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는 요즘 간절함의 언어가 되었다.우리지역에서 사용하는 많이 난다는 의미의 ‘개락’이라는 단어가 딱 맞는 어종이 오징어였다.여기저기 빨래처럼 걸려 있던 오징어 풍경은 눈에 선하고 그립니다.이제 그런 풍경은 저 먼 추억이 돼 버렸고 자연 오징어 잡이 배를 보는 것도 ‘구경’이 돼 버렸다.수평선에 줄지어 도열했던 그 많던 오징어배를 긴 여름 밤에도 보기 드물었다.
추석연휴 첫날 비도 오락가락 하고 파도도 제법 출렁이는데 앞 바다는 유난히 밝았다. 오징어배들이 켠 불이 훤했다.반가웠고 왠지 마음이 따스해져 오는 듯했다.그 풍경을 해변이 아니라 지붕꼭대기에서 바라보는 맛은 황홀하고 사치스럽기 조차하다.
속초 대포동에 새로 문을 연 ‘카시아’ 호텔의 26층 루프 탑에 서니 오징어 배 불빛이 그냥 한눈에 들어온다.의외의 만남이다.우측으로 3척 좌측으로 4척, 그 자리에서 확인한 것만도 7척이니 근자에 이런 풍경 보는 것은 드문일이다. 추석 대목 앞두고 오징어배도 만선의 기대로 출어를 하였으리라. 그런 기대만큼 정말 개락으로 잡아 왔으면 좋겠다.
카시아 호텔이 어느 장소나 모퉁이에서 봐도 바다 뷰를 품은 입체적 설계가 되어 있다고 들었지만 맨 꼭대기층 시엘로의 탁트인 전망은 바다를 그냥 가슴에 안기에 최적의 장소다. 육지는 고층으로 치솟은 속초 아파트의 야경으로 산란하지만 바다는 명료하다.
칠흑의 망망대해에 불빛이 점 처럼 박혀 서 있는 모습은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동해 어화’ 그 모습이다. 김종학은 산을 그리면서도 바다를 화폭에 담았는데 그중 압권은 동해바다 오징어배의 모습을 담은 ‘동해어화’가 꼽힌다.짠한 감흥이 밀려오는 명작이다.카시아는 동해어화를 만날 수 있는 미팅 포인트다. 이런 순간 풍경은 문화가 되면서 출렁인다.
카시아가 모던한 편의성과 나그네의 안락함에 더해서 이런 문화적 서사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무척 속초다운 숙소이고 그 자체가 목적지로서 향기가 가득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바다뷰를 넘어서 그림이 있는 풍경이고 그 자체가 회화다.마치 바다 갤러리에서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추석전날 다들 고향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순간 오징어 배들이 집어등을 켜고 기다리는 그 풍경은 결이 다를 뿐이지 모두 그리움 아니겠는가. 만선의 오징어 배가 귀항하듯 우리도 기쁨을 안고 고향 동구밖에 섰으면 좋겠다.그렇지 않으면 카시아 루프탑에서라도 ‘동해어화’를 바라보는 멋도 괜찮은 추석맞이가 될 것이다.카시아에서 동해어화 스토리를 담는 밤, 그래서 상쾌하고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