을 바탕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휴먼 스케일’이란 쉽게 말해 사람이 생활하는 데 적당한 크 기와 공간을 말한다. 박돈서 교수가 거주하는 한쪽 공간 1층에는 침실과 복도, 거실, 주방, 세탁실이 있고 2층에는 서재 하나만 두는 등 아파트처럼 파우더룸 이니 게스트룸이니 하는 불필요한 공간은 하나도 없다. 게다가 그 공간들마저도 사람이 편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크기인 360cm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더 넓으면 공간 낭비고, 정서적으로도 허전하다. 거실도 이 크기, 방도 이 크기다. 정원마저도 공간을 나누고 또 나누었다. 이 점 이 자하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건축가는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티브로 이 집을 설계했다 한다. 알함브라 궁전은 궁전답지 않게 좁고 미로처럼 공간이 나누어져 있으며 정원과 실내가 마구 뒤섞여 있는 구조다. 이 집 또한 위에서 보면 미로처럼 하나의 공간이 여럿으로 나누어져 있고, 정원과 실내가 서로 연결된다. 각 공간에는 그 공간만큼 의 외부 공간(중정)이 덧붙여져 있다. 각 공간은 외부와 연결이 되도록 창문을 내었는데 그래서 어느 공간, 어느 방향에 있어도 중정이 보인다. 재미있는 건 한 공간에서 보이는 중정이 3~4개나 된다는 사실이다. 4 거실 한쪽에는 여행하면서 모은 세계의 유명 건축물 모형과 장식 종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23개의 중정을 품은 집 6 교수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위치다. 노출 콘크리트 가운데에 난 프레임을 통해 보이는 다른 공간의 모습 중에 가장 멋진 그림이 나오는 곳이라고. 미리 얘기를 듣긴 했는데, 99칸 대궐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집 안에 중정을 23개나 가질 수 있겠는가 반신반의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마치 제주도의 미로 공원처럼 큰 정원 하나를 벽과 벽으로 나눠놓은 형태. 따라서 각 공간에서는 서로 다른 중정을 보게 되고 정원을 거닐면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들을 만나게 되 는 구조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 23개의 중정들은 모두 그 모습이 다르다는 것. 공간과 공간을 나눈 벽의 생김새도 닮은 듯 다르고, 바닥 재료와 심는 식물도 달리해서 흙으로 된 정원, 돌이 깔려 있는 정원, 나무가 깔린 정원 등 정원을 만드는 재료까지 변화를 주었다. 노출 콘크리트 벽으로 칸을 나누면서도 구멍을 뚫어 프레임을 만들고 시선에 따라 여러 가지 풍경이 보이도록 했다. 이 23개의 중정에는 각각 이름도 있다. 소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은 송정, 매화나무가 있 는 곳은 매정, 대나무가 있는 곳은 죽정, 단풍나무가 있는 곳은 풍정 등. 이렇게 다르게 꾸며놓아 거실에서 보는 중정의 모습도 모두 다르다. 이 자연 풍경 그 림은 계절마다 달라지고, 밤낮이 다르고, 누워서 보는 것과 서서 보는 것이 다르다. 프레임에 들어오는 경치를 생각해서 나무와 꽃의 종류까지 나눠 심는다고 하니 어찌나 놀랍던지. 취재하는 날 아침에도 2시간이나 걸려 정원을 돌보았다고 하니 이런 멋진 그림이 예사로 나오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집주인을 닮은 집 8 위에서 내려다보면 이 집의 구조가 한눈에 보인다. 마치 미로 공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 점심을 함께 들던 교수님은 막걸리 반 병을 주문하셨다. 손수 한 잔씩 따라주시고는 건배까지 제의하셨다. “내가 ‘당신’ 할 테니, 여러분은 ‘멋져’라고 하세요. 이유는 마시고 나서.” 시키신 대로 술잔을 맞대면서 “당신 멋져”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신 멋져, 참 좋은 구호지요. ‘당’은 ‘당당하게’, ‘신’은 ‘신나게’, ‘멋’은 ‘멋지게’, ‘져’는 ‘져주자’라는 의미입니다.” 사람은 당당하고, 신나고, 멋지게 살되 그래도 져주면서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말씀이었다. 이 말 한마디로 어떤 인생관을 가진 분인지 알고도 남았다. 스스로 겸손해하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담긴 교수님의 인생관과 참 닮은 구호가 아닌가 싶다. 헤이리의 최고 연장자로 헤이리의 굳은 일은 모두 맡아주시는 등 헤이리 사람들의 삶의 멘토가 되시는 분. 집 생김새를 촬영하러 갔던 기자는 멋진 삶의 모토까지 배워 돌아왔다. ‘당신 멋져’ 소리 듣는 사람으로 살자고. 기획 : 박미순ㅣ포토그래퍼 : 김성용 ㅣ레몬트리ㅣpatzzi 김은정 팟찌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등을 금합니다. |
첫댓글 럭셔리 그자체네요
어..이집 김미화씨집하구 구조가 같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