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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아가씨
도치씨는 아내와 신혼여행 갔던 첫날밤. 그때. 테이블에 꽂혀 있던 블랙로즈를 떠올리고 꽃 주문하는 것도 잊고 회상에 빠졌다 꽃집아가씨의 재촉에 번쩍 지난 추억을 깼다.
꽃집아가씨가 말했다.
“즉시 배달가요? 장미 포장 한 다발 맞아요? 근데 색은 무슨 색이죠? 짬뽕요?”
“흑장미도 있냐?”
“어머머! 그건 진짜 귀하고 진짜 비싼데?”
“오늘밤은 이 아저씨가 돈 안 따진다. 있냐? 없냐?”
“와, 아저씨 진짜 죽인다?”
“있냐? 없냐?”
“아이 아저씨도? 꽃집에 흑장미 없으면 어떡해요? 오늘 아침에 들어 온 팔팔한 애 있어요.”
“뭐? 애?”
“아직 싱싱하니까 애죠. 근데요. 진짜 비싸걸랑요.”
“나 오늘밤은 돈 안 따진다니까?”
“어머. 아저씨. 저도 배달비 안 따지고 가져다 드릴께요. 근데요.”
“뭐야?”
“아저씨 돈 많은가보네요? 부자세요? 흑장미는 한 다발씩 사는 사람 없는데.”
“음. 나 오늘밤 아내 죽일 거니까. 돈 많이 쓰도 괜찮아.”
무심코 한 말에 꽃집아가씨가 엉덩이 걷어차인 강아지 소리를 냈다.
“어머머! 어머머! 아이 창피해.”
도치씨는 통화를 끝내고 돌아서 쓴 미소를 지었다.
문득 벽에 걸린 아내의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도치씨는 아내의 웃고 있는 모습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충성!”
알람이 삐리리리 울렸다.
오후 8시15분.
“딩동 딩동.”
홈 시스템화면에 꽃집아가씨가 나타났다.
“네에 나가요. 꽃아가씨!”
도치씨는 한걸음에 달려 나가 한 아름의 흑장미를 받아 들었다.
“와! 광속이네?”
“매상이 얼만데요? 이런 건 달리다 죽어도 좋은걸요. 호호호”
“여자들은 크나 적으나 돈이라면 민첩하군. 큭큭큭.”
꽃집아가씨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여자라 그런 게 아니구요. 장사니까요. 우리 엄마가 그러데요. 장사치는 썩은 생선한마리라도 팔 수 있다면 십리를 숨 한 번에 달려가야한다구요. 호호호.”
꽃집아가씨의 말끝에 도치씨가 흑장미 다발을 펼치고 향기를 맡았다.
상큼한 장미향에 도치씨는 코를 씰룩했다.
그 모습을 쳐다보던 꽃집아가씨가 말했다.
“이건 생선이 아니니까 염려마세요.”
도치씨는 대답대신 꽃집아가씨에게 한쪽 눈을 찡긋했다.
“윙크하세요? 아님 장미향에 찔렸어요?”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복도천정의 검은 물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거 CC맞죠?”
“왜?”
“아저씨가 혼자 있을 땐요. 요즘 사모님들은 집에 돌아와서 저 CC확인한대요. 사모님도 그럴꺼거든요. 그럼 아저씬 죽은 목숨이에요. 오호호호.”
도치씨도 웃었다.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오늘밤 사모님은 떠나실 거니까. 염려차단이네. 아가씨야. 하하하.”
“아. 여행가시구나. 어디가세요? 가까운데요? 동남아요? 멀리요? 아! 유럽가시나보다. 그러니까 흑장미 주문하셨구나?”
도치씨는 안면 있는 꽃집아가씨를 보내고 주방으로 돌아와 촛대사이의 공간에 장미를 꽂으며 중얼거렸다.
“그렇지. 여행 떠나는 거지. 우먼솔로투어. 오늘밤 이건 이별이 아니야. 송별이야.”
흑장미를 꽂다 말고 도치씨가 두 손가락을 쳐들었다. 가시에 찔린 것이 아니었다. 중지와 엄지로 딱 소리를 내야하는데 도치씨는 엄지와 검지로 한다. 지금도 그랬다.
딱!
“선배님 지금 확실히 알았어요. 이별에 미련 남기지 않는 비법 말입니다. 그러니까 후회도 없겠죠? 으흐흐흐!”
도치씨는 흑장미 데커레이션을 끝내고 다시 유쾌해졌다. 깃털처럼 마음도 가볍고, 민들레 홑씨처럼 기분도 공중을 붕붕 날아올랐다.
18번 안동역 앞에서를 휘파람으로 휘휘 불러댔다.
오후8시30분.
바로 그때였다.
“딩동 딩동.”
홈시스템의 화면을 봤다.
허지만 화면엔 아무도 없었다.
“누구세요?”
“!”
도치씨는 홈시스템의 화면을 꺼버렸다.
“딩동! 딩동!”
“아! 뭐야? 오늘밤 또 전도 온 거야? 아 신경질 뻗네?”
도치씨는 잰걸음으로 현관문을 활짝 열며 소리쳤다.
“지금 몇 신데 전도 다녀요? 아니?”
빽 소리 지르며 신경질적으로 현관문을 연 순간 도치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첫댓글 도치가 아네를 보고 놀랐을가요..
아네를 떠나보내는 순간이 그렇게도 좋은가 봅니다.
검은 흙장미도 한다발 선물 하고~~
우아영하고 신나게 살아야죠....ㅋ
그맛에 사는 거 아닐까요?
ㅋㅋㅋㅋ
벌써 그럼 마무리 단계군요..
바쁘신데 너무 수고 하셨슴니다.
도치가 마누라 죽어가는 시간이 가까워지자 신바람이 나서
18번지 안동역에서를 콧노래로 부르고 기분이 한창 업되었군요..
눈동자가 또렸한 안식구 눈속에 흙이 들어 갈까요~ㅎㅎㅎㅎ
처음 이 글을 쓸 때 100회정도 예상했어요
허지만 젠틀맨 농장 사람들의 관심과 격려에서 아이디어를 자꾸 찾다보니 이렇게 늦어졌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마지막 도치에게 누군가 찾아왔는데 궁금하군요
도치 계략대로 잘 풀리지는 않을거같군요
누굴까요?
한번 알아 맞춰보십시오....정담은 내일 아침에....ㅋㅋㅋ
꽃집 처자인가요 ㅎㅎㅎ??
꽃집처녀 어떻습니까?
마음에 드세요?...ㅋㅋㅋ
오늘도 고운 날되십시오
도치는 역시 못말리는 사람이네요..
꽃집 아가씨도 성희롱 하고
적장미가 비싼줄도 이제 알았슴니다.
근대 도치아네가 죽으면
꽃집 아가씨한테까지 마누라 죽인다고해서
결국 철창신세 되겠지요..~ㅎ
보는대로 심은대로 거두리라.....도치씨 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글쎄요. 천일염님은 도치씨가 영창가기를 바라는데요...천일염님은 현자양부이신가보네요....ㅎ
여자들이, 아니 사모님이 참 좋아하겠습니다
나갔다 엎만보고 집으로. 나갈 때도 하늘만 보고 걷고....에휴^.^