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주 편에 이번 주 영화를 소개해 주시지 않아서
'타란티노 영화가 나왔는데 당연히 하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예언이 맞기를 바라며
봤던건데....'더 랍스터'라서 조금 허무해졌습니다만...
영화가 재미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셜록: 유령신부'랑 비교하면야 뭐...)
일단 저는 타란티노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습니다.
'킬 빌'도 그냥 TV에서 잠깐 잠깐 장면만 흝어보는 정도지 본편을 다 본 기억은 없네요.
그래도 일단 타란티노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끝이 없는 장광설, 끝을 알 수 없는 잔혹함 그리고 깜짝 놀랄 반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제가 생각하는 타란티노 영화의 공식 그대로 따라갑니다.
장광설이 조금 더 길어지고, 잔혹한 장면들이 '킬 빌'에 비해 덜하다? 정도
(이 영화의 잔혹함은 양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가 초반부터 장광설만을 늘어놓고 전개가 더디기에 조금 지루하다가
"어떤 씬"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 반전되면서 스피드 있게 전개가 되는데
그 속도감에 정신차리지 못하고 이야기에 끌려다니는 유쾌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보면서 진짜 타란티노는 '이야기꾼'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촬영이나 편집, 연기, 음악 등 영화에서는 중요한 다른 요소들이 많지만 다시 한 번
'이야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엉뚱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서 '편견'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의 스포일리러)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사실 영화에 남북전쟁 이 후 흑인 현상금 사냥꾼이 주인공(처럼 보이고)이고,
남부군 출신 장교가 그의 잔혹한 행동에 대해 지적했음에도
머리 한 구석에 '흑인은 언제나 피박받는 소수자'라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 계속 사무엘 잭슨 쪽으로 감정을 이입하면서 보다가,
그가 남부군 노장군 아들에 대한 잔혹한 가혹행위를 즐기는 씬을 보면서
동정한 캐릭터에 대한 나의 감정이 깨지면서 머리는 혼란해지는데
이야기는 이 때부터 굉장한 속도를 내면서 전개가 됩니다. 정신없이 원투펀치를 맞다보니
어느 새 영화가 끝나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후반부로 갈 수록 역동성 없는
씬들이 많은데도 말입니다.
이런 감정을 쌓을 수 있도록 타란티노는 많은 떡밥들을 뿌리고 충실히 회수를 합니다.
조금 우연이라는 감도 있지만, 승훈피디님이 말씀하셨지만 우연히 사건에 말렸지만
우연히 해결되는 장면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작품의 장광설은 조금은 지나치고, 쓸데없는 장면도 많다고 느껴졌습니다.
충분히 2시간 내외로 콤팩트 있게 찍을 수 있었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의 잔혹함도 적응이 안
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잔혹하게 만드는게 영화적 기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저는 그게 영 맞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나래이션이 들어가거나, 플래쉬백을 쓰는 연출도 조금은 서툴었던거 같기도 하고요.
별점은 3개반입니다. 타란티노 영화를 원래 좋아하셨던 분들은 한테는 당연히 강추이구요.
평론가들 평을 보니 '저수지의 개들'과 비교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한 번 보시고 같이 보시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타란티노를 원래 좋아하지 않으셨던 분들, 잔혹한 장면
못보시는 분들에게는 비추이구요.
한 줄 평은 "한국엔 심영, 미국은 사무엘 잭슨"
첫댓글
(저도 '스포주의' 에요~!)
말씀하신 사무엘형과 남부군 장교 할아버지 아들씬도 놀랍지만 편지 진실을 얘기할 때 너무 놀랐습니다 ㅋ;;; 역동성 없는 씬들 적은진 몰라도 언제 뭐가 튀나올지 몰라 내내 긴장한거 같아요. 전 타란티노 팬수준은 아니지만 노가리 배틀을 좋아해선지 영화 내내 재밌었습니다. 글구.. 너무 본지 오래 됐지만 저수지의 개들은 진짜 잔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영환 다른 타란티노 영화보단 덜 잔인해서 오히려 그의 광팬들 중엔 별로란 분들도 있더라구요.
저도 갈수록 감정이입이 되서 막판 사무엘형의 고통이 제꺼처럼 느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