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이 태백산 영봉 천제단, 오른쪽이 장군봉
地球의 山 - 山의 太白이냐?
太白의 山 - 山의 地球냐?
詩人아 이를 뭇지말라.
그것이 緊하게 讚頌할 것 아니다.
하날ㅅ面은 휘둥그럿코 땅ㅅ바닥은 펑퍼짐한데,
우 리 님 - 太 白 이 는 웃 뚝!
―― 육당 최남선, 「太白山賦」에서
▶ 산행일시 : 2017년 2월 25일(토), 맑음
▶ 산행인원 : 16명(버들, 모닥불, 스틸영, 악수, 대간거사, 온내, 수담, 상고대, 두루,
신가이버, 해마, 해피, 오모육모, 대포,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GPS 거리 12.2km
▶ 산행시간 : 6시간 48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6 - 동서울터미널 출발
09 : 52 - 혈리동, 산행시작
10 : 39 - △1,198.5m봉, 휴식
11 : 06 - 1,230.8m봉
11 : 14 - 반재
11 : 22 - 삼거리, 문수봉 2.2km
11 : 30 ~ 12 : 06 - 1,150m 고지, 점심
12 : 53 - 전망바위
13 : 02 - 너덜, 돌탑 1기
13 : 25 - 문수봉(文殊峰, 1,514.9m), 휴식
13 : 50 - 소문수봉(1,465m)
14 : 15 - 두리봉(△1,379.2m)
15 : 10 - ╋자 갈림길 안부, 휴식
15 : 28 - 1,200.8m봉
15 : 45 - 암릉, △1,173.9m봉
16 : 19 - 임도
16 : 40 - 태산사(太山寺), 도로, 산행종료
17 : 00 ~ 18 : 38 - 태백시내, 목욕, 저녁
21 : 30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문수봉 정상에서
2. 맨 왼쪽이 부쇠봉
3. 함백산
▶ 1,230.8m봉, 반재
태백산은 2016.5.12.자로 그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 지정되었다.
태백산국립공원 홈페이지의 이에 대한 소개 중 일부다.
“태백산은 백두대간의 중앙부에 솟아 있는 민족의 영산이며, 한강과 낙동강, 삼척의 오십천
이 발원하는 한반도 이남의 젖줄이 되는 뿌리산입니다. 태백산은 천제단이 있는 영봉(1,560
m)을 중심으로 북쪽에 장군봉(1,567m) 동쪽에 문수봉(1,517m), 영봉과 문수봉 사이의 부
쇠봉(1,546m)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최고봉은 함백산(1,572m)입니다.”
태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고 나서부터 우리들의 발걸음이 당연히 조심스러워졌다. 우리
차는 당골 입구를 지나고 백단사 매표소 가기 전 혈리동(穴里洞)한 산모롱이 갓길에서 멈춘
다. 마른 지계곡에 잘 난 소로가 보여 얼른 잡아 오른다. 소로는 낙엽송 숲 앞에서 머뭇거리
다가 왼쪽 사면을 치고 오른다. 그리로도 △1,198.5m봉 넘어 반재로 가는 데 아무 손색이 없
겠다 싶어 그에 따른다.
그러나 그 잘 난 소로는 우리를 산등성이로 유인해 놓고 옆 골짜기로 내빼버리고 만다. 일로
직등. 우리의 길을 간다. 야산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잡목 숲이다. 예전에 간벌한 잔해가 사
방에 널렸다. 오르막이어서 힘이 드는 게 아니라 잡목 헤치고 또는 추스르느라 힘들다. 잡목
가지는 살갗에 닿기만 해도 아프다. 얇게 쌓인 눈이 얼었다. 눈이 녹다가 얼어서 빙판처럼 미
끄럽다.
눈 못 뜨게 비지땀 흘려 잡목지대를 벗어나고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눈길이다. 눈은 고도를
높임과 비례하여 점점 깊어진다. 눈 위는 딴딴하여 동동 걸음한다. 오르다가 숨차면 뒤돌아
함백산의 푸짐하고 너른 품을 바라보곤 한다. 오른쪽 산골 따라 그 막장에는 장산이 우뚝하
다. 고라니(?)가 앞서 러셀한 자국을 따라 오른다.
단군암 절집 쪽에서 오르는 능선과 만나고 대설원을 간다. 산허리 돌다가 한 피치 바짝 오르
면 △1,198.5m봉이다. 키 큰 나무숲 둘러 조망은 없다. 첫 휴식한다. 탁주 입산주가 시원하
다. 태백 오는 중에 제천휴게소에 들려 산 그 고장 탁주인데 맛이 아주 좋다. 하긴 신가이버
님이 무겁게 지고 온 봄동 배추전이 더 말할 나위 없는 일미의 안주다.
당분간 평탄한 눈길을 간다. 무수한 열주의 낙엽송 숲을 사열하며 간다. 오른쪽 나뭇가지 사
이로 장군봉의 위용을 연신 기웃거린다. 저 앞에서는 더 잘 보일까 발걸음을 재촉하다보니
금방 1,230.8m봉이다. 헬기장이 너른 눈밭이다. 이제 곧 당골에서 태백산을 오르는 주등로
와 만날 것. 발소리 말소리 숨소리 죽인다. 반재 안전센터초소를 지나고 금줄을 넘어 뭇 등산
객들과 섞인다.
4. 반재 오르는 길
5. 함백산
6. 장산
7. 설원 오르는 길
8. 장군봉
9. 반재 가는 길의 낙엽송 숲
10. 반재 가기 전 1,230.8m봉, 앞은 대간거사 님
11. 산중턱의 절집은 망경사
12. 가운데는 백운산
14. 왼쪽이 영봉 천제단
▶ 문수봉(文殊峰, 1,514.9m)
문수봉을 가려면 일단 골짜기 삼거리까지 내려가야 한다. 계단 길을 내린다. 교행이 가능하
게 폭이 넓은 계단은 반질반질한 눈길이라 발밑에 미끄러운 감촉을 즐기며 주춤주춤 내린다.
이윽고 삼거리. 이정표에 문수봉은 2.2km이다. 문수봉 가는 주등로 따라 산모퉁이 돌고 그중
완만한 사면을 골라 냅다 치고 오른다. 한 피치 오르자 설원이 나오고 이후는 가파른 오르막
이리라 이른 점심밥 먹는다.
휴식 할 때도 그렇지만 점심때면 특히 투정이 심하다. 살 빼려고 산에 왔는데 오히려 살이 찌
게 되었다고. 그렇다. 적당히 허기져서 입맛이 달아 만복이 되게 먹고, 저녁도 마찬가지다.
서울 가는 차중에서는 곤히 자고 하니 살이 찌지 않을 도리가 없다. 살이 빠지려면 너무 힘들
고 피곤하여 입맛이 도통 없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이제부터 줄곧 오르막이다. 스패츠 찬 대포 님을 앞장 세워 러셀하게 하고 그 뒤를 줄줄이 따
른다. 눈길에 한 사람이 간 것처럼 간다. 잡목지대에서는 앞사람의 ‘안전거리 유지’ 선창을
복창하여 뒷사람에게 인계한다. 어쩌면 울퉁불퉁한 돌길이리라. 눈이 쌓여 푹신한 게 걷기에
참 좋다. 골 건너편으로 망경사가 보이고 그 뒤로 영봉 천제단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등로 살짝 비켜 전망하기 좋은 바위가 있어 교대로 올라 골 건너 장군봉과 영봉, 함백산, 백
운산을 들여다본다. 두위봉은 흐릿하다. 다시 눈속 숲속을 헤치며 오른다. 눈 속에 만병초는
지친 모습이고 박새는 그 꽃대가 박제되었다. 이 겨울 설한풍에도 살아 천년 독야청청 하는
주목은 ‘보호수목’이라는 표찰을 달고 있다. 태백산이 자랑하는 주목이다.
아직 문수봉 정상이 멀었는데 너덜 잠깐 나오고 돌탑 1기가 있다. 건너편 망경사에서 우리들
산행이 관찰될라 서둘러 하늘 가린 숲속을 간다. 등산객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수
봉 정상 너덜지대가 나온다. 어떤 바위는 얼음이 말갛게 코팅이 되어 맨 바위와 분간하기 어
렵다. 이런 데서는 아이젠이 무용이다. 그저 엉거주춤하며 더듬어 오른다.
문수봉 정상. 사방 조망이 트이는 빼어난 경점이다. 그중 압권은 장군봉과 영봉, 부쇠봉이다.
미세먼지로 원경은 흐릿하다. 지난날 오금 저리며 올랐던 조록바위봉, 달바위봉이 반갑다.
‘사계 님이 아녔더라면 아직도 우리가 저 달바위봉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을지 몰라’하는
대간거사 총대장님의 말에 절대 공감한다. 백병산, 면산, 비룡산은 설산이다.
14. 멀리 가운데는 장산
15. 문수봉 가는 전망바위에서, 스틸영 님
16. 문수봉 가는 전망바위에서, 모닥불 님
17. 맨 오른쪽이 함백산
18. 함백산
19. 앞 왼쪽이 장군봉, 그 아래는 망경사
20. 앞은 조록바위봉, 그 뒤는 달바위봉, 그 왼쪽 뒤는 면산
21. 앞 오른쪽은 청옥산
22. 왼쪽이 청옥산
23. 문수봉 돌탑
▶ 두리봉(△1,379.2m)
소문수봉을 향한다. 눈길이 다져져 미끄럽다. 줄달음한다. 쭉쭉 내리다 약간 주춤한 봉우리
가 소문수봉이다. 너덜이 감쌌다. 계속 내리막길이다. 등로 벗어나도 전망바위가 나오면 꼬
박 들러 달바위봉과 조록바위봉 들여다보고 눈 들어 백두대간 가늠한다. 거제수나무 군락지
인 설원을 지나고 ┫자 갈림길 안부다. 왼쪽은 당골로 내린다. 직진한다. 눈길은 아무도 가지
않았다. 우리가 새 길을 낸다.
오후 들어 오르막은 봄날이다. 땀 흠뻑 쏟아 부어 두리봉을 오른다. 눈 속 발굴한 삼각점은
‘태백 307, 2004 재설’이다. 두리봉 정상은 사방 나무숲 둘러 조망이 없다. 휴식. 북진하는
완만한 능선을 잡는다. 잡목 숲이 산행속도를 조절한다. 대물일 더덕이 보이지만 돌보다 더
단단하게 언 땅이라 감히 건드려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간다.
숲속을 벗어나자 광활하고 눈부신 설원이 펼쳐진다. 고랭지밭이다. 비탈진 설원 위로 낙엽송
숲이 우거지고 그 위로 함백산이 불끈 솟았다. 이국적인 그림이다. 설원을 지쳐 내린다. 신났
다. 농로 겸한 임도에 내리고 낙엽송 숲 사이로 임도를 넘으면 바닥 친 안부는 토일산채농장
이다. 여기서 오랜만에 나온 온내 님은 컨디션 난조로 왼쪽 임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울
고 싶자 때리자’가 아닐까? 해피 님이 아름다운 동행을 자청한다.
한 고비 남았다. 되게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등로의 인적은 빙판이라 비켜간다. 10여분
이 매우 길었다. 고도 150m 남짓을 대번에 올라 1,200.9m봉이다. 잡목 헤치며 내쳐 간다.
천천히 걸으면서 가쁜 숨 돌린다. 한차례 뚝 떨어졌다가 △1,173.9m봉 오르는 길은 암릉이
다. 군데군데 전망 좋은 바위에 들러 장산과 함백산을 감상한다.
정작 험로는 북사면 내리막이다. △1,173.9m봉에서 북진하여 내린다. 얼마간은 수북한 눈이
라 지치는 재미로 막 내달았으나 맨 땅이 드러나고 빙판을 잘못 디뎌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낙엽은 전혀 믿을 것이 못된다. 그 밑에는 빙판이 웅크리고 있다. 임도 절개지는 빙벽이다.
여러 사람이 부축하여 내린다. 임도 따르다 산모퉁이에서 임도 버리고 이어지는 능선을 잡는
다.
미끄러운 사면에 갈지자 그리는 곡예는 계속된다. 코너링이 어렵다. 붙잡은 잡목이 휘청한
다. 31번 도로에 접한 절개지는 깊은 절벽일 것. 마지막 한 걸음까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미
리 태산사 절집으로 쏟아 내리는 사면이 사납다. 가파르기도 하려니와 엉겁결에 붙는 나무는
철판이라도 꿰뚫도록 벼린 가시가 성성한 두릅나무다.
속속들이 아리는 손바닥을 호호 불며 간다. 태산사 앞을 내리면 바로 31번 국도다. 두메 님이
갓길에 차 대놓고 훈훈하게 덥혀 우리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24. 왼쪽은 부쇠봉
24. 왼쪽이 영봉 천제단
25. 왼쪽 가운데가 조록바위봉, 그 뒤는 달바위봉 그 오른쪽은 비룡산
26. 두리봉 가는 길
27. 가운데 우뚝한 산은 연화봉
28. 함백산
29. 고랭지밭 내리고 이 임도는 31번 국도까지 이어진다
30. 함백산
31. 장산
32. 함백산
첫댓글 태백의 영험한 기운을
이번에 느끼고 보고 왔습니다.
재잘재잘 마음껏 웃었던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함께하는 산행 그것 때문이겠죠.
달바위봉이 너무 크고 가깝게 보여, 처음에는 보면서도 반신반의했었네요.
그러고 보면 금년에는 조망좋았던 날이 꽤 됐던 것 같습니다. 좋은 현상이에요. 굿.
자주 댕기던 곳이라 고향산 구경하는듯 합니다...
그러게요,,,연일 계속되는 맑은 날씨속에 눈이 호강한 날이었습니다...사진을 보니 실물보다 더 뚜렷한것 같네요
꼭 가보고 싶었던 코스라 지나치는 풍광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긴 여행과 출장 중 쌓인 피로도 시원히 날려버린 시원한 산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