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기르기(키우기 2)
이 글은 앞에 올린 1098번 '닭 키우기'에 이어 두번째 올리는 글이다.
1) 나는 닭의 모이를 배합하여 주는 조리사이다.
요즘 닭의 모이는 아침 6시반 저녁 5시30분 두 차례를 준다. 닭장이 옥상에 있고, 우리집은 5층인데 집 식구가 관절이 불편하여 계단을 오르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닭의 모이를 주는 것은 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한다. 닭모이는 농협에서 사온 배합사료이지만 우리가 먹다 남긴 과일 껍질, 채소 등을 썰어서 함께 준다. 알을 낳은 상태에 따라 칼슘분이 모자란다고 판단될 때에는 조개껍질 등도 곱게 빻아서 모이에 섞어 준다.
2) 내가 아침 저녁으로 모이를 줄 때에는 세 마리 닭을 우리에서 내어 놓는다. 갇혀 있던 상태에서 밖으로 나오니 닭들은 활개를 치며 좋아한다. 모이통과 작은 모이통을 가지고 동쪽벽으로 가면 우르르 따라온다. 모이는 일부를 덜어서 준다. 동 쪽 벽 아래에서 조금 주고 북쪽 담벽, 서쪽 담벽, 남쪽 담벽으로 모이통을 옮기면 잘 따라 온다. 옥상을 보통 2바퀴 정도 운동을 시킨다. 나중에는 우리 안으로 넣은 일도 손쉽게 곧잘 따른다.
3) 동쪽, 북쪽, 서쪽, 남쪽 벽면 아래에서 모이를 주면서 나는 주문을 외운다. 동쪽에서는 밝게 떠오르는 태양이 온 세상을 밝게 해주고 생물을 키우는 에너지를 빠짐없이 고루 고루 줌에 대한 고마움을 읊는다. 북쪽 하늘을 보면서 북두칠성과 북극, 만주 땅에서 건설했던 단군왕검, 고구려의 주몽, 광개토대왕, 백제의 시조와 백성들, 그리고 고려를 개창한 태조 왕건과 선조들, 조선조의 건국자에 대하여 감사를 드린다. 그런데 여기서는 북한의 독재자로 인민을 갈취하는 김정은을 저주하는 기도도 드린다. 서쪽 벽에서는 서방정토국을 그리며, 중국, 유럽의 국가들에 가는 방향임을 생각한다. 남쪽 벽에서는 태평양을 건너 호주와 뉴질랜드의 생활을 연상한다. 이런 사방의 신에게 주문을 하는 습관은 최근에 읽은 상량문에서 대목수가 대들보를 얹을 때에 동서남북, 상하 6방으로 기원하는 방식을 배운 것이다. 닭들이 모이를 먹는 동안 나는 밤새 쌓은 똥을 제거하고 물도 보충해 주고 모래도 보충해준다. 닭들이 우리를 나와서 움직이면서 싸는 똥을 보고 설사를 하는지 정상적인 똥을 싸는 지 확인하여 먹이를 조절한다. 채소를 많이 먹이면 설사를 함을 알게 되었다. 여름이 되어 둘러 치운 비닐을 제거해주고 가끔 모기와 파리를 없애는 약도 뿌려준다.
4) 닭 세 마리가 알을 낳는다. 이웃에게도 나누어주었다. 알을 낳는 닭의 고통이 크리라고 생각한다. 알집은 세 군데를 만들어 주었는데 두 마리는 알집에 낳는데 한마리를 모래바닥에 낳는 경우가 많다. 제일 먼저 낳기 시작한 닭은 색깔이 검은 털과 붉은 털이 섞인 닭이다. 나는 이 닭을 외톨이 닭이라고 부른다. 나머지 두 마리는 붉은 털로 된 쌍둥이 형제 닭 같다.
얼마 전 두 마리 형제 닭이 이 외톨이 닭을 공격하여 먹이를 먹지 못하게 하기에 나는 이를 교정하기 위해 우리 밖에서 모이를 주는 방식을 취했다. 우리에서 내 놓고 모이통을 들고 동쪽으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가면 이 외톨이 닭이 가장 앞장을 선다. 닭 중에서는 우등생이다. 이 우등생이 따돌림을 당하는 격이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서로 친숙하게 하기 위해서 시험 삼아 밖에서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밖에서 모이를 먹을 때에는 서로 머리를 맞대고 쪼아 먹는다. 이처럼 한 1주일을 하였더니 이제는 우리 안의 먹이통에서도 세 마리가 함께 모이를 찍어 먹는다.
5) 요즘 2월 달부터 알을 맨 처음 낳기 시작한 외톨이 닭이 알을 낳지 않는다. 이 외톨이 닭은 따로 만들어준 작은 사랑채 닭집의 알집에서 장시간을 앉아 있는다. 이는 알을 품고 싶은 뜻임을 알 수 있다. 어떤 때는 먹이통에 모이를 주어도 나오지 않는다. 식음을 전폐한 듯하여 가엾기도 하다. 새끼를 품고 싶은 천성을 채워주지 못함이 미안스럽기도 하다. 알을 넣어주면 이를 21일간 품어 병아리를 깨겠지만 이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바이다. 집식구는 사료 값과 계란 값을 따져 닭을 없애자고 한다. 가축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병아리를 깨어 가져다 준 막내 아들과 손자
손녀들이 닭에 대한 관심이 현재는 이미 없어졌기 때문이다. 곧 머지않아 닭들을 처분해야할 것 같다. 아마 며칠이 지나면 알을 뒤늦게 낳기 시작한 형제 닭도 알집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을 것 같다. 닭우리 안에 만들어준 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홰 위에서 자는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에 오르는 모습을 보곤 한다.
6) 나는 닭의 뒤꽁무니를 한번 씻어주고 싶은 생각이 있으나 그러자면 닭들이 놀랠 것 같아 이를 못하고 있다. 왜완 동물과 가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닭의 신세가 가련하기도 하다. 이 구분은 인간이 만든 경계선이다. 두 종류의 동물에서 생명은 다 같은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현실이 바로 진실이지만 둘이 하나이고 하나가 둘이라는 진실과 현실의 차이를 버릴 수 없다. 이는 우리 인간에게도 차이는 있지만 유사하지 않을 까?
첫댓글 도시 건물 옥상에서 닭을 어떻게 키우는지 궁금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집안에서 닭을 키워봤지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름철엔 냄새도 나고, 털도 날리고, 배설물 치우고 청결을 유지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낙암 교수님은 사모님을 대신해서 옥상에 올라가 사료주고 모든 것에 정성을 다하고 계십니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인생 철학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닭 모이를 주면서 주문을 외시는 모습이 인상 깊습니다.
생명 존중과 인생 철학과 역사가 녹아 있는 옥고입니다.
귀한 옥고 잘 읽었습니다.
장천 선생의 도타운 평이 글을 올린 기쁨을 줍니다. 위생을 위해 가끔씩 파리약을 분사합니다. 매일 거둔 닭똥은 호박과 고추 가꾸는 비룔로 쓰고 있습니다.
저의 집은 도시라기 보다는 산 아래에 있는 농촌, 산촌, 도시의 숨결이 함께 섞여 있는 곳입니다. 공기도 비교적 맑습니다. 요즘은 옥상과 아래층에 빗물을 많이 담아 놓았습니다. 가뭄에 쓰려는 작은 저수지라고나 할 가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생활이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