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이 고향이신 님들은 피난길의 고생담이 험악하기만 하다.
이미 고향에서 출가한 이모는 반동분자인 남편을 뒷산에 굴을 파서 숨겨두시곤
여자 혼자몸으로 기어다니는 아기들과 농사를 지으며 숨겨둔 남편몫까지 뼈빠지는
고생을 하셨다 한다.
어느날 공산당들에게 붙잡혀 남편을 어디 숨겼냐고 죽을만큼 맞고도 목숨이 질긴지라 간신이 생명을 부지하셨다 한다.
그때의 그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아직까지 잠결에 소리소리 지르며 용을 쓰곤해서 엄마집에라도 오셔서 주무시면 우리 엄마가 힘들다고 하신다.
우리 어렸을적에 우리는 종암동 판지집에 살았고 이모네집은 의정부에 대궐같은
기와집에 살고 계셨다.
이모부는 매일 먹을 갈아 붓으로 글만 열심히 써대곤 하던 한학자셨는데 손재주
덕인지 의정부 미군부대를 직장으로 살림을 꾸리셨다.
게다 울엄마와는 영판 다른 극성스런 이모는 돈까지 굴리는 솜씨가 있어 쌀가마를 팔아먹는 부자소리를 들으며 사셨다.(그당시는 쌀을 가마니로 사다 먹는걸 부자의 대명사로 불리곤 했다.)
이렇게 초장의 살림 형편이 너무나 판이한 자매는 신앙생활도 갈림길이었다.
우리 엄마는 고대하던 예수믿는 집에 시집 오셔서 할머니와 함께 예수를 열심히 믿는 예수쟁이가 되었고 이모는 의정부에 큰손으로 자리매김하며 굿판을 벌이곤 하던
조상신 섬기는 열심당이 되어가고 있었다.
예수쟁이 동생집을 비웃던 우리 이모 보소~
고향에서도 자식하나 죽이고 의정부에서 다키운 아들하나 죽이고 정신이 반 나갔네.
그래도 워낙 악발이인지라 아들 둘 딸 둘 열심이 키우며 살림이 느는가 싶더니
의정부 시내에 풀어놓은 돈다발 남 좋은일 시키고 가슴에 시퍼런 멍과 기와집 한 채만 덜렁 남았네 엄마가 잃어버린 돈 찿아오라는 아들들의 성화는 높아만 가고
호랑이 같은 두 아들 열심히 키운덕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네.
큰아들 나의 이종 큰오빠 야그 들어보소.
그당시 깡패 양성지로 유명한 서울 남산공전을 나왔네.
깡패 때려잡는 형사의 길로 들어서서 70년대부터 나라의 흥망성쇠와 함께 온갖 험한
꼬라지 다 보고 당하며 호통과 협박만 남는 이빠진 초로의 공권력이 되었네.
30년을 넘게 경찰서에 있었으니 힘없는 모든 서민이 자기 발아래 납작 업드러져야만 직성이 풀린다네.
엄마도 아내도 그 비위 맞추기가 여간 어렵지 않아 엄마인 우리 이모 딸이 장만한 운천에 있는 작은 별장에서 집지키는 숨겨진 노인 신세요.
늙어도 꺽이지 않는 못된 성질을 이길 재간 없는 우리 올캐 가끔은 집나가는 시위를 끝내고서야 오빠의 손아귀에 들어 온다네.
손주 사위 보고 손주 며느리 곧 보게 되는 우리 이모
며느리 없는 손주 장가 보낼뻔 하다 간신히 한숨 놓았네 그려.
77살 노인네 언제 돌아 가실지 모르는터라 엄마와 울엄마 오빠라 부르는 나에겐 오춘 되는 75살 노인네 모시고 이모가 계시는 운천을 달렸다.
두 노인네(엄마와 오춘) 얼마나 기뻐 하시든지 고향 얘기며 자손들 얘기 꽃피우는
꽃향기에 나도 취해 덩달아 스타렉스에 날개가 달리네.
'뭐하러 오냐` 뭐하러 오냐~'를 연발하시던 울 이모 산등성에 올라서서 스타렉스를 눈빠지게 노려보고 계시네.
이모손으로 손수 끓인 된장찌개에 밥먹고 올줄 알았는데 집나갔던 며느리 돌아와서 시어머니 생신상을 차리고 있네.
나와 그리 연배 차이가 없는 언니고 젊은날의 아픔을 알고 있는터라 오빠 흉보기에 올캐 시누 이야기꽃이 만발하네.
오빠 흉보기로 아픈마음 만져주고 나니 어느새 한결 다정해졌네.
'짐이 곧 왕이다' 며 허풍에 단련된 오빠에게
'아이고 늙어서까정 마누라 잡는 남자가 젤 미련퉁이네'
자기 아버지가 그리 이뻐하던 여동생의 말까정 물리치지 못하는 오빠에게 듣던지
말던지 쓴소리를 날리고 뒤따라 오는 목사님들과 형사와의 대결 한마당을 듣고야
말았네.
운천에 집을 짓고나니 옆집이 교회인지라 조상신 섬기다 된통 얻어맞은 이모
못난이 동생이 믿는 예수가 최고인줄은 목격하여 알고나서 예수쟁이 되고 말았네.
신랑에게 시달리다 예수만이 위로인줄은 아는 올캐언니 일찍부터 교회는 나가지만 오빠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띄엄띄엄이기는 하나 그도 예수쟁이.
오춘, 예수믿던 오춘엄마를 얻어 오랜고집 접고 예수 믿은지 십년이라 명예권사라
흐뭇해하는 오춘 역시 예수쟁이.
울 친정엄마 이북오도민이 아는 골수 예수쟁이.
예수쟁이 두목격인 목사사모인 막내 나까정
예수쟁이들만 모였네
tv 에서 보던 왕따는 '슬금슬금' '쭈뼛쭈뼛' '우물쭈물' 하던만
예수쟁이들 틈에 끼어있는 왕따 오빠는 기가 죽을 줄 모르네
교회가 어떻고 목사가 어떻고 율법이 어떻고 교리가 어떻고 공자 앞에서 문자쓰네.
종교부에서 5년 굴러먹은 덕에 교회,교리 지식은 하늘을 찌르고
비리와 어두움만 목격한 눈은 내리 깔줄을 모르네.
'이보소~
재미없는 야그 그만하고 옛날야그나 합시다'
내일 모레가 60인 59살이건만 허풍치는 어린아이꼴을 벗어나지 못하는 오빠.
언제나 하나님 앞에 납작 엎드릴꼬~
생신을 맞은 우리 이모
'우리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왜 날 안데려 간다냐~'
험악하고 팍팍했던 세월을 못본체 눈감고 싶어하는 이모에게
아들 둘 딸 둘 예수믿을 때까지는 가면 안되십니다 만류하면 너무 큰 불효인가
가만이 아버지께 물어 볼랍니다.
선희 글 읽을때도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역시 글을 거침없이 술술 쓰시는게 느껴져 재밌습니다.....아들 둘, 딸 둘 모두 예수 믿을때까지.......그래요 그랬으면 좋겠군요.....으으.....우리 친정은 어쩌나......나 혼자 달랑인데......아버지 우리 친정식구 기억하셔야 합니다!!!
예수쟁이들만 모인 그곳에 나도 한자리 했어야 했을껄,,,, 글을 읽으니 그림이 그려지고 이모가 그립네. 어르신들 모시고 다녀 오시느라 수고 했음다. 그 눈발 날리던 험한날에 운전대를 잡고있던 언니의 늠늠한 모습과 어린아이 같던 두분의 선한모습이 아직도 생각나네. 수고하셨슴다.
첫댓글 사모님, 정말 소설 한 편을 보는 듯 합니다. 왕따오라버니가 곧 하나님께 돌아오기를 기대합니다. 기도합니다.^^*
진짜 사모님 가족 얘기 예요? 소설 같아요..^^ 사모님의 쎈 기도 하나님께서 꼭 들어주실거예요.. 저도 기도 할께요^^
선희 글 읽을때도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역시 글을 거침없이 술술 쓰시는게 느껴져 재밌습니다.....아들 둘, 딸 둘 모두 예수 믿을때까지.......그래요 그랬으면 좋겠군요.....으으.....우리 친정은 어쩌나......나 혼자 달랑인데......아버지 우리 친정식구 기억하셔야 합니다!!!
예수쟁이들만 모인 그곳에 나도 한자리 했어야 했을껄,,,, 글을 읽으니 그림이 그려지고 이모가 그립네. 어르신들 모시고 다녀 오시느라 수고 했음다. 그 눈발 날리던 험한날에 운전대를 잡고있던 언니의 늠늠한 모습과 어린아이 같던 두분의 선한모습이 아직도 생각나네. 수고하셨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