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PACCIO, Vittore (1472- 1526), [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St George and the Dragon 1502, Tempera on canvas, 141 x 360 cm, Scuola di San Giorgio degli Schiavoni, Venice
성 게오르기오스는 기독교의 성자이기도 하지만, 기독교 이전에도 존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신화 속의 성 게오르기오스는 겨울의 용과 싸웠던 녹색 기사이며, 하계로 내려가 죽음의 용과 싸웠던 전사로 항상 존재해 왔다. 사람들은 자신들을 위해 싸움을 벌였던 이 영웅에 대한 신화를 자주 이야기했다. 그리고 뛰어난 이야기꾼이기도 했던 카르파초는 그 광경을 훌륭하게 묘사해냈다.
은은하게 빛나는 검은 갑옷으로 무장한 성 게오르기오스는 크고 용맹스러운 말을 타고 있다. 그림에 나오는 용도 매우 그럴듯해 보이는데, 밝은비늘이 있는주름잡힌 날개와 커다란 입과 덩치를 가진 용은 위험해 보이는 꼬리로 자신의 포악함을드러내고 있다. 이 용은 그림 오른쪽에 있는 순진한 공주처럼 무방비 상태에 있는 처녀를 공격할 뿐만 아니라, 식물까지도 포함해서 자신의 앞에 놓인 모든 것을 제거해버리는 놈이다(그림 가운데 있는 나무는 용이 있는쪽 방향치 가지만 앙상해져 있다).
카르파초는성 게오르기오스가 공주만 구해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구해내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용에게 반쯤뜯긴 사람들의 시체가끔찍하게 그려져 있는 것을 보라. 우리의 영웅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창으로 용의 목을 꿰뚫어 버린다. 이 싸움은 빛과 어둠의 싸움이라고 할수 있는데, 그림 속의 분위기는 이른 아침의 부드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 바로 이때 어둠의 괴물이 자신의 거처에서 나오고 빛의 인간이 어둠을 공격하는 것이다.
이 용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 안에 존재하는 파괴의 본능이다. 우리는 두차례의 끔찍한 세계 대전을 치른후에도 여전히 파괴의 시대, 용의 시간을 살고있다. 보스니아나 이라크를 파괴한것도 우리이고, 게으름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괴하는 것도 바로 우리 자신이다. 매일 신문에서 전쟁과 고문으로 고통받는 육체를 보고 있지 않은가? 지금 여기 있는 우리는 멀리서 그들을 보고 있다. 안전판 뒤에서, 바다 건너 교회 안에서, 아무 관심도 가지지 않고 그들의 전투를 물끄러미 지켜볼뿐이다. 우리 모두는 자신 안에 용을 가지고 있으며, 그 용을 절단낼 무장한 전사도잠재적으로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성 게오르기오스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스스로 칼을 휘둘러 우리안의 용을 쳐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공주를 구할수 있고,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그림의 세 번째 요소인 이 공주도 마찬가지로 내재화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신 안의 용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승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