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을 쌓아온 가문家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불선不善을 쌓은 가문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원문原文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 적불선지가/積不善之家 필유여앙/必有餘殃 --- 출전 <주역> 문언전文言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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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왈曰 자와 이를 운云 자의 차이 어떻게 풀이하는 게 좋을까?
지사문자指事文字인 가로 왈曰 자는 '가로되' '말하기를' '일컫다’ 따위의 의미를 담고 있는 글자로 쓰인다 입 모양이 가로로 길게 놓이듯 가로는 시간의 의미 날줄經보다는 공간의 의미 씨줄緯에 좀 더 가깝다 이처럼 왈曰 자는 입 구口 자에 가로로 반듯하고 길게 획一을 그어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표현하고 열린 입보다 닫힌 입을 주로 그려 말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드러낸다 귀는 둘이되 듣는 기능은 하나지만 입은 하나면서 먹고 웃고 이야기하고 침묵하는 여러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이를 운云 자는 상형문자象形文字다 운云 자 역시 ‘일컫다’ ‘말하다’라는 매우 평범한 뜻을 지닌 글자다 운云 자 갑골문을 펼쳐 보노라면 처음에는 두 이二 자를 가로 그었는데 한 선은 하늘이고 한 선은 땅이다 거기에 구부러진 획이 마름모며 낚시 바늘 모양을 그리고 있다 얼핏 보더라도 빈 하늘에 떠도는 구름의 모습을 제대로 표현해 낸다 그러므로 운云 자의 본뜻은 구름이다
그러나 소전小篆에서는 구름 운云에 내리는 비 우雨 자를 한 틀로 묶어 구름雲 모습을 잘 그려 낸다 그렇게 구름을 뜻하게 되었으나 운云 자는 ‘일컫다’나 ‘말하다’ 라는 단순한 뜻으로 가차假借한다 재미있는 것은 간체자簡體字다 중국은 근래 간체자 방안에 따라서 운云 자를 '구름' 뜻으로 재활용한다 사실 구름雲에서 비雨가 없어졌는데 비 없는 구름이 더 많기 때문은 아닐까?
가문家이란 으레 한 가족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 같은 '피붙이'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서는 가까운 사이와 같은 업에 종사하는 동료들 같은 그룹黨의 일원일 수도 있다 일어탁수一魚濁水라는 말이 있듯 한두 사람이 전체를 흐릴 수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이 쌓은 복으로 온 가족 동류가 모두 복을 누리고 오랜 시간 그 이름이 전해진다 마치 선善의 힘이 그러한 것처럼 불선不善을 쌓는 힘도 이에 준한다
쌓을 적積 자는 회의문자會意文字다 벼禾와 빚責이 한데 뒤섞인 까닭에 두 가지 이상의 뜻이 모인 글자다 쌓을 적積 자에는 ‘쌓이다’와 저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고 책責 자는 주인主 있는 물건貝이다 여기에는 '빚'의 뜻이 잘 배어 있다 빚이 계속 쌓이고 쌓여 늘어나는 것이 규모뿐만 아니라 시간으로 이어질 때 그만큼 갚을 빚이 불어난다는 이야기다
위의 시를 다시 한번 잘 음미해 보자 선善을 축적積하는 가문家에서는 이웃에서 이웃으로 점점 번지고 자라는 경사慶事가 있으며 불선不善을 쌓는 가문家에서는 가로로 옆사람은 물론이고 세로로 대대代代 자자손손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