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황인찬
수학여행의 밤, 아이들은 이불을 펴고 누운 채로 잠들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아이들의 목소리가 공중에 떠돈다
예전에 여기서 선배가 죽었대
아니야 죽은 게 아니라 자퇴를 한 거래
여기 주인이 교장이랑 친구래 그래서 매년 여기로 온대
아이들은 흐린 어둠을 보고 있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더욱 진실한 고백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도 고백을 하지는 않고 말들만 떠다니는 수학여행의 밤
옆 반 반장이 혼자 우는데 걔네 담임이 안아줬대
매점 아줌마가 원래 이 학교 졸업생이래
아니야 죽은 딸이 여기 학생이었대 그래서 온 거래
저 모든 일이 진실인지 알 수 없지만 어두운 곳에서 작게 속삭인다면, 그것이 고백의 형식을 갖춘다면 그것은 더욱 진실처럼 들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아이의 손가락이 옆에 누운 아이의 손가락에 닿아 있다 실수로 그런 것처럼
ㅡ「어깨에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창작과 비평』 2023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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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감상
어깨에 기대어 잠든 이의 머리를 밀어내지 못함/ 황인찬
정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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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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